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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이젠 드러눕는 수 밖에 없지 뭐…” -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의 현황과 대책 긴급 토론회의 후기

by 행성인 2014. 4. 1.


 

이혜민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 &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이 글은 지난 3 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의 현황과 대책긴급 토론회의 후기이다.

 



민중언론 참세상, ‘에이즈 환자, 당국의 방치 속에 거리로 내몰려’ (관련 기사는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3296)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작년에 열린 증언대회 <에이즈환자는 왜 사망했는가?>가 벌써 4달 전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동안 몇 차례의 대책회의를 통해 하루 빨리 환자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요양할 수 있는 병원을 새로 마련하고, 앞으로 에이즈 환자의 장기요양사업에 있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올해 초 수동요양병원의 에이즈 환자 요양사업 위탁계약이 해지되었지만, 환자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대체 병원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동병원은 환자들에게 2월말까지 병실을 비우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고, 병실을 비우지 않고 남아 있는 환자들에게는 간병비 등의 이유로 한 달에 50만원이라는 부담이 더해졌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확보한 대체 병상은 환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환자들은 떠미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며칠 전 수동병원 측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다른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있으니 그 때까지는 간병비가 지원이 되어 퇴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정작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관계자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토론회 하루 전에 참석 취소를 통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날의 토론회는 에이즈 환자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의 필요성을 논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날 수동요양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또는 입원한 적이 있는 감염인의 가족들이 나와서 증언을 해주셨다. 그 중 한 감염인의 어머니께서는 선생님, 병원에서 한 달에 50만원씩 내라고 하는데, 그 큰 돈을 내면서 거기에 있어야 하나요. 제가 능력이 없어서… 50만원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라고 주최측에 호소하셨다. 물론 그 자리가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을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가슴 아팠다.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 윤 가브리엘이 토론회장을 나서며 이젠 질병관리본부 앞에 드러눕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 쉬며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에이즈 감염인들과 함께 국회든 보건복지부든 질병관리본부든 그 앞에 드러누워야지만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체 요양병원을 찾는 등의 해결방안을 강구할 것인가. 다음 행보는 감염인들과 함께 국회 앞으로 가야만 하는가. 작년부터 아니, 2011년에 발생한 수동요양병원 성폭행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긴 싸움이 언제,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환자가족대책위+’와의 대책회의 그리고 국회토론회 등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에 힘을 실기 위한 투쟁 기금 마련에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 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에이즈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마련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소셜펀치 <에이즈환자 요양병원 꼭!!>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 드립니다!


▲ 당장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에이즈환자 장기요양 사업을 수행할 새로운 요양병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에이즈환자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병원, 호스피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요양시설과 마찬가지로 요양병원에서 인권침해를 금지하도록 법개정이 필요합니다.


▲ 장기적으로는 감염병 환자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거절당하지 않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요양병원의 운영)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을 개정해야 합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질환을 노인성 질환으로 국한하지 말고 확대해야 합니다. 요양병원에도보호자 없는 병원사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http://socialfunch.org/aidshealthrights

 


<참고자료>

- 긴급토론회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의 현황과 대책자료집

- 3년간 은폐된 목소리,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에 대한 증언 에이즈환자는 왜 사망했는가?’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