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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올림픽특집 - 시즌의 절정에서 080817

by 행성인 2008. 8. 25.

볼거리와 만남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

                                                                                                                                                  웅


  혹자는 올림픽게임을 선진국들과 대기업의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대형 이벤트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거기다 짝퉁이 난무한 개막식에 엉망의 관중매너를 겸비한 중국의 올림픽이라면 안 먹을 욕도 더 먹을 상황이다. 부정하는 바는 아니지만(동시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웬만한 드라마의 재미를 능가하지 않나 싶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경기들을 챙겨보는 맛도 맛이거니와, 눈이 즐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니까(!).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올림픽 얘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몇 개씩 올라오는 걸 보면 ‘이 바닥’ 또한 올림픽 특수의 영향권에 들어온 듯 하다. 배우와 모델만 가득했던 사진게시판에도 이반 시티즌들이 올림픽선수들의 신선한 마스크와 적재적소(?)의 바디라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올려주니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생각해보건대 사람들이 꼭 올림픽을 돈잔치 내지 애국마케팅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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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경기소식 뿐 아니라 선수들의 사진은 이반시티의 사진게시판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내로라는 선수들이 용호상박의 결투를 치르는 데 경기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들의 비주얼에 눈이 가는 이 동물적 본능은 어쩔 수가 없다. 명색이 세계인의 축제인지라, 세계의 운동선수들이 결집하는 올림픽 기간동안만큼은 선수들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신수영복 바깥으로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며 승부욕 가득한 소년의 얼굴로 짐승처럼 포효하는 수영선수들을 보시라. 채널을 돌리면 야무진 허벅다리가 삐쳐나온 숏팬츠의 이용대선수가 므흣한 미소를 한방 날리고 있다. 타이트한 의상에 레슬링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왜 이렇게 미묘한 생각들이 드는 건지…. 도복 사이로 보이는 유도선수들의 탄탄한 갑바는 또 어떻고. 이들이 너무 노골적이라면 야구모자챙 사이에 걸친 포수의 날렵한 시선을 느껴보는 건 어떨런지.   훈훈한 마스크에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근육들의 향연에 혼을 빼고 있노라면 시선을 돌릴 겨를 따위는 이미 없다.


  자, 이제 침 좀 닦고. 경기에 몸과 정신을 집중하는 선수들에 대한 감상은 그들의 승리여부와 상관없이 올림픽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테네올림픽 이후로는 선수들의 개인 홈피까지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시대가 좋아지기도 했고. 하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이러는 내가 혹시 쾌락을 찾아 헤매는 외로운 하이에나쯤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미지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바닥 데뷔 이래로의 경험을 정리해보면 볼거리는 정말 넘쳐난다. 반면 제대로 된 만남의 기회는 더 좁아지는 것 같다. 이반시티만 해도 ‘만남게시판’에 채팅까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사진부터 공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성가시지 않은가. 그래도 예전에는 ‘숫자 세 개’만 말해도 얘기가 통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가능성을 안고 여지없이 만남을 갈구한다. 하지만 매번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흡사 가로등불을 배회하는 날파리처럼 가끔은 한심하고 처량해 보인다. 술번개를 나가면 그 얼굴이 그 얼굴, ‘족보’의 그물망은 점점 복잡해져 가는데…. 만남으로도 모자라 공유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사대부 곳간마냥 고갈되는 날이 없고 컴퓨터 하드는 나날이 동영상파일들로 잠식되어간다.


  정말이지 남는 게 없는 쾌락이다. 자위 이후의 신기한 각성이랄까, 쾌락의 도구들 속에서 영혼을 팔리고 나면 모든 게 부질없어지는 그런 기분. 하지만 이것도 잠시, 발정기의 리듬에 따라 며칠 혹은 몇 시간만 지나면 다시 컴퓨터 앞에서 자료검색, 또는 파워데이팅의 프로필 검색이 시작된다. 악순환의 반복들, 즐길 거리들은 많은데 즐겁지가 않으니.


  매체들이 눈과 귀를 뺏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걸까?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보다야 즐길 것들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혼이 다 빠져서 이후에 들러붙는 허탈한 기분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자기페이스는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앞서 제대로 된 만남의 가능성이 적어진 것 같다고는 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나까지 좁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사진에 디테일한 프로필 매뉴얼까지 읽게 되는 마당에 설렘이나 낭만은 이전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전략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면 아직 우울해하기는 멀지 않았나. 게다가 ‘짧게나마’ 쌓아온 연륜(?) 덕에 내 주변에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는 좋은 분들도 있는 걸 보면 이래저래 나의 이 바닥 생활은 남는 장사가 아니었을까?


  그러니 앞으로도 좀 더 머리를 굴려 따뜻한 마음을 먹고 뻔뻔해져서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그리고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에게 갖는 관심 반만이라도 주변사람들에 돌려 그들에게 애착을 갖고 매력을 찾아봐야겠다. 가능하다면 머리 속 공허한 판타지 로맨스와 백만 볼트의 오르가즘은 현재의 만남에 양보해야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T에게 소박맞고 며칠째 냉전 중)






웅 _ 동인련 걸음[거: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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