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이 결혼선언을 한 뒤, 동성결혼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결혼을 계기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축하, 지지의 흐름에 더하여/을 넘어 동성결혼과 결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기 위해 세대와 젠더가 다른 성소수자 분들을 모셔서 좌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좌담회 패널: 나영(30대 레즈비언, 애인 有-기간8년), 두호(30대 게이, 애인 有-기간 10년), 막심(20대 레즈비언, 애인 有-기간9개월), 민식(40대 게이, 애인 有-기간 7년), 바람(10대 게이, 애인 無), 박장군(20대 레즈비언, 애인 有-기간9개월), 홍이(30대 바이섹슈얼, 애인 有-기간8년)
함께한 웹진팀원: 오소리, 재경, 제이, 조나단, 종원, 카이, 학인
*가나다순
재경: 사회를 맡은 재경입니다. 먼저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로 좌담회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박장군: 제게 결혼의 의미는 공식적으로 이 사람하고 오래 함께할 거라고 공표하는 거고 다른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것입니다. 또 내적으로는 너라면 평생 살 수 있는 거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도적으로는 존중 받는 것이죠. 혜택은 둘째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나나 내 파트너가 아프거나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이 사람의 가족구성원이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요? 그래서 제도적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두호: 저희 커플은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틀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결혼 자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결혼제도를 반대해요.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동성결혼이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동성결혼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심: 결혼은 그 바운더리 밖의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차별을 양산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었던 거죠.
민식: 앞의 말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네요. 결혼제도는 이성애 사회 구조 안에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구성되도록 하는 거죠. 저도 결혼제도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바람: 저는 결혼에 대해 꿈이 많아요. 하지만 어렸을 때 주변에 한부모 가정이 많아서 그게 굳이 정상결혼에 대한 로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해!"
재경: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가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신 파트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셨나요?
두호: 당연하죠. 현대적인 가족의 의미도 혈연과 지연에서 되게 많이 바뀌었잖아요.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맞아 같이 살고, 꼭 평생 같이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같이 지내는 동안 마음을 터놓으면 그건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식: 저는 가족이 ‘결혼’ 전제로 해서 규정된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과 마찬가지로 가족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공동체를 가족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단지 흔히 쓰는 말이 가족이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도 그런 관계를 가족이라고 빗대어 말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파트너와 산다는 것에 있어서 가족 제도가 아닌 이성애자든 이성애자가 아니든 파트너십처럼 새로운 개념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람: 저도 가족을 동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신 것 같네요. 저는 애인을 옆지기라고 표현합니다. 가족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서 반려공동체라고 부르면서 살고 있어요. 반려 동물들도 할말이 있고 하니까요.
나영: 민식님이 이야기 하신 생각이 제일 반가운 것 같네요. 가족구성권을 넓힌다고 하더라도 이 사회에서 가족을 이루어야지 시민으로 인정된다는 것을 부수지는 못하니까요. 가족제도는 사회구조와 연관되어 변화해 왔는데요. 지금은 핵가족이 가족의 기본구성이 되었지만, 중세시대 때에는 가장이 노예까지 합쳐서 가족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어요. 가족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 왔어도 가족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소유권이 생기는 것은 지속되어 왔어요. 그 안에서만 권리가 인정이 되고 재산이 상속이 되어왔지요. 그 배타적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제도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똑같이 우리가 그런 구조 안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이성애자와 다른 구조로 더 쿨하게 가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경: 이성애 결혼과 가족제도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네요. 이 반대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혹시 성정체성을 인지한 것과 어떤 연관은 없으신가요? 저는 성정체성을 깨닫고 제가 결혼을 못한다고 생각해서 자괴감을 시달린 적이 있었는데요. 혹시 우리의 성정체성으로 인해서 파트너와 함께 형식을 갖춰 살고 싶거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결혼의 의미가 달라져서는 아닐까요?
