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이 글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 블로그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피아헌






도무지 생각해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게이’나 ‘퀴어’라는 이름을 두고 근심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도리어 그 이름들은 언제나 미지의 가능성과 전망이어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두근거리고,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삶을 열어 줄 것만 같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존재와 여러 삶의 양식을 궁금해하기보다는 당장 자신의 욕망과 이상형, 그리고 연애담으로 이루어진 것이 보통 친구들의 대화다. 뭐 으레 사담이란 건 그렇기에 나는 '공식적인 좌담'에 대한 기대가 맘속 어느 모퉁이에 계속 자리하고 있었던 듯싶다.


아무래도 그런 기회는 서울에 집중된 탓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에 부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심히 반갑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소모임 '전국 퀴어 모여라' 가 이번에는 내 거주지인 대전으로 온다는 소식을 페친을 통해 듣고, 연가까지 써 가며 매우 들떠 참석하였다.


1부는 '성소수자 지역 커뮤니티의 필요성과 애로사항'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소수자의 고립감 해소, 성소수자를 위한 정치 의제의 구심력,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과 수기의 공유, 성소수자로서 다른 성소수자에 대한 배움과 이해 등이 필요성과 관련하여 언급되었다.


2부는 각각 조를 나누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클레이 카드’ 그룹에 참여했다. 특정 주제와 질문이 적힌 카드를 무작위로 뽑아 개인적인 경험을 깊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삶의 극단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흐르는 가운데 그 경험 당사자뿐 아니라 청자의 인격도 단단해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비슷한 경험들이 공명하면서 그것들은 한층 더 두터운 의미가 된다.또 전혀 생소한 경험과 자기 해석을 접하며 우리가 은연중에 무엇을 좇고, 무엇을 거부해 왔는지 시야에 작지 않은 진동이 일기도 했다.

 


전퀴모의 야심작! 퀴어클레이카드


무엇보다 기대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주어 참 고마웠다.게이와 레즈비언은 물론, 성소수자라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지만 아직 자기 호칭을 정하지 않은 퀘스처너, 그리고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을 설명해 준 바이로맨틱 에이섹슈얼,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회원분과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했다는 자칭 '기혼 이반'까지.연령대도 10대에서 40대 이상까지 폭이 굉장히 넓었다.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1부와 2부 사이에 성매매당사자네트워크와 그 담론에 관하여 아주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는데, 이 '전국 퀴어 모여라' 모임과 그 이야기가 어떤 접점이 있는 것인지 개연성을 충분히 들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 커다란 이야기를 '얼렁뚱땅' 다루었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성소수자를 설명하는 이름과 개념이 워낙 많고, 그것을 모른 채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얄팍할 수밖에 없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성정체성을 밝히고 차근차근 서로를 배우는 분위기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의외로 성소수자는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지점이야말로 운영진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모임 내내 말을 했지만 지방에서 모임을 열어 주어 너무 기쁘고, 자주 만났으면 싶다. 이런 모임과 담화는 분명 바깥에서 겪는 폭력과 차별의 완충 지대가 될 것이고, 삶에 대해 다시 결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이쪽'이라 호명하는 내부를 되짚는 반성의 장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곧 또 있을 반가움과 즐거운 배움을 간절히 기약하며 후기를 이만 줄인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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