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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신학대 다니는 애의 편지

by 행성인 2016. 6. 14.

신다애(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올해 3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 가입한 신다애(신학대 다니는 애)입니다.

개신교 집안, 미션스쿨 그리고 현재 다니는 신학교까지, 저는 언제나 기독교 집단에 속해 있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레즈비언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동성애 관련 특강을 하면 죄책감 때문에 갖고 있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웠습니다. 당시 다니던 미션스쿨에서는 제가 성소수자라는 이야기가 돌자 퇴학 이야기가 나오고, 저는 자퇴를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도록 성소수자 관련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초에 다녀온 선교(비젼트립)를 통해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하기로 확실하게 마음먹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쉘터를 만들겠다는 꿈이 생겼고, 당당하게 전도사님이있던 페이스북에 제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2014년, 생애 첫 퀴어문화축제에 갔습니다. 그 해 퍼레이드는 오후에 시작했지만 반동성애 보수기독교세력에 막혀 밤 10시에 겨우 끝났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SNS에 사진까지 올렸기에 최고로 행복했던 날로 기억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성소수자이거나 지지자라는 것이 발각될 경우 징계를 내린다고 엄포 놓습니다. 학교의 위협으로 이후 퍼레이드에서는 쉽게 얼굴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2015년에는 대구 퀴어퍼레이드만 갔는데 학교에 서울 퀴어문화축제 사진이 이미 퍼져있어 얼굴을 가렸고, 2016년에는 학교 사람들이 광장까지 들어와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의 가장 큰 정체성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반년 동안 혼자 활동을 하다가 2015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차세기연)에 가입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굉장히 만족스럽게 활동했지만, 평생 기독인 집단에 있었기에 종교성격이 없는 곳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던 차에 모리씨가 행성인을 추천하면서 브로슈어를 줬습니다. 평소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쉘터를 짓고 싶다는 꿈이 있는지라 단체에 청소년인권팀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제가 부모님께 커밍아웃 ‘비슷한’ 것을 했을 때 ‘이곳에 연락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공간이 성소수자 부모모임이었습니다. ‘이 곳이다!’라는 마음에 저는 바로 행성인에 가입했습니다. 가입한지 약 세 달이 된 지금은 청소년 팀에서 활동하면서 매월 진행하는 부모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저는 마음에 무리가 오는 것들은 피해 살았습니다. 그 중 가장 외면한 것은 뉴스와 사회운동이었습니다. ‘내가 해봤자 변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아예 세상과 차단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사회운동을 하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을 만나 세월호 참사를 접했습니다. 짧은 경험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배웠습니다. 아무리 불평해봤자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배웠습니다. 많은 배움을 통해 성소수자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던 제 틀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성인에 더 마음이 갑니다. 지금처럼 성소수자 이슈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어느 현장에 가도 행성인 깃발이 펄럭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 다양한 현장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