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동에 함께 해 주십시오!”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대회 커뮤니티 포럼 폐막발언
8월24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는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가 열렸습니다.이 글은 8월26일에 열린 커뮤니티포럼 폐막발언 전문입니다. 커뮤니티포럼은 청소년, 이주민, 성소수자, 마약사용자, 성노동자 등 에이즈에 취약한 그룹의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였고 24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폐막발언으로 한국 NGO참가단의 활동계획을 소개하고 커뮤니티 포럼 참석자들에게 함께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하였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각 국에서 참석한 수 백 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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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에 참가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대회를 준비하기 전 한국정부는 에이즈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가 부산에 왜 왔는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대회를 개최하고 나서도 문제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출입국에서 문제가 생겼고, 한국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생각엔 백인이었거나, 남성이었거나, 트랜스젠더가 아니었거나, 성노동자가 아니었거나,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에이즈 감염인을 관리하고 질병을 통제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정부에게 HIV/AIDS 감염인은 그냥 ‘문제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에이즈에 취약한 LGBT들이나 성노동자들이나 마약사용자들은 보이지 않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에이즈 예방은 이런 국제대회를 다시 유치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일 동안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에이즈 예방의 새로운 도전들을 마주하며 토론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Gay&MSM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던 에이즈 이슈를 더 넓힐 수 있었습니다. 성노동자들을 만났고 여성을 만났으며 이주민을 만났습니다. 성노동을 불법화하는 한국 현실에서 HIV/AIDS에 노출되어 있고 총체적인 건강권마저 침해되고 있는 성노동자들. 대다수 감염된 이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감염인들. 강제검사 출입국 제한으로 자유롭지 못한 이주민들. 존재마저 무시당하고 전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LGBT. 잘못된 성교육으로 HIV/AIDS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들.
불법과 비가시화는 에이즈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성노동이 문제가 아닙니다. 마약이 문제가 아닙니다. LGBT인 우리들의 존재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삶을 불법화하고 보이지 않게 만드는 모든 사회 환경입니다. 이들 모두는 우리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할 대상이므로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어제 Gay&MSM/TG 분과 토론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트랜스젠더들을 가깝게 만났습니다. 토론에서 누군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은 무엇을 원하느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LGBT 인권과 HIV/AIDS 이슈를 다루는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 말레이시아 활동가가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단체리더 중에 트랜스젠더가 있어야 하고 그 한사람이 강한 힘을 보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좋은 충고의 말이었고 대회 이후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하셨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얻은 성과이고 과제입니다.
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바로 오늘 개막식이 열립니다. 개막식 전에 한국 참가자들은 우리 여기 왜 왔는지 참가자 선언을 발표하는 자리를 3층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에이즈감염인, 성노동자, 이주민 발언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우리만의 개막식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우리는 오늘 수년간 보기 힘들었던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HIV/AIDS 감염인들이 만나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없었던 사람을 바로 이 자리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HIV/AIDS감염인들과 에이즈에 취약한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HIV/AIDS 감염인들의 의약품접근권을 가로 막고 있는 FTA 반대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9월5일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일 서울에서도 한미FTA 반대시위가 열립니다. 이는 한국의 감염인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특허에 맡길 수 없습니다. 이 행동에도 함께 해주십시오.
28일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에이즈 이슈를 함께 나누는 광장시위를 열 계획입니다. 어제 점심을 먹고 담배를 피웠던 그 공간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벡스코와 10차 ICAAP 조직위원회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 된 행동’으로 보여 질 것입니다.
29일 질병관리본부 발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에이즈 통제”입니다. 에이즈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의 대상이며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취약그룹들의 인권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 된 힘과 목소리는 누군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한국 참가단들의 행동에 함께해주십시오.
지금까지는 제가 준비한 문서를 보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6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파트너가 있습니다. 그는 HIV 감염인이고 저는 아닙니다.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는 말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에이즈는 그 누구의 몫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에이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욜_ 동성애자인권연대,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 LGBT 소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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