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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군형법 군인권

"저는 동성애자인 한 남학생입니다" - 군형법 92조의6 폐지 청원 서명 편지

by 행성인 2013. 7. 18.

얼마 전 동인련에 군형법 92조의6 폐지 청원 서명 우편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우편에는 서명서와 함께 한 동성애자 학생이 보내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편지는 동성애 혐오에 맞닥뜨린 한 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솔직하게 쓰여있었습니다. ‘동인련 웹진 랑’이 편지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여러분들도 같이 읽어보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성애자인 한 남학생입니다.

 

저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참 영광입니다. 한류열풍,  K-Pop, 김치 등등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알려져 있습니까? 하지만 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은 아직 동성애자들을 업신여기고 심하게는 경멸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예전보다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 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아직도 갈 길이 여전하다고 느껴집니다. 그 예로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 때 원하지 않는 일로 아우팅을 당하였습니다. 저로써는 몹시 당황스러웠고 친구들 사이에서 절 보는 시선이 매우 안 좋아졌습니다. 심지어 자살기도 시도하려고 했지만 중학생이 가진 것이 목숨뿐인지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소심했던 성격이 좀 더 소심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황폐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때에도 여차저차 하여 친구들 사이에서도 눈칫밥을 먹고 삽니다. 제가 무슨 만행을 저지른 범죄자도 아니고 사고를 친 사람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죽하면 국회 홈페이지에 합법화를 부탁하는 글을 올려보겠습니까? 게다가 4~5번이나 말이지요. 할 짓 없어서 올린 글이 아닙니다. 정말 간곡히 부탁 드려 올린 글입니다.

 

저는 몇 일 전, ‘친구사이’에 있는 청원서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망설여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는 국회 토론장에 어느 사람이 동성애자 퍼진다면 나라가 망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댓글을 통하여 “만약 동성애가 퍼지고 나라가 망한다면,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 동성애를 당당한 법적으로 허용하고 보호하는 나라들은 망하고도 남았을 것인데 왜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선진국으로 부를까요?”라고 반박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몹시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마치 그 사람은 저를 포함한 다른 동성애자들을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저를 포함한 동성애자들은 이 나라를 망치는 요인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단단히 결심 하였습니다. 저는 저 혼자 적힌 청원서가 어떠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보냅니다. 저는 동성애가 허용되는 그 날까지 돕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