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일교차가 점점 커지고 해가 지면 쌀쌀하더니 이제는 한낮에도 느껴지는 그늘속의 선선함은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땀이 많은 편이라 여름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을이 그저 반갑습니다만 아쉬운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요. 커진 일교차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지난 9월 7일 행성인 사무국 활동가와 저는 대전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악 저지 운동본부 투쟁을 함께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습니다. 성소수자 기반의 운동단체가 없는 곳에서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운동이라 다소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비수도권 지자체 곳곳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삭제하려는 꼼꼼한 시도들에 지역 성소수자와 정당이 맞서기로 했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고마움, 연대의 의지가 솟아올랐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같은 곳을 향하는 마음은 이내 가까워졌습니다. 함께 시의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난 후 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릴 때에는 먼 거리로 인해 자주 함께할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물리적인 제약을 넘어서 힘을 보태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소수자로서 겪게 되는 차별과 혐오의 경험은 비슷한 시선에 놓인 다른 곳을 바라보도록 이끌었고 인권감수성에 대해 고민해보게 만들었습니다. 행성인의 일원이 되어 지역, 성별, 성적지향, 장애, 국적, 환경 그리고 경제적인 부당함에 맞서 연대하는 일에 이제 겨우 1년 남짓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낯선 이를 마주하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대의 경험은 매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우리는 시간적·물리적 제약 그리고 각자가 가진 관심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내 주변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눈길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행성인에서는 회원들이 가진 다양한 욕구들을 확인하고, 회원여러분과 더 가까운 행성인이 되고자 하반기 기획으로 10월과 11월에 걸쳐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강좌를 준비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학교는 인권 전반을 훑는 강의부터 연대, 장애, 역사, 환경, 빈곤, 여성, 노동, 건강, 이주라는 다양한 주제로 열립니다. 회원여러분들이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인권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인권감수성과 연대의 깊은 의미를 새길 수 있다면 더할 바 없겠습니다.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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