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한국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편집자 주

키벡사 : HIV/AIDS 치료제.

이 글은 HIV/AIDS 감염인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위 사진은 글 내용과 무관합니다.

 

 

기백은 적당한 키에 적당한 외모, 또 적당한 연봉을 받는 서울의 이십대 사무직 직원이었다. 기백은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를 두었으며 매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가정에서 자라났다. 혼자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지금도 매주 일요일은 함께 모여 집에서, 또는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가족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 속의 감정들을 서로 숨김없이 공유했다. 식사와 함께 기억을 나눈다. 그 속에서 기백은 가족과 하나가 되곤 했다. 그런 가족은 기백에게 숨과도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떤 아픔도 주고 싶지 않은, 내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으므로 기백은 자신 때문에 슬픔에 빠질 가족을 생각해 자신이 HIV 감염인이란 사실은 말하지 못했다. 가끔 너무나 외로웠으나 기백은 지금과 같이 즐겁기만 한 가족의 모습이 너무 좋았으므로 문제 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이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회에 깊이 박힌 통념은 가족들을 아프게 할 것이다. 가족들의 잘못이 아니다. 기백 자신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숨기면 편해져 버리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며칠 전 꽃을 피운 게발 선인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기백의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빈우. 기백은 조용히 잠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머니께 선인장 꽃이 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이었다.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한 후, 기백은 외롭고 쓸쓸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가족과 저녁을 먹은 날엔 기백은 항상 그 날, 자신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을 생각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날의 모든 일들이 어제처럼 분명했다. 그리고 항상 가슴이 저렸다.
 
그 날 아침. 여덟 시.
기백은 출근 중 이었다. 3월의 봄바람은 아직 쌀쌀맞았으나 꽃은 한창 흐트러지게 피어있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꽃을 본다. 두 가지 시간대가 겹쳐있었다. 겨울과 봄. 세상이 조용하게 돌고 있음이 느껴졌다. 기백은 조용히 돌고 도는 자신의 삶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일터, 그리고 해가 지면 찾아오는 '개인적인' 삶. 이대로 모든 것이 계속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기백은 찬바람을 맞으며 꽃에게 말했다.
 
오후 두 시.
점심을 먹은 후 찾아오는 춘곤증에 기백은 잠시 자신도 모르게 낮잠에 빠져들었다. 쿵. 기백은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에 번뜩 깨어났다. 악몽을 꾼 듯 했다. 기억은 나지 않았다. 기백은 기지개를 폈다. 그때, 기백의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빈우. 기백은 조용히 잠금 버튼을 눌렀다. 며칠 전부터 그 녀석은 계속 기백에게 전화를 했다. 벌써 육 개월도 더 된 듯 했다. 뉴에라를 자주 쓰던 그 녀석은 자신이 스물하나라 말했다. 처음 살을 맞댄 날, 사정 뒤에 기백은 그 녀석에게 애인과 하는 것 같다 말했다. 그 녀석도 그렇다 했다. 그 후 둘은 종종 만났고, 그 녀석은 기백의 삶에 아주 깊숙이 파고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기백은 그것을 원치 않았고, 곧 기백은 그 녀석에게 문자 메세지로 작별을 고했다. 그 후 그 녀석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잠시 기백은 그 녀석의 안부가 궁금했으나, 곧 책상 위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오후 두 시 삼십 분.
기백의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또 그 녀석인가. 모르는 번호였다. 기백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기백이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기백 씨 맞으신가요?" 
목소리가 말을 건넸다. 수화기 너머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상냥하지만 약간 머뭇거리는 목소릴 냈다. 어느 구의 보건소 어디 부서 담당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횡설수설 말을 이어 놓기 시작했다. 건강 검진......혈액 검사.....어느 병원에서....라며 장황하게, 또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던 여자는 결국 작은 소리로 하고자 했던 말을 전했다.
"HIV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여자는 말을 뱉고 숨을 크게 쉬었다.뭐라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나 기백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한참 후 기백은 전화가 끊긴 것을 알았다. 말도 안돼. 기백은 시계를 보았다. 두 시 오십 분. 물 한 잔 마시면 잠에서 깰 거야. 아니 바람을 좀 쐐야겠다. 기백은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담배를 피고 나면 꿈에서 깰지도 몰라. 기백은 힘껏 연기를 빨아들였다. 서울 하늘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 개비 더 꺼냈다. 다시 또 한 개비. 마지막 하나 더. 재떨이에 담뱃재가 소복히 쌓였다. 꿈은 깨지 않았다.
 
오후 세 시 삼십 분.
기백은 회사를 나와 보건소를 향했다. 팀장은 기백의 얼굴을 보고는 조퇴 사유를 묻지 않았다. 지하철은 유난히 흔들거렸다. 좌에서 우로, 앞에서 뒤로 기백의 몸이 기울었다. 몸이 기울자 어제 저녁 함께 밥을 먹던 가족의 모습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사실이라면 숨겨야 마땅하지 않나. 사회에 깊이 박힌 통념은 가족을 아프게 할 것이다. 가족을 위해, 조용히 숨겨야 하는 것이 옳다. 기백은 생각했다.

 

오후 네 시 십오 분.
수화기 너머 말을 건네던 여자가 기백의 앞에 앉아있었다. 당신은 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 권했다. 누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 했다. 여자는 좋은 병원을 알려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 했다. 기백은 제발 지금이라도, 검사가 잘못 되었다 말해 달라고 간절히 눈빛을 보냈으나 여자는 다만 위로의 말을 건넬 뿐이었다.
 
