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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모임/대학 성소수자 모임

대학성소수자모임의 떠오르는 샛별,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5. 11. 2.

인터뷰 한 사람: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 SB(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대표)

 

속기: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웅: 본인 소개 해주세요.
 
SB: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창립자이고, 지금은 대표를 맡은 SB입니다.
 
웅: 인터뷰 수락 감사하고요. 숭실대 모임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SB: 저희 모임은 올 봄 학기에 만들어진 숭실대학교 학내 성소수자 커뮤니티입니다. 학내 구성원 중 성소수자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모임이에요. 매달 정기모임을 갖고, 이번 학기에는 인권영화제를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웅: 본 인터뷰에 앞서, 많은 성소수자 대학 모임 중 웹진팀이 왜 숭실대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시나요?
 
SB: 아무래도 제가 귀엽기 때문이 아닌가. 글쎄요. 신생모임이라서 그런가. 요새 보면 다른 학교는 20주년이 됐고 그만큼 안정된 모임들이 많이 있잖아요. 우리 모임 같은 경우는 올해 막 생긴 신생 모임이라서 그런가?
 
웅: 여러모로 눈에 많이 띄었던 것 같아요. 올해 발족해서 인권영화제까지 개최하고. 본인이 발기인이기도 하고. 이전에도 숭실대에 성소수자모임은 있지 않았나요?
 
SB: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다음 카페에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저도 거기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밴드나 카카오스토리로 조금씩 플랫폼을 옮겨 다니다가 사실상 형해화 된 상황이었죠.
 
웅: 그러면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SB: 저는 21살 때 커뮤니티에 처음 나왔어요. 입대 직전에 친구사이에서 자원활동을 잠깐 했습니다. 그 후로 점차 이쪽 친구들을 사귀다보니, 다른 학교에는 성소수자모임이 다 있더라고요. 저는 학교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이미 오래된 모임도 많고, 많은 일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잡지도 내고 영화제도 하고…. 무엇보다 학교 안에서 자기들끼리 가깝게 지내고, 대학시절이라는 그 삶의 기간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부러웠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에도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막연히 바라고만 있었는데,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더라고요. 결국 ‘나라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언젠가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시 동인련 웹진에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를 인터뷰한 글을 보게 됐습니다. QUV 측에 연락을 해서 2014년 초, QUV 초창기에 행정팀 회의를 한 번 갔고, 큐브 발기인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임 설립을 고민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보통 보면 뜻있는 몇 명이 시작하는데, 뜻있는 몇 명이 없는 거예요. 그 당시 맘을 굳히기 전이었고, 많은 어려움들을 확인했죠.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고민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키워가다 보니 언젠가부터 마음의 준비가 되더라고요, 그해 말에 있었던 무지개 농성에서도 많이 자극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웅: 짧은 시간에 만들어져서 조직까지 하게 된 건데, 어떤 과정들을 거쳤나요?
 
SB: 작년 말부터 물밑 작업을 했죠. 우선 학내에서 같이 할 연대단위가 어디 있을까 살펴봤는데 마침 총여학생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총여학생회 페이스북에서 공약집도 찾아보고 했는데 연대 사업 파트에 성소수자가 가장 먼저 쓰여 있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청소노동자, 장애인등이 있는데 성소수자가 가장 먼저였어요. 포스터나 슬로건에도 무지개가 항상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따로 올 2월에 총여학생회장을 따로 만났죠. “성소수자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사람도 조직도 돈도 없다. 총여학생회가 도와줘야겠다.” 그런데 뜻이 잘 맞았어요. 총여학생회도 풍족한 조직이 아닌데,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움줬어요. 덕분에 학기 초에 현수막 홍보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에선 SNS를 중심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고요.

 

 

학내 현수막 홍보

사진 출처: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페이스북 페이지

 

 

웅: 다른 학교 같은 경우에는 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친목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숭실대 모임은 사전에 물밑 작업을 계획한 것처럼 보이네요. 연대 단위를 물색하고, 펀딩을 받고, sns로 홍보도 하고. 처음부터 오픈된 모임을 만들 계획이었던 거예요?

 

SB: 원론적으로 그게 맞는 방향이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요. 아울러, 제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모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깃발을 꽂고 사람들을 모아야 했던 거라 현실적으로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했고요.

 

웅: 지금 회원은 몇 명이나 돼요?
 
