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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발행준비 1호] LGBT운동의 논점에서 바라본 미국소 수입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관한 소고

by 행성인 2008. 6. 21.

                                                                                                                   

웅 (동성애자인권연대 걸음[거:름] 활동가)



  문화칼럼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화두를 광우병으로 잡고자 하는 것은 비단 제 본분을 무시한 떡밥 강화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을 단단히 명기해 두고. 굳이 문화라는 분야가 해당 컨텐츠를 소개하고 새로운 해석의 시각을 제시하는 것만이 우선은 아니리란 생각에 본인은 동인련의 직접적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본 화두를 던지며 성소수자 운동의 방향과 접목하여 논하고자 한다.


  한미 FTA 이후 미국소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국민의 머슴을 자처했음에도 그와는 전혀 상관없이 소위 접대용 마인드를 여과 없이 발휘한 2MB의 미국방문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소 수입과 광우병에 관련된 PD수첩 방영 이후 상황은 한층 복잡해진 듯 하다. ‘광우병괴담’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들에게 미국과 한국정부에 관한 불신이 확산되어 청계천광장에는 매일같이 광우병 고위험군에 있는 미국소 수입반대 집회가 한창인 한편, 보수언론들은 미국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좌파의 선동으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으며, 미국 CEO들 앞에서 당당히(!) 미국소 전격 수입을 고한 바 있는 정부는 반대여론에 급급한 변명과 대책만을 난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브릭bric 등의 연구소들은 광우병괴담과 거리를 두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들의 접근도 대개는 가설에 붙여질 뿐 명료하게 규명되지 못하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화두를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위험성 여부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 문제는 어느 나라 소는 먹어도 되고, 어느 나라 소는 먹으면 안된다는 결론으로 소급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이는 애처로운 소 도축장면의 영상으로 환기될 경우, 정치적 문제보다는 동물의 생존권문제나 소비자의 건강위생문제로 귀착되기 십상이다. 광우병 문제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할 문제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뒤통수를 맞고 있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소 수입 문제에 있어 찬/반의 논리들이 상당부분 과학적 근거에 의존하고 있는 점인데, 이는 명백히 규명되지 못한 질병에 대한 가설을 자기논리로 가져오는 처사는 다분히 소모적이며 위험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생각해보면 성소수자에 관한 문제들도 꼭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의 발생 원인부터 치료법에 감별법, 게이 코드로 설명되는 스테레오 타입까지. 가설들이 설왕설래 하는 동안 정작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은폐된 환경 안에서만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괜히 밤문화와 게토, 주말게이가 생겼으려고! 헌데 지나칠 수 없는 건 이젠 조금 사그라진 듯한 LGBT프라이드 운동 역시 이러한 차별적 개념과 통계들에 의존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몇 달 전 동성애자 인권연대에서는 ‘반(反)낙인운동’이라는 모토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낙인’이라는 뉘앙스가 거슬리지만, 과연 우리가 그토록 얘기하던 정체성이라는 것들이 낙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트랜스젠더의 차별의 굴레를 던지면 그야말로 자유인이 되는 걸까? 글쎄… 적어도 우리의 프라이드 운동에서부터 반낙인운동까지는 기존의 낙인을 우리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굳이 이런 얘기를 나란히 놓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과학적’이라는 소음들에 지나치게 얇은 귀를 펄럭이지 말자는 뜻에서 하는 얘기라고 답해드리련다. 분명 과학적 연구는 병행되어야겠지만, 미국소가 의외로 광우병확률이 적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봐주고 먹어도 되는 건지,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미국소는 수입금지 하는 대신 한우보다 저렴한 호주소나 캐나다소를 먹으면 해결되는 건지,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통계적이고 추론적이기만한 연구결과들을 재껴 놓고 차 떼고 포 떼서 현 정부를 최대한으로 봐주더라도 FTA를 통해 돈 좀 더 벌자고 한우농가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아, 원산지 표기와 브랜드 지원금이 있었군화…ㄲㄲ 장난하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연구들을 뒤엎고 어떠한 검역기준의 권한마저도 놔버린 이 판타스틱한 시츄에이션은 국민건강과 경제권을 접대용 서비스 안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밖에는 여겨질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광우병 괴담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수입반대운동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하지만 이들의 논리가 괴담으로만 겉돌아 맹목적인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선전과 은폐로 얼마든지 묵인될 수 있으며 단순한 냄비근성으로 치부되어 금방 식어버릴 우려가 있기에, 광우병 발병가능성여부의 모호한 논박 이면에 넓은 국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쇠고기 수입문제가 근본적으로 미국소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 그게 광우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번 먹으면 장담 못한다는 다소 과장된 뻥의 한편에는 이제 광우병은 사라질 질병이라는 조중동의 SF소설들이 시리즈로 대기중이니까. 적어도 동급으로는 취급되지 말자는 얘기인데, 역시 성소수자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통신에 의하면 최근에 동성애자 반대모임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외골수들의 수준에서 일일이 진지하게 대구하다간 우리만 늙어죽고 말게 분명하다. 어디서부터 설득을 해야 할지, 어떠한 전략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대중운동을 지속적으로 끌어갈 것인지, 다소 허황된 데이터들도 전략상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 인생전반을 포커페이스 연애전략으로 도배해온 본인인지라 이제는 모든 것들이 전략의 문제로만 보인다고 얘기하면 세상 참 부질없어 보이겠지만(머리가 다 부서진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_지난 5월 17일 '미친소, 미친교육, 미친정부 촛불문화제' 에 참가해
피켓팅과 유인물 나눠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