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회원들은 이번 노동절에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색색의 피켓에 우리의 다양한 구호들을 담아 선전전을 진행했는데요. 여기서는 각 피켓의 내용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기독자유당은 인권침해당! 차별을 멈춰라! 국가인권위 집단 진정 함께해요!
기독자유당은 지난 총선에서 동성애 혐오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정당입니다. 이들은 유명인을 섭외해 tv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하고, 거리 서명을 진행하는가 하면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 공약을 공보물에 포함시켜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죠. 동성애자와 무슬림을 각각 에이즈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는 이들의 주장은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여 차별을 선동한다는 면에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이들은 2.64퍼센트의 정당 득표를 함으로써 하마터면 원내정당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종교를 내세워 배제와 혐오를 조장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모두의 삶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에 행성인은 무지개행동과 함께 기독자유당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하기 위한 서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니폼 강요 말라! 젠더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젠더 표현(Gender Expression) 혹은 성별 표현이란 복장, 머리스타일, 행동, 말투 등 특정 문화 속에서 특정 성별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말합니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역할과 일치하지 않는 성별 표현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입사나 승진에서 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거나 성희롱 혹은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터에서의 차별과 폭력은 완전히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합니다. 성별 표현을 강요당하는 것은 비단 성소수자만이 겪는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러한 불합리한 차별을 비롯한 편견과 모든 폭력에 대하며, 누구에게든 정형화된 젠더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공공기관 성중립 화장실 의무화하라!
트랜스젠더는 양성으로 구분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정한 성별의 모습을 강요하는 화장실 문화는 트랜스젠더 뿐 아니라 성별 표현이 다른 성소수자들이 화장실 이용을 기피하게끔 만듭니다. 모욕적인 시선과 발언을 경험하거나 이용이 제지당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해외에서는 성중립 1인 화장실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미국의 백악관에 선도적으로 설치되기도 했죠.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행해야 합니다. 비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노동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듯 비용 또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모든 소수자들의 문제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건물부터 1인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함께 요구합시다. 자세한 내용은 이 문제를 다룬 아이반 코요테의 테드 강연 영상과 국가인권위원회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의 관련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노동자와 소수자의 적! 어버이연합 / 엄마부대 봉사단 해체하라!
어버이연합-전경련-청와대 더러운 커넥션 조사하라!
영화 '불온한 당신'에 나오는 것처럼 성소수자에게 비인간이라는 낙인을 찍고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 사회적 소수자와 정당한 사회 비판을 종북으로 내모는 이들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퀴어퍼레이드에 맞불 집회를 놓은 어버이연합, 동성혼 반대 기자회견 등 동성애 ‘반대’ 활동을 벌이는 엄마부대 봉사단이 그 예입니다. 종북몰이 같은 낙인은 사회 구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비정상 혹은 낙오자로 규정하고 괴롭히고 추방함으로써 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합니다. 그 결과 건전한 논의를 통해 사회를 바꾸어나가지 못하게 되고, 이야기되지 못하는 문제들은 갈수록 많아져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듭니다. 이런 일들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 원한다! 노동시간 단축하라!
성과급제. 비정규직 확대 노동개악 반대한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하라!
최저임금 1만원 보장하라!
일과 여가의 적절한 균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성소수자 뿐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미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정부는 노동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상시적인 해고의 위협을 가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경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지만, 설혹 그렇다고 해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책임은 모두가 나누어 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언제까지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누군가의 '성과'가 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다른 미래를 요구합니다. 한치 앞도 내볼 수 없는 가운데 홀로 불안에 떨어야 하는 각자도생의 사회가 아니라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합니다. 저성과자가 될까봐 항의도 못한채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일터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가운데 함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일터를 요구합니다. 빈곤이나 불안 때문에 만남도 휴식도 없는 삶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우리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삶을 요구합니다. 120여 년 전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반대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저녁이 필요합니다. 상사의 카톡을 상대하고, 해고에 대비해 스펙을 쌓고, 부족한 지갑을 채우기 위해 또다른 일로 채워지는 저녁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거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휴식을 취하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故 한광호 열사 정신 계승투쟁! 노조탄압 중단하라!
고 한광호 열사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에 다녔던 노동자입니다. 유성기업에서는 일찍이 야간 노동으로 인한 산재 사망자가 생기면서, 노조와 사측이 주간연속 2교대제(야간노동철폐)를 시행하기 위한 교섭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을 투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측은 폭력, 징계, 고소 고발 등으로 노조원들을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고, 고인 또한 징계와 고소 고발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노조원들의 상당수가 우울장애 고위험군에 속해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 노조파괴 컨설팅으로 악명높은 창조컨설팅의 개입, 현대기아차의 관여 정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한 싸움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성소수자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일터를 원한다!
노조에서 성소수자 인권교육 합시다!
성소수자 노동자여 단결하라!
우리는 집회처럼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주장을 알려 왔습니다. 새삼스러운 것은 우리도 노동자이기에 사회의 여러 모순과 어려움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문제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저성과자 낙인과 부당해고는 누구에게나 어떤 다른 이유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웃팅으로 성소수자를 괴롭히는 직장에선 다른 종류의 폭력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또 성별 표현에 따르는 차별을 없앨 수 없는 곳에서는 다른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일도 요원할 것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에게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일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효율을 이유로 노동자를 배제하지 않는 민주적인 노동조합은 모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평등한 일터,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일터와 사회는 분명 가능한 미래입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않고 상상하면서 그런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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