두호: 어릴 때는 결혼을 꿈꾸는 게이가 참 많아요. 그런데 점점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동성결혼이 불가능한 현실을 알기 때문에 현실적인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며 회피하죠. 이성애자들도 나이가 들면서 돈 계산도 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처럼 나이가 들며 현실적이 되면서 결혼을 회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경: 혹시 나는 회피 따윈 하지 않아 열심히 싸울 거야 하시는 분?
오소리: 저요. 저는 투쟁할 거에요. 짝지랑 결혼하는 게 삶의 목표에요.
박장군: 성 성체성에 대한 인지를 스물두 살에 했는데요. 정체성을 인지하기 전에 이야기 할 때는 바다 속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 자신을 상상하면 혐오스러웠거든요. 여자는 웨딩드레스, 이렇게 고정된 것이 싫었어요. 남들과는 다른 결혼식을 하고 싶었죠. 성정체성을 인지하고 나서는 결혼에 대해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자신에 대해 너무 혼란스러웠거든요. 한참이 지나서야 ‘아, 맞다. 나는 결혼을 못하는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종로에서 손잡고 다니시는 노년의 커플에 대한 꿈이 있어요. 그래서 제도로 묶여서 살고 싶어요. 왜냐면 제도가 서로에게 책임감도 주고 서로 싸우고 싫어하기도 하며 사랑의 형태가 변할지언정 여전히 관계에 책임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이: 저는 제도가 관계에 책임감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해요. 저는 프랑스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동성결혼이 가능한데요. 최근 동성결혼에 대해 알아보니 결혼하면 무엇을 더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게 되었어요. 전에는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옆집 언니도 결혼식 따로 안 하고서 아이 입양도 하고 사는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도로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아니까 현실적인 부분에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병원이나 금융권에서 내가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서류 한 장만 내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니까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게 참 이익이 되고 애인에게 힘이 더 되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되더라고요.
막심: 성정체성을 인지하고 난 뒤에도 저는 단 한번도 결혼을 못한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던 적은 없어요. 그리고 앞서 말한 분들과 달리, 저는 제도와 책임감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서로 싫어진 상태에서도 결혼했으니 결혼을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잖아요.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어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는 단어를 찾는 것도 좋지만, 가부장제가 안 좋은 것이지 가족이라는 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나영: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는 이름은 별로 상관이 없을 수 있죠. 가족의 이름 안에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억지로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깨지지 못하고 각자 애인이 있으면서도 가족은 유지하는 커플도 많잖아요. 이성애 커플로 예로 들면 어머니라서 아내라서 제도적인 책임감을 요구받고, 또 구속받아하는데, 그런 구속이 동성커플에게도 요구된다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인 로망으로, 이벤트에 대한 기대는 있어요. 식을 하고 축하는 받는 이벤트에 대한 환상이 있죠. 하지만, 그게 굳이 제도로 등록이 되는 가족이 되고 결혼으로 등록이 되는 결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혜택 부분은 결혼제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이: 바이섹슈얼인 저는 어려서부터 독신주의자였어요. 어머니가 아버지께 하는 식사준비, 빨래, 출근하라고 깨우는 것 등을 보며 ‘저거는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 거’고, 그래서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여자를 만나게 되니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거죠. 어려서부터 제도로 들어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고, 계속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강하게 압박을 하시지 않는 편이에요.
민식: 저는 성정체성을 인지하고 난 후의 ‘결혼’은 무의식과 의식의 갈등인 것 같습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해왔지만,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 받았던 교육 때문에 결혼을 안 했을 때의 불안이 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이든 동성커플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나이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나이 들어서 혼자 살면 정말 추레할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압박을 받게 되더라고요. 거기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압박이 있고. 넘어야 할 큰 벽으로 느껴졌어요.
집에 커밍아웃을 한지 10년이 넘어서 부모님께서 더 이상 결혼에 대해서 말씀하시지는 않아요. 하지만 커밍아웃을 했어도 집과의 갈등은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손주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의무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식이 결혼을 안하고, 아이를 안 낳으면 할 일을 제대로 못해내었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더라고요.