저녁 여섯 시.
기백은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어스레한 보랓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불꺼진 전등이 희뿌옇게 일렁였다. 이윽고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기백은 자신이 울었던 때를 생각해 보았다. 어릴적, 하교길에 오토바이와 부딪힌 적이 있었다. 기백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다행히 위급한 사고는 아니었다. 몇군데 골절상으로 입원을 해야 했었는데, 붕대에 꽁꽁 묶인 기백의 모습에 어머니는 병상앞에서 몇시간을 울었다. 그때 기백도 눈물을 흘렸었다. 하지만 지금과는 조금 다른 눈물인듯 했다. 훨씬 더 어릴때였다. 기백의 초등학교 졸업식날. 사정상 졸업식에 가족 누구도 참석할수 없었다.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기백은 학부모석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았다. 기백은 돌연 눈물이 나올것 같아, 노래 도중 대열에서 이탈해 아무도 없을 4층 화장실로 달렸다. 그리곤 선생님이 기백을 찾을때까지, 아무도 오지않을 교문을 울며 바라보았었다. 그때의 눈물과 조금 비슷하다고 기백은 생각했다. 혼자 있다는 생각에 기백은 슬펐다.

 

그 날이 지나고 한 달 후.
기백은 첫 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염 내과 로비. 처음 월차를 써보았다. 병원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되어갔다. 교수 진료실 문 옆에는 전광판이 달려있었다. 이*백. 불빛이 켜지고 기백은 방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매우 좋습니다. 초기 단계에 발견을 한 듯 해요. 바이러스 수치도 높지 않고 CD4 수치도 정상 범주에 들어가 있어요. 다만 이제 약을 꾸준히 드시면서 바이러스가 미검출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요."
의사가 말했다. 기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이어 말했다. 먼 미래에, 기백이 혹시나 이 병으로 입원을 하는 경우, 그의 가족에게 알릴 것 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기백은 잠시 생각했다. 밥을 먹는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회에 깊게 박힌 통념은 그들을 마음 아프게 할 것이다. 기백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했다. 의사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기백과 의사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 이라 말했다.
 
기백은 한 달 치의 약과 함께 병원을 빠져나왔다. 하루에 세 알. 키벡사 한 알, 레야타즈 두 알. 다음 달 방문일 전에 채혈을 할 것. 기백은 간호사가 적어준 것을 꼼꼼히 되뇌었다. 집에 오는 길은 볕이 따사로웠다. 미지근한 바람이 좋아 기백은 한강변을 걷기로 했다. 한강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공 놀이를 하며 한껏 봄을 즐기고 있었다. 기백은 눈을 감았다. 바람 소리와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들렸다. 단, 흘러가는 강물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용하게 흘러가자. 기백은 조용하게 흘려보낼 자신의 삶을 생각했다. 조용히 흘려보낸다면 아무도 물살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도 자신의 가족도. 이대로 모든 것이 계속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미지근한 바람에 조용히 나직였다. 눈을뜨자 약 봉투가 손에 보였다. 하루에 세 알. 기백은 급하게 자리를 떴다.
 
다시 일요일 저녁.
그렇듯 기백의 온 가족이 모였다. 집에서 먹는 저녁. 식탁 위엔 게발 선인장이 있었다. 누나는 요즘 자신에게 연애를 걸어 보이는 남자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어머니는 기백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네? 뭐가요?"
기백은 들킨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인장 꽃말이야. 너 보고 싶다고 했잖아. 기백은 안도했다. 예뻐요. 엄마처럼.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그런 말 말라며 웃었다. 기백은 입에 밥을 쑤셔 넣었다. 문득 기백은 느꼈다. 가족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을. 불편한 느낌조차 드는 듯했다. 식탁엔 기백의 껍데기만 앉아 있는 듯 했다. 입속의 밥알이 매우 껄끄러웠다. 다음 주는 약속이 있다고 할까.
 
그 때, 기백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빈우. 기백은 조용히 잠금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을 넣으려는 찰나 짧은 진동이 다시 울렸다. 문자가 왔다. 빈우였다.
'형, 저 HIV 양성이래요. 제발 전화 좀 받아줘요.'
기백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설마 나인가? 아니면 녀석이었나? 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기백의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전화를 받는다면, 녀석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상상이 전혀 되질 않았다.
"기백아 무슨 일 있니?"
어머니가 말했다.
"아니에요. 문자가 왔어요. 스팸."
기백은 둘러댔다.
"너 요즘 입맛이 없나 보구나. 아직 반도 못 비웠네. 다음 주엔 너 좋아하는 거 해야겠다."
"아니에요, 점심때 뭘 잔뜩 먹어서 그래요. 저 잠깐 화장실좀 갈게요."
조용히 흐르던 기백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화장실 문을 닫고 기백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넘실거리는 불안감 속에, 이상한 설렘이 느껴졌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녀석은 기백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느낌을 기백은 느꼈다. 혼자가 아닌 느낌. 녀석이 기백을 원망하더라도 상관없다. 기백은 녀석이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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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4601
    2017.05.22 07:47 신고 [Edit/Del] [Reply]
    ㅅㅂ 아무 똥꼬에나 콘돔도 안끼고 쳐 싸질러데니까 에이즈에 걸리지 으 드러운 똥꼬충들 으 드러워 사회의 암적인 새금기생충 색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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