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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

by 행성인 2016. 4. 26.

김수환(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

 

 

故육우당 13주기 추모 문화제 故 육우당 13주기 추모 기도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성소수자 부모모임과 성소수자 노동권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영위원 김수환(모리)입니다.

 

25일은 육우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13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에서 육우당 13주기 추모문화제를, 25일에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기독인들과 함께 향린교회에서 추모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육우당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 회원으로 2003년 4월 25일 행성인 사무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 동성애가 포함되어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차별로 판단하고 삭제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보수적인 교회들의 연합인 한국기독교총연맹은 죄악이니 유황불이니 하며 국가가 앞장서 동성애 확산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육우당은 이즈음 우리를 떠났고, 그가 남긴 유서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와 기독교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가 떠난 후 13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힘없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기만 합니다. 세월호 참사,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에이즈와 성소수자에 씌워진 낙인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가족과 친구를 잃고 남겨진 이들에게 세상은 위로가 아닌 모욕을 건넵니다.

 

꺼내면 아직도 아프고 슬픈 기억, 떠나간 이를 잊지 않고 기리는 것은 그들이 없는 세상에 남아 앞으로를 살아갈 우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생전에 외치던 구호가 여전히 우리의 구호이기 때문이고,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우리가 여전히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죽음에 익숙해지지 않듯, 차별과 억압에도 익숙해지지 말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보기에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이상한 생각, 이상한 외침, 이상한 행동, 이상한 연대를 일삼는 우리가 모여 이상한 저항을 계속합시다. 저들도 우리를 계속 보다보면 뭐가 이상한지 아닌지 헷갈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