바람: 저는 동성애자로 저를 인지하고 나서는 살기 바빴지만 결혼에 대해 꿈을 꾸면서도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결혼은 굳이 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회피해온 편이지만 꿈이 큰 만큼 큰 두려움은 헤어질 때 ‘동성이라 헤어지는 거야’하는 혐오의 시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에요.
"결혼 반지는 무지개색으로 해야, 패션의 완성~"
재경: 오래 함께 산 커플이 많은데 실제로 어떤 상황들을 겪고 있나요? 동성결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 위해, 그런 상황들을 공유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민식: 저는 집에 커밍아웃을 했지만 제 애인은 안 했어요. 그래서 서로의 부모님과 식사하는 자리를 갖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애인과 같이 산지는 5년째 되는데요. 그 안에서도 같은 남성이야, 라고 하더라도 역할이 구분이 지어집니다. 서로 동등할 수가 없어요. 어느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정말 안 되는 것은 이야기 하며 넘어가요. 재산도 참 중요한데요. 한 사람이 집을 사서 파트너가 전세를 들어오는 방법 같은 것들도 이야기를 해보고 있어요. 아마 지금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하겠지요.
두호: 저희 커플은 둘 다 커밍아웃을 했어요. 하지만 애인이 저를 만나느라 집에 잘 들어가지 않으니 어머니께서 머리를 싸매고 누워계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힘든 부분이 있긴 해요. 저는 이 집에 부딪쳐서 뭔가를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 애인이 장례식에서 상주를 할 때 내가 가족으로서 함께하지는 못한다는 것처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생겨요.
제이: 여동생이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저는 이미 사돈처녀로 집안과 집안으로 묶여지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어떤 문제로 발현되냐면, 보통 자녀 중 윗사람이 먼저 결혼하는 게 한국 관례이기 때문에 언니는 남자친구가 없느냐가 사돈 집안에서도 물어볼 수 있는 당연한 물음이 된다는 거죠. 물론, 거기에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우리 부모님께서는 사돈댁에 우리딸은 결혼을 안 할거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프랑스 시민권자라서 아마 프랑스에서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을 하셨다고 해요. 우리 아버지에게도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이 완벽하게 설득이 된 상태가 아닌데, 사돈댁도 가족으로 엮이게 되니 어디까지 누구를 설득시키고 확인되어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이 고민이 돼요.
재경: 그러면 동성결혼이 제도화 되면 하고 싶은지,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동성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볼까요?
박장군: 저는 결혼을 한다면 파트너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하고 싶어요. 같이 밥먹는 자리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막심: 저는 상견례나, 결혼식, 혼수, 집 같은 것은 결혼식에 파생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뭉쳤을 때 사회적으로 제도가 있으면 더 이득이 있어 좋지만, 식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어요.
홍이: 부모님께서 사회활동이 활발하면 축의금을 많이 내잖아요. 그런데 가족 중 누군가 결혼을 하면 다시 거둬드릴 수 있는데, 외동이거나 자녀들이 모두 결혼을 안 하면 불효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요.
두호: 저는 외동인데, 낸 게 있는데 거둬들이는 게 없다고 부모님께서 싫어하세요.
박장군: 저는 친한 사람이 아니면 결혼식에 안 가게 돼요.
