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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대학 인권교육의 현실을 묻다 - <목사님이 들려주는 동성애 이야기> 강연 후기

by 행성인 2011. 4. 7.

대학 인권교육의 현실을 묻다 - <목사님이 들려주는 동성애 이야기> 강연 후기

3월 17일, 내 심장은 다른 때보다도 더욱 터질 것 같았다.

 

그 날 아침, 집에서 눈을 뜨자마자 기쁜 마음을 갖고 평소와 같이 날 꾸몄다. 볶아버려 바뀐 내 머리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바삐 움직여 영화 상영을 위한 기기들을 점검하고, 책상과 의자를 빌리고, 사람들과 연락하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겁이 덜컥 났다. 알 수 없는 두려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무서움이 정의되지 않는다. 내가 뭘 무서워하고 있는지 왜 겁을 먹고 기죽어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멀리서 한신대학교까지 오고 있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고발자’의 포스터는 200장을 붙이면 거짓말 안 보태고 거의 50장의 포스터가 남게 된다. 모두 떼어지거나, 찢겨져 버려지는 둥 훼손된다. 고발자 활동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하겠다고 작년에 누군가 나에게 협박 문자를 보냈던 기억도 난다.

 

‘고발자를 고자라고 했던 그 사람들이 올까?, 기독인 친구들이 올까?’ 내 머릿속에선 이것 저것 질문들이 막 터져나와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겁이 나고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대담하게 일을 저질러 버리는 내 성격 덕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도착했고, 그 반가운 얼굴들을 보자마자, 나는 고마움에 벅차서 말문이 막혔다. 뼈가 으스러지게 안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나는 평등한 세상을 위한 한신대학교에서의 행사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서툰 계획으로 초반에 부스를 차리고 진행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지만, 동인련 친구들의 능숙한 도움으로 차근차근 잘 진행되었다.

 

3시가 되자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상영이 시작되었다. 아무도 없던 그 자리에 한 명이 왔고, 두 명이 왔고, 결국 여섯 명이 되었다. 굉장히 적은 숫자의 사람이 있었지만 다행스러웠다. 한 명도 오지 않을까봐 마음 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비를 위한 기도... 한신대학교의 ‘바비’들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길 바랐는데.

 

5시, 임보라 목사님의 강연이 시작되면서 나는 많이 울었다. 동인련 친구들을 봤을 때부터 눈물을 참고 있었다. 내 눈물의 의미는 고마움과 기쁨 그리고 서러움과 분노였다. 임보라 목사님의 강연이 시작된 후 곧바로 내 얼굴에서는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커다란 벽을 기억했다. 고발자가 만들어지고 활동하면서 겪었던 욕설들, 행동들, 반응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옷에 가려져 있던 내 손목에 남아있는 칼자국이 내 눈앞에 커다랗게 펼쳐지면서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 강연을 통해서 그 곳에 온 많은 사람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임보라 목사님의 강연은 매우 훌륭했다. 기존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주는 강연이었다. 사람들은 많이 질문했고, 많이 얻어갔다. 그 의의 또한 매우 크다. 그 전까지 이러한 ‘교육’은 없었다. 대학생인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이다. 대학생인데도 대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한신대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교육은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강연은 매우 의미가 깊다. 임보라 목사님의 강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대학교 내에서 이러한 인권교육의 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매우 간절히 바란다.

 

임보라 목사님의 강연과 동인련 활동가 이경을 비롯한 친구들의 도움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되었다. 2011년도 고발자 활동의 시작이었던 이번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진보대학이라고 표방하는 한신대학교는 전혀 진보에 어울리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교수의 멘토링을 취업에만 국한시켜 진행하려 하고, 취업지도교수를 따로 뽑는 등,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다른 대학들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을 ‘따라하기’만 하면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 ‘더불어 가는 실천 지성’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는 한신대학교 내에서는 인권침해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슬픈 사실이다.

내가 한신대학교의 인권침해 사실을 얘기하면 어떤 사람들은 ‘한신대학교가?!’하면서 놀란다. 진보를 가면처럼 이용하여 진보는커녕 진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게 행동하고 있는 이 한신대학교 내에서의 성소수자 인권운동, 다시 말해 성 해방을 위한 활동은 굉장한 제약과 방해에 시달리고 있다. 교직원들의 인권감수성 수준은 매우 낮고, 많은 교수들의 수업 가르침 방식도 굉장히 성소수자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확실히 고발자의 움직임은 학교가 봤을 때, 골칫거리이다. 하지만 크게 봤을 때, 고발자는 한신대학교의 골칫거리가 아니란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고발자의 활동은 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신대학교 내의 첫 학생 자치기구이다. 이것을 지지해주고 뒷받침 해준다면 나는 한신대학교가 진보대학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인정할 용의는 있다.

 

추운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불구하고 친히 와주신 임보라 목사님, 기동이형, 이경, 콩호두, 은총, 정우 형, 레쓰, 재연씨에게 너무나도 고마워하고 있다. 내 눈물을 계속 닦아주며 함께 울어준 고발자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고발자_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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