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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청소년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by 행성인 2013. 4. 19.

옥(동성애자인권연대 후원회원)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느니라(요한복음 9장 1~3절)’



원고 부탁을 받고 먼저 떠오른 말씀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저의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 우리 가족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 아파하시는 부모님과 자녀가 하루라도 빨리 서로 이해와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들이 청소년이었을 때를 되돌아봅니다.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복도에서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어서 괴롭지만 그냥 견딘다는 얘기를 몇 번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함께 맞서지 않고 화를 참고 이겨내는 아들에게 위로하며 잘한다고 격려만을 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저는 일부 청소년들을 무서워했습니다.

아들이 1학년이면 2학년 학생들은 모두 무서운 존재였고 아들이 2학년이 되면 3학년 학생들은 모두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탈 없이 중학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입시지옥 고교 시절보다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남녀공학을 다니면서 나름대로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도 하며 잘 지냈습니다.

학교에서 자기 별명이 ‘광년이’ 'ㅇ자' (이름 앞 글자에 여자 이름에 쓰는 자를 붙임) 라 말할 때에도 그냥 가볍게 웃고 넘겼습니다.

어려서부터 여동생과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해왔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간접적으로 기분이 우울하다는 얘기는 가끔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겪는 입시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로만 생각했습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습니다.

자기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할 때도 저는 참 옳은 말이라고만 단순히 생각했던 것을 성인이 되어 커밍아웃하고 난 후 생각해보니 바로 아들의 삶은 행복해야만 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커밍아웃 후에는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 시절에 부모로서 그냥 믿기만 했던 것이 그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힘겹게 고민하며 괴롭게 살았을 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에이고 아이의 생각을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들은 지금도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받은 그 아픔을 가진 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들을 통해 정말 힘든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듣습니다.

오늘날 청소년문제는 심각합니다.

저는 자살의 문제를 단지 학업문제 이유가 아닌 성정체성의 문제를 혼자 고민하며 내놓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하는 청소년이 아닐까 혼자 자문과 아픔에 괴로워합니다.

지금 저는 저와 같은 위치에 있는 부모님을 위해 글을 씁니다.

약자는 강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약자입니다.

인간세상에서 부모 사랑은 가장 큽니다.

부모에게조차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먼저 손을 내밀어 들어주고 함께 알아간다면 하루하루 막막한 앞날을 고민하며 어두움에 살고 있는 우리 자녀에게 조금 더 빨리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게 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헤쳐 나가야할 것이 많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 중이지만 아들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갑니다.

누구의 죄도 잘못도 아픔도 아닌 성적 소수자의 행복을 위해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신 분의 큰 사랑을 느끼기에...


동성애자 자녀를 사랑한다고 쓴 팻말을 들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행진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의 부모들. 사진 출처 : http://iowapridenetwork.org/news/pflag-des-moines-planning-mee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