나영: 저는 그래서 결혼, 결혼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가족에서 생기는 의무감을 끝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경제적인 영역이 인간적인 의무로 이어지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동성결혼도 똑같은 형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면 좋겠어요. 재산, 부모님 봉양, 제사 이런 많은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결혼을 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사회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결혼이라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노후에 대해서나 사회복지에 대해서나 사회가 어떻게 보장해줄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보장으로 그것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문제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제이: 저도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다 제 성정체성을 알고 있어요. 가족들은 제가 만약 동성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들이 지금 참석하는 결혼식의 사람들이 제 결혼식에 와줄 것인가도 고민하면서 가시는 편이에요. 하지만 지금 사귀는 사람과 식사자리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아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해하시는 모습도 동시에 보이십니다. 애인네 가족도 마찬가지로 알고있지만, 언젠가 애인이 남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진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때, 양 집안을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하고 어떻게 살림을 합칠까 고민이 돼요. 저희 아버지는 결혼은 가족끼리 합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가정+가정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결혼식과 혼수, 패물에 대한 준비는 누가 하는지도 물어보세요. 그래서 우리는 지인만 불러서 우리에게만 의미있는 식을 할 거라고 말씀 드렸을 때, 본인께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하시더라고요.
재경: 문득 든 생각인데, 축의금에 대한 생각과 대응은 어떤가요? 저는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외국에서 하게 되어 너는 못 올 것이니, 축의금을 입금했다는 통장 사본을 보낼 거라면 내가 네 결혼식에 가겠다’고 말하고 가요.
두호: 저는 모두에게 커밍아웃해서, 친구들 결혼식에 파트너와 같이 가요. 축의금을 내긴 하지만 축의금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식: 제 나이 정도 되면, 지금은 결혼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요. 예전에는 결혼식에 갈 때, 저와의 관계 이런 것을 보며 관계에 따라서 다르게 선택했어요. 저는 그들에게까지 내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너에게 축의금을 못 내고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못 느껴서 선물을 한다고 생각하듯 축의금을 냈었어요.
홍이: 저는 결혼식도 안가고 축의금도 안 내요. 청첩장 줄 때 먹는 밥도 안 먹어요. 친한 동료들에게는 ‘나는 결혼식에 반대를 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안 간다’고 이야기를 해요. ‘나 부르지 말아라. 대신 네 결혼은 축하하기 때문에 결혼식 다 끝나고 밥 한 번 사겠다’고 친한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죠.
재경: 이성애자 결혼제도로 인해 우리가 어떤 차별을 겪고 있는지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호: 애인과 동거 할 때, 주인집에서 관계를 물어봤는데 제대로 답변을 못했었어요.
홍이: 전세자금대출 같은 것은 너무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직장사례를 준비해보았는데요. 기혼자와 대비해 비혼자가 얼마만큼의 차별을 받고 있는지 제가 다니는 회사를 기준으로 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직장에서 순직을 한다고 할 때, 그 차액이 수 억 원에 이르러요. 결혼을 하면 축의금 100만원 나오는데 비혼자는 해당사항 없죠. 자녀가 결혼을 하면 축의금 500만원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자녀를 출산을 해도 첫째는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나오는데 우리는 해당사항 없죠. 배우자 사망하면 천 만원 나오는데, 저랑 제 애인은7년이나 같이 살았어도 우리는 못 받습니다. 본인이 죽게 되면, 전 직원 만 오천삼백 명이 통상임금의 1프로를 조의금으로 내는데요. 비혼에게는 0.8%를 냅니다. 만 오천삼백 명을 고려하면 차이가 수 천만 원에 이르게 됩니다. 결혼을 하면 무이자로 임차주택자금을 주는데, 1억 2천만원을 줍니다. 8년간 무이자로 집을 얻어서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는 못 받지요.
두호: 페북에 올라온 글을 보았는데요. 한 대기업에 다니는 분이 특정단체에 후원했다고 자세하게 신상조사를 받는데. 그 내용이 ‘애인이 있는데 결혼은 아직 안 했고 오래 만났으나 부서나 아무도 그 애인의 얼굴을 보거나 한 사람이 없음’이라고 되어있었다고 해요. 저 경우는 심한 케이스지만, 일반적으로도 결혼유무가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기본적인 조사는 다 하잖아요. 승진을 해야하는 이유에 자녀 유무와 자녀가 몇 명인지가 고려가 돼요. 동등한 상황에서는 기혼자가 이득을 본다.