SB: 20명 조금 상회하고요. 모임하면 열 명 내외의 회원이 나오고 있어요.
 
웅: 회원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SB: 별도의 리스팅 하지 않고요. 가입 메일을 소정의 양식 갖춰서 받고 있는데, 그걸로 파악하면서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웅: 학교에서도 종종 만나요?
 
SB: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별개로 영화제 같은 행사를 하면 오는 사람들도 있고요. 맨날 만나서 술 먹고 이러진 않아요.
 
웅: 모임 구성원의 정체성이나 성비는 어떻게 되나요?
 
SB: 성비는 비슷하고요. 놀랐던 게 제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정체성이 다양해요. 젠더퀴어도 여러분 있고.
 
웅: 연령대는요?
 
SB: 다양한데 새내기들이 꽤 있어요. 꽤 되고. 대학원생도 있고. 성소수자인 학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환영하니까, 교직원도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웅: 모임 운영은 SB 혼자 하고 있나요?
 
SB: 맞아요. 유감스럽게도. 운영진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웅: 모임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어요?
 
SB: 비정기적으로 내부교육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다호 때는 아이다호 관련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퀴어퍼레이드 때 참여하기도 했고요. 일전에 故육우당 관련 글을 읽고 내부교육도 했어요. 이번 학기에는 인권영화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웅: 너무  호구조사만 하는 것 같네요. 인권영화제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9,10,11월 홍보 포스터

사진 출처: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페이스북 페이지

 

SB: 올해 막을 올린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는, 캠퍼스 안팎의 다양한 소수자/인권 의제에 대해 학우들과 함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목표로 꾸려진 행사에요. SSU LGBT와 총여학생회, 사회대학생회, 박래전열사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하고,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이 후원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웅: 인권영화제 반응은 어땠나요?

 

인권영화제 9월 행사

사진 출처: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페이스북 페이지

 

 

SB: 9월에 첫 작품으로 <퍼스트댄스>를 상영했어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류민희 변호사님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일반 학우들도 많이 왔고, 학교 외부에서 성소수자들도 많이 왔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영화도 좋았다 하고요. 학내에서 쉬이 접할 수 없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코멘트가 많았어요. 모임 내 회원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사회복지학부에서 성소수자 보건 관련 연구를 하시는 선생님에게 축사도 받았는데, 학교 교수가 나와서 축사하고, 본관에서 레즈비언 영화 틀고,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얘기하고 그러니까 그 자리가 의미 있었다고 하는 회원들이 많았어요.
 
웅: 영화제도 그렇고 현수막도 달고 가시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학내 분위기나 시선은 어떤가요?

 

 

학내에 부착한 인권영화제 홍보 포스터

사진 제공: SB


SB: 저는 당사자니까 제 주변에서 반응들을 듣는 데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겠죠. 그런데 일단 관심은 꽤 있어요. 그게 호기심이든 뭐든 관심이 꽤 있고, 학우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우호적인 것 같아요. 현수막을 건다던지 포스터를 붙인다던지, 페이스북 홍보하는 것들에 반동이 올 것을 예상하고 각오도 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훼손이나 악플같은 게 전혀 없거든요. 한 번도 없어요. 다만 학교 측에서. 우리가 3월 1일에 현수막을 걸었는데 바로 그날 오전에 교목실에서 총여학생회에 전화가 왔대요, 환담 좀 하자고. 부른 다음에 말을 하는 게, 어느 학생이 교목실에 컴플레인을 했대요. 기독교 학교에 이런 것이 가당키나 하냐. 그리고 총여학생회는 무슨 관계냐 부터 현수막 내리면 안 되겠냐는 압박도 받았고요. 그렇지만 떼진 않았어요.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래서 잘 게시했습니다. 영화제 할 때도 대관불허/대관취소 당하는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서 야외에서 상영할 계획까지 세워뒀는데, 별일 없었네요. 학교 측과 싸우게 되면 나름의 장점도 있겠지만, 아직 초창기인 만큼 순항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웅: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나요?
 
SB: 그게 1학기 초 3월 일이고, 그 이후에는 없었어요.
 
웅: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가 힘들다거나 그런 건 없겠네요.
 
SB: 우리가 아직까지 많은 일을 하지 않았고 활동한 기간도 짧아요. 본격적으로 가시화 된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죠. 지금까진 나쁘지 않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웅: 운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다거나 고민되는 건 없어요?
 
