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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혐오와 차별을 부채질할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 노동개악’에 반대합시다.

by 행성인 2015. 9. 21.

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

 

 

 

사진 출처: 민주노총

 

행성인 회원/후원회원 여러분께,

 

운영회원 나라입니다.

 

지난 주말 행성인에서는 트랜스*노동권을 주제로 트랜스*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과 노동 경험을 나누며 인상 깊었던 지점은 성소수자에게 행복한 일터가 모두에게 좋은 일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급여와 노동시간을 비롯한 노동조건이 나쁘면 직장에서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물론, 반대로 노동조건이 좋아도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공간에서는 당연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은 조각난 파편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실체이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권이 ‘노동시장 구조개혁’, ‘노동시장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노동개악 정책입니다. 말로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번 노동개악의 핵심은 “더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임금삭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나이든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로 노후를 박탈당하고, 파견 전면 허용과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으로 청년들은 계속 비정규직 일자리를 강요받고, 기업주에게 자의적 판단에 따라 손쉽게 해고시킬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 이번 노사정 야합의 내용입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권리를 약화시켜 경제 위기 속에서 재벌을 비롯한 기업주들의 이익만을 보장하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노동조건의 후퇴로부터 자유로울 노동자는 없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은 소수자들을 차별에 더 취약하게 만듭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가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키운다는 사실입니다. 불안한 미래와 희망 없는 현실 속에서 이미 이주민 혐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해 불만의 화살을 돌리는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과 제도적 차별이 아무런 제재 없이 용인되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박탈감과 불만이 성소수자 집단을 향한 폭력과 범죄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지 않을 여지는 없습니다.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일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지키는 일임과 동시에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 조건을 다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행성인은 지난주 노동개악에 반대하며 민주노총의 9.23 총파업 계획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또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다양한 의제들을 둘러싸고 변화를 요구하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2015년 민중총궐기에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행성인의 무지개깃발은 언제나 저항 속에 있었고, 그 속에서 연대와 희망을 찾았습니다. 노동개악에 맞서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싸움을 지지하고 연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