나영: 하지만 그것도 남자에게만 그런 거고. 여자에게는 다르죠. 여자가 애가 있으면 반대가 되지요. 해고의 이유가 될 수도 있어요.
"당연하다"는 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재경: 김조광수, 김승환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조금의 희망을 보긴 했었어요.
박장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저는 작은 혁명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일반 사람이 남성 게이 두명이 동성결혼을 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고 하면 엄청 딱딱한 사건일 수 있는데, ‘<두결한장> 감독이 파트너가 있는데 결혼을 한대’처럼 맥락이 영화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라 더 사람들이 이벤트적으로 이슈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셀러브리티가 동성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그들이 잘 살아주기를 바라요. 선례를 보고 여러 케이스가 많이 나온다면, 이성애자들이 ‘그들도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요?
막심: 저는 그들의 진짜 목적이 궁금해요.
홍이: LGBT재단과 센터를 만든다고 해요.
민식: 저도 김조광수 감독이 결혼한다고 들었을 때, ‘왜 하지?’ 싶었는데 김조광수 감독이 이성애적인 결혼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고 쓴 글을 읽었어요. 동성결혼이 아무런 파장없이 이성결혼으로 포섭되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동성결혼으로 이성결혼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는 글을 보고 그런 거라면 결혼 발표가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두호: 저도 액션은 인정해요. 홍석천처럼, 그런 시도로 인해서 무언가 바뀌게 될지 않을까 싶었었어요. 저도 의도가 궁금하지만 액션은 인정해요.
막심: 듀오가 결혼식을 광화문이나 시청에서 크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후원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어서, 결혼식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민식: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단편적으로 드는 생각은 ‘듀오가 사업적으로 이성애커플로는 고객확대가 안되니 동성 커플까지 포함시켜 넓혀보겠다는 뜻과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 쪽에서는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동성결혼을 해서 균열을 만들어보겠다’가 만난 것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동상이몽인 거죠. 같은 것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나영: 저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기 보다 그게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의문이 있어요. 이성만이 결혼할 수 있다는 것에는 균열을 시키겠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결혼제도를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수도 있어요. 가족을 유지하는 수많은 것들, 교육, 가정과 같은 파생되는 것들, 이 사회에서 결혼으로 유지되고 있는 분야들이 있는데, 동성결혼 자체만으로는 결혼이나 가족제도에 대해서 균열을 내기 힘들지 않나요? 물론, 그런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매번 드라마에서 동성커플을 비현실적으로 보다가 실제 커플 둘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든가, 언론 앞에서 키스를 하는 것을 보면서 현실로 느끼며 받는 충격으로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혼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하고 축하해요. 그저 저는 두 사람 결혼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동성결혼 얘기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거죠.
민식: 결혼에 대한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바뀌도록 하는 결혼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동성결혼도 이성결혼과 똑같이 인정해달라는 것으로 그치게 된다면 저도 생각이 달라지지요.
나영: 아름다운 로맨스, 로망으로만 얘기가 되는 것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로맨스는 로맨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차별을 깨는 차원에서 이 결혼식이 가지는 의미를 더 살려서 셀러브리티의 이벤트로만 보이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 저는 그래도 결혼 발표를 보면서 희망이 생겼다고 보았어요. 축의금을 모아서 센터를 만든다는 것도 상상이 아니라 실체화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이: 그런데 얼마전 ‘레즈비언인가 봐. 더러워’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혐오가 커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돼요. 긍정적인 효과가 와 닿은 게 없어서 사실 정말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맞을지 의심스럽고요.
박장군: 일면적으로 보는 것일 수 있어요. 김조광수감독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포비아적 발언을 한 것은 아닐 거에요. 모든 표본집단을 다 본 게 아니고 싫어할 사람은 다 싫어하는데 별 생각 없던 사람이 5:5에서 긍정적으로 6:4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희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영: 저는 사실 다른 차원에서 우려돼요. 물론 저는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하지만 자칫 LGBT들이 사회에 모범적인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갈까봐 그런 상황도 우려가 됩니다. 로맨틱하고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며 결혼까지 해서 행복하게 살아야만 우리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존재가 사는 그대로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박장군: 공인이 공인이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공인의 모습이 필요하듯이, 김조광수 커플은 성소수자와 지지하는 이성애자들에게 이렇게 축하 받으며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결혼을 하는데, 이왕이면 책임감을 가지고 잘 살라는 것이죠.