SB: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 다만 고민되는 지점은 제가 시작한 모임이기도 하고 제가 많은 책임감을 괜히 스스로 느끼기도 하는데, 나는 가더라도 모임은 계속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모임이 지속가능했으면 좋겠어요. 오래 남아서 좋은 일들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학우들이 더 찾아오고.
 
웅: 모임의 성격은 어떤가요? 커뮤니티색이 짙은가요, 아니면 인권 모임의 색이 짙은가요?
 
SB: 모임 구상 단계에서부터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은,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요. 우리는 운동만 한다, 친목만 한다, 이런 것보다 일단 와라.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보고 결정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답은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3월에 창립총회를 하면서 질문지를 돌렸어요. 뭘 바라냐, 뭘 원하냐. 대부분 친목을 위해 왔는데, 그래도 운동, 교육 얘기도 많았어요.

 
웅: 모임에서 해보고 싶은 건?
 
SB: 해보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건데, 해야 할 게 있어요. 학내에 혐오발언이 많아요. 강의실에서 교수가 동성애는 정신병이고 더럽다는 얘기를 했대요. 이런 얘기들이 흘러들어오는데, 타이밍이나 이런 것 때문에 대응하지 않았어요. 못한 것도 있고. 대응 하려고 이전에 경험이 있는 고대나 이대 성소수자모임의 사례연구도 해보고 자보를 어떻게 썼나 보기도 했는데, 결국 우리가 대응하진 않았어요. 최근에 채플 시간에 외부연사가 왔는데, 자기네 성도들은 혼전순결을 다 지킨다, 신앙이 좋으면 월경통이 낫는다 등의 발언을 했어요. 총여학생회가 있으니까 그걸 듣고 진상조사 하려고 자보를 붙였는데, 교목실에서 먼저 사과문을 올렸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큰 싸움이 되진 않았어요. 이거야 워낙 수천 명이 보고 자보도 붙었고 해서 대응이 됐는데, 강의실에서 그런 말이 많이 나온다고 해요. 제가 듣지 못한 게 더 많겠죠. 누가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강의실이라는 공적공간에서 그런 상황들이 계속 될 것이고, 그 안에서 당사자는 상처받고 있을 거고. 어떤 단위이든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웅: 고민이 많겠어요. 학교 밖의 단체들과도 같이 대응해도 좋을 것 같고. 학교 밖 단체와 해보고 싶은 일은?
 
SB: 학내 커뮤니티잖아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작은 조각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기존 단체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사실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있어요. 지금 하는 건 연명 요청이 오면 연명하고, 기존 단체들의 행사나 세미나가 있으면 회원들에게 알려주는 창구 역할 정도거든요. 우린 작게나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성소수자커뮤니티 차원에서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에 참여 하고 있어요. QUV 차원에서는 어느 학교모임에 문제가 생기면 자보를 써서 연명하기도 하고, 모임 공식화를 비롯한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웅: 다른 학교 성소수자모임과 다른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SB: 그런 건 없어요. 그냥 내가 있는 학교에 있는 모임이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학교 성소수자 모임들이 고민하고 어려워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면, 어떤 모임이 오랜 시간 유지되고 발전되기까지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많은 힘을 들이는 시간들이 있어왔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겸손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우리학교가 서울대랑 가까운데요. 서울대 성소수자모임은 20년이 됐잖아요. 그 친구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거든요.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모임은 후발주자잖아요. 그런 만큼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웅: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에 대해 자랑해주세요.
 
SB: 대표가 예뻐요. 이걸 꼭 써주세요. 써달라고 했다는 것까지 써주세요.
 
웅: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SB: 저희 모임을 성원해주시고 오늘 이렇게 찾아주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과 그 독자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 글을 보고 있는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학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찾아오세요. 좋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10일,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에서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합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하오니 많이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뒤에는 신나는 뒤풀이!

 

 

※ 편집자 주

 

11월 10일 진행 될 예정이었던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행사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숭실대학교 측의 일방적인 대관 취소가 행해졌습니다.

 

<SSU LGBT>와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는 학교 측의 폭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11월 10일 오후 5시에 진행할 예정이며, 6시에는 예정된 영화를 숭실대학교 내에 있는 야외 공간에서 상영한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지지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숭실대학교 측의 대관 취소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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