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행성인 회원이 되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배우는 동안, 우리에게 미처 생각치 못했던 많은 가능성과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리고 노동권팀의 일하는 성소수자 모임을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터에서의 어려움, 강요된 성 역할과 구분, 높은 취업 문턱, 아웃팅과 따돌림, 해고 종용과 같은 사례들. 이를 들으며 나는 내가 겪은 막연한 두려움과 예민함, 동료들의 농담에서 받는 생채기를 다른 이들의 경험과 동일선상에 은근슬쩍 끼워놓고 공감을 표시하곤 했지만 어쩐지 창피했다. 그럼에도 '우리'라는 표현을 계속하기 위해, 혹은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회원이라는 사명감으로 입장 차이를 넘어 모든 고충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겪는 차별의 크기와 고통의 강도가 제각기라는 사실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억압은 다양하고, 저마다의 삶은 그중 몇몇에 걸쳐 있으며 어떤 때는 피억압의 반대편에 놓이기도 한다.

 

과도한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어려움은 정체성을 가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식별되는 생물학적 성별과 그에 따라 강요되는 성 역할이 성소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에게 잘 맞는 옷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이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고, 시스젠더 이성애자와 같은 권리를 달라고 말하는 대신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회사 내의 몇 안되는 여성이 사무실 분위기를 밝혀주어야 한다는 말에 침묵하던 다수의 한 사람이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동성애 비하적 농담을 받아 넘길 때에도 주변에 성소수자가 나 뿐이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나는 늘 ‘을’에 동조하고 ‘갑질’에 분노를 터뜨리지만, 관리자 또는 서비스를 받는 입장일 때 나의 모습은 어떠하였던가. 또 다른 예로, 나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고 학력과 학벌에 기반한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짧은 학력에 '실력이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하기를 즐겼으며, 그럼에도 능력이 떨어지면 학력을 탓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사실 짧은 학력에 대한 보편적 편견에 선을 긋고 자신을 분리해내는 시점에서 이미 나는 차별과 무관할 수 없으며, 중졸이란 꼬리표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 타자에 불과했다.

 

활동을 통해 나는 뒤늦게나마 이런 것들을 인정하게 되었고, 또 고백하는 일에 점차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후의 실천과 역할을 묻는다면, 떠오르는 것은 약간의 개인적인 반성 뿐이다. 활동을 벗어난 일상에서 깨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데는 만족했으나, 그것으로 토론하는 일은 없었다. 활동에서 얻은 자신감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일터에서 커밍아웃하고  주변에서 응원도 받았지만, 인정 너머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해왔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누구나 나처럼 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과도한 학업에 시달리는 사람을 보면 나처럼 그만두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지만 끝내 지껄이지 못한다.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얕은 이해가 다른 곳에서도 이어진다. 연대란 이름으로 여러 집회를 나가는 동안에도 연결고리와 가능성을 고민하기 보다 그저 자신의 나은 상황을 바탕으로 동정을 표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증명하는 데 몰두한 건 아니었을까. 이렇듯 허술했으니 굳이 자신의 논리를 치밀하게 다듬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하면서 단체 안에서 차이를 발견했을 때 '우리'라고 허둥대며 땜질한 것은 당연했으며, 한편으론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의 문제에 자기 일처럼 참여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을 볼 때 신기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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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니
    2017.02.02 01:47 신고 [Edit/Del] [Reply]
    이미지 퍼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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