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참가기 4.


 


 친구와 단 둘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물었지요. “주말에 뭐 할거냐?” 저는 서울에 가서 ‘퀴어문화제’에 참석할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뭐냐는 친구의 질문에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당당하게 정체성을 드러내고 축제를 즐기는 자리라고 대답했지요. 5초 쯤 생각한 다음, 친구가 물었습니다. “거길 네가 왜 가냐?” 저도 5초 정도 생각한 다음, ‘뭐랄까, 인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라고나 할까-’라고 대답했습니다.(함양이라는 단어가 좀 우습지만, 정말로 저도 모르게 그런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친구는 희한하게 작동하는 조형물을 감상하는 표정으로 5초가량 저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습니다.


 “아 그래.”


 저는 같이 가자고 권했습니다. 저의 권유에 친구는, 다시 5초가량 머뭇거리더니, ‘거기 가서 내가 뭘 하냐’고 대답했습니다. ‘귀찮다’와 ‘나는 그들과 섞여있을 이유가 없다’가 반반씩 섞여 있는 듯한 말투였지요. 저도 더는 권하지 못했고 대화는 그쯤에서 중단되었습니다. ‘너가 거길 왜 가냐’는 친구의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나는 퀴어문화축제에 왜 가는가. 차별받는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인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다-라는 건 좀 너무 거창하고, 사실, 그냥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만 성적 다수자와 얼마나 다른 사람이길래 거리감을 느껴야 하는 것인지. 혹은 거리를 두고 싶어 해야 하는 것인지...


 사실 저에게도 성소수자란 그저 ‘어딘가 살고 있을 그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보는 것이 취미라 퀴어영화를 몇 편 본적 있는 것 그리고 티브이에서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뉴스를 봤던 것 정도가 제가 해본 ‘퀴어 관련 경험’의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본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참가 소감은 ‘기대한 것 보다는 별 감흥 없었음’입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구호를 빼놓고 본다면 여느 축제와 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흥겹게 놀면 되는 자리였던 것이지요. 돌이켜 보건데 저는 ‘퀴어축제’라고 해서 뭔가 ‘신기한’ 것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곳에서 본 성소수자들은 신기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다들 평범했지요. 대하는 법을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평범하게 대하면 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성소수자는 ‘어딘가 살고 있을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 걸 보면 저도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P6133959.jpg



 저 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편견이 다양한 높이의 벽을 쌓아 성소수자를 가두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편견의 벽들이 모두 악의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 노력 없이 속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물들어 가는 것이겠지요. 자신이 정상이고 소수자들이 비정상이라고 단순한 믿음을 주입받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다수자들은 당연스럽게 ‘정상’이라는 수식으로 자신을 꾸밉니다만 이성과 섹스를 한다는 이유정도만으로 ‘정상’이라는 수식을 달 자격이 있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돈이 매개된 강간’(성매매라고도 하지요)을 즐겨하는 이성애자를 여러 명 알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자신이 ‘정상인’이라고 생각하지요. 누구와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냐가 혐오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벽을 모든 사람에게서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낮추는 것은 노력하는 만큼(물론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하겠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야만성은 하루라도 빨리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소수자와 다수자를 막론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모든 소수자들이 편견의 벽을 지혜롭게 깰 수 있는 방안들이 튀어나오길 바랍니다. 저도 호모포비아놈들을 만나면 보다 적극적으로 호통을 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누구에게도 퀴어하지 않은 퀴어문화제가 되는 것이 퀴어문화제가 꿈꾸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승홍 _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club.cyworld.com/dary), 연대원주의대




저작자 표시
신고
  1. 나라
    2009.07.07 02:01 신고 [Edit/Del] [Reply]
    와, 잘 읽었습니다. 공감해요. ^^ 성소수자와 성다수자들 사이의 훌륭한 '다리'가 돼 주세요. ㅋ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