민식: 우리나라 동성애운동은 학문으로 왔다고 생각을 해요. 글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스톤월 항쟁 같이 정권과의 투쟁이 있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대화가 많이 있었는데, 한국에는 정부와의 그런 투쟁은 있어도 대중들 안에서 논쟁이 이루어진 적이 적었지요. 어떻게 말하면 이번 결혼 덕분에 이렇게 같이 이야기해보는 자리도 마련된 거고, 활동을 하는 인권, 노동, 사회단체 활동가 사이에서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의식적으로 좋게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결혼이 포장되면서 논점을 잃을 수 있지만 그걸로 인해서 대중적인 틀 안에서 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영: 저도 그런 면에서는 좋게 봐요. 저는 가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카운트다운 파티 때 소식들을 보니 두 사람이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아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까지는 모르겠지만 지지하고 축하를 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이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게 되는 자리가 계속 만들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민식: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효과일 수도 있는 거죠.
두호: 그런데 이 일은 생각보다 이슈가 덜 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나 커뮤니티적으로나 이슈가 덜 되고 있지 않나요?
민식: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는 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너희 같은 사람이 나오더라 하시며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을 더 관심 가지고 보시긴 해요.
두호: 일반적으로는 토론거리도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관심 없는 것 같아요.
나영: 왜 이것이 커뮤니티 내에서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은지를 생각해보았는데 김조광수는 유명한 사람이니까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랑은 관계없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전체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도 놀랍기는 하지만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회전체적으로 특이한 애가 결혼을 하네 하며, 대부분은 이벤트로 받아 들이는 것 같습니다.
민식: 외국은 사회적인 커밍아웃이 활발하잖아요.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우리들의 실체가 흐릿해서 우리가 이렇게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자기 주변에 있는 실체가 있는 분명한 사람들이 정말로 동성결혼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논란이 되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사회적인 커밍아웃이 많지 않아서 이벤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바람: 학교에서는 이번 결혼 덕분에 동성애 얘기가 나오고 학생들끼리 동성결혼에 대해서 토론도 많이 했어요. ‘결혼은 긍정적이지만 입양은 안 된다’같은 이야기가 나왔지요. 사람들이 얘기의 시작을 안 할 뿐이지 한 번 기회가 있으면 얘기를 많이 해요.
두호: 그래도 홍석천과 하리수 이슈 때보다 잠잠한 것 같아요.
제이: 김조광수,김승환 결혼으로 인해 좋은 쪽으로만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 것 같고 우리에게 오는 긍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게 되지 않아요.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유럽에는 보편적으로 ‘차별하면 안된다’는 인권의식이 바탕에 있는데, 한국은 차별금지법도 통과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의식이잖아요.
나영: 어떻게 당장 되겠어요.
카이: 유럽이 보편적 인권을 더 생각하게 된거는 홀로코스트나 유대인 학살을 거치며 전 국민적으로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죠. 김조광수의 결혼은 이벤트로서는 좋아요. 물론, 게이라는 사실보다 셀러브리티라는 것이 강조가 되고 있긴 하지요. 저는 이 결혼 자체가 시작이지만 앞으로도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그 오래 걸리는 시간 동안 더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고 이야기를 통해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논쟁과 대화를 만들며, 이 이벤트 자체를 즐겁게 지켜보면 어떨까 싶어요.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동성결혼과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좌담회에서 나왔던 의견보다 훨씬 많은 의견과 생각이 커뮤니티 내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더 많은 생각이 모이면 우리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 좀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좌담회가 끝나고 가진 뒷풀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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