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을 조금 보태서, 케이블채널의 보급화 덕에 리모컨을 돌리면 커밍아웃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국내의 헤드윅 바람을 타고 날아온 존 카메론 미첼이 올림픽공원에서 콘서트무대도 서고 있는 요즘이다. 체감 상으로는 게이=트랜드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도 이제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성소수자 모델이 이전보다는 다양해진 듯 보인다. 바야흐로 퀴어 만세(!)라고 해야 할까? 이제 LGBT라는 화두는 컨텐츠의 익숙한 메뉴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컨텐츠의 수적 증가가 LGBT들의 사회적 위상은 고사하고 LGBT에 대한 이해정도와 상관관계를 갖느냐의 질문에는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권에서 LGBT의 이해정도라니, 허허허
양질의 컨텐츠에 대한 절실함은 이런 식상한 오프닝 멘트를 유효하게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명분을 제공한다. 컨텐츠들이 소비상품으로 전락한다는 문제여부를 떠나서 좋은 컨텐츠들은 기존의 것들을 피드백 해주면서 의식을 상기시키고 사유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테니까. 가령, 트랜스 젠더의 경우 그들의 존재가 인식된 데에는 하리수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트랜스젠더’라는 존재의 가시화는 동시에‘연예인’이라는 직함에 따라오는 상품성과 스테레오 타입을 양산하는 문제들을 함의한다. 이런 측면에서 <3 X FTM>은 트랜스 젠더, 그 중에서도 대중에게는 비교적 인식되지 못했던 FTM (Female Toward Male의 약자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에 대한 접근을 구체적으로 열어놓는다.
<3 X FTM>은 세 명의 FTM을 인터뷰하고 일상을 따라다니는 형식으로 짜여진 다큐멘터리 컨셉의 작품이다. 제작의도에 있어 다수의 성전환자를 캐스팅한 점은 복수의 인물들을 통해 FTM으로 살아가는 삶의 다양성을 담아냄으로써 일반화될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이리라. 아닌게 아니라 저들은 호르몬주사를 맞을 때 느끼는 일치감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자신을 남성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천생 남자’라고 말하거나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회고하며, 사회가 요구한 것이 남성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이전의 여성으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부정하고 싶다거나,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FTM으로 불려지고 있음에도 저들은 각기 다른 삶의 관점들을 갖는다.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된 사회체제에서 그들은 여느 누구들처럼, 혹은 누구보다도 외부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기에 호르몬 주사를 맞고 수술을 준비한다. 비단 일반화된 규정들로 고착된 외부와 갈등하는 상황은 우리에게도 낯설지가 않지만, 그들은 자신의 신체 자체로 이미 사회를 향해 존재에 대한 인정을 호소하고 있다. 성전환자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의 삶은 가족들에게 버림받거나 기나긴 설득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들은 여성의 흔적을 감추고 철저히 남성으로 보여야 하는데, 더욱이 행정상 문제는 단순히 주민등록번호의 뒷부분 첫 숫자를 1로 바꾸는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고 ․ 여중의 ‘여’자만 빼도 직장에서는 문서조작으로 사직당할 수 있으며, 때때로 자신을 간성으로 말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권을 만들 때는 병무청에서 옷을 벗어 확인시켜줘야 했다는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백태까지 논하고 나면 그야말로 성전환자들에게 모든 일상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트랜스젠더를 생물학적 성의 포기와 지향하는 성의 선택, 혹은 두 가지 성의 교차 정도로 정리하기에는 사회맥락과 행정적 절차, 세상을 대하는 은폐와 갈등의 양상이 간단치 않다. 문제들에 부대껴 살아가면서 그들은 이제 자신에게 의문부호를 붙인다. 나는 왜 여성/남성을 선택하는 걸까? 내가 포기하고 선택하는 여성과 남성은 그 자체로 순수한 속성을 가지는 걸까? 그것들은 상당부분 사회에 의해 구성된 성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여성성은 뭘까? 나의 남성성은 뭐였지? …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는 누구지? 문제는 외부와 내부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완벽한 해답은 보류된 채 문제들만 늘어난다.
내용을 전달하는 데 있어 카메라는 1:1밀착에 상당한 비중을 두며 생활 속에 산재한 갈등과 고민들을 보여준다. 자취방, 일터, 학원을 따라다니며 담아낸 일상의 소소한 방어와 투쟁들, 인터뷰와 나레이션에 비해 적은 대화 씬. ‘비정규직의 독신 FTM’이라는 상황적인 맥락과 함께 개개의 일상이 렌즈에 투과되면서 고립감은 이중으로 다가온다. 성우 나레이터만 없지, <인간극장> 류의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이 뭘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진솔한 고백, 생활 속에 홀로 맞서야 하는 갈등과 고민들만으로 인생을 살기에는 조금 지루하고 버겁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작품이 빛나는 이유. <3 X FTM>은 간간이 제작진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와 인물들과 섞이면서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설정되는 능동과 피동의 관계를 중화시킨다. 나아가 인터뷰와 관찰이라는 다소 일방적이고 경직된 형식에서 식사와 술자리 등 대화형식으로의 방향전환은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하는 바깥생활에 대한 인상으로부터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효과도 보탠다(이래서 술이 좋다). 인생 전반에 줄곧 따라붙는 시선들과 여성/남성이라는 껍데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편하게 보여주면서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보는 이들에게도 일종의 동화되는 느낌을 준다. 이런 효과들이 어쩌면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여부를 떠나) 관계에 대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건 아닐까. 타인을 대함에 있어 나 역시 타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 그것은 자기정체성의 확립 여부를 떠나 타인을 대하는 데 필요한 우리의 자세이기도 하기에.
<3XFTM 세명의 성전환남성 이야기>
제작 _ 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감독 _ 김일란
<3XFTM>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3f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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