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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명절과 가족

[추석-커밍아웃] 커밍아웃으로 한 걸음씩!

by 행성인 2016. 9. 4.

라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얼마 뒤면 곧 추석이다. 큰 아이를 며칠 동안 실컷 볼 수 있는 날이어서 나는 추석이 참 좋다. 하지만 아이에겐 마냥 좋기만 한 날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는 성소수자다. 또, 성소수자 중에서도 MTF 트랜스젠더이고, 남성으로 패싱 될 수 있는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다. 우리 아이는, 그런 상태에서 추석을 맞이한다. 하여 성가신 일들, 혹은 상처받는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작년 추석엔 조카 녀석이 우리 아이를 보고 "(놀림조로) 여자잖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나는 "(우리 아이는) 여자야! 여자할거야!" 라고 가볍게 대꾸해줬다. 충분했을 진 모르지만, 나는 친척들 앞에서 우리 아이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이다.


물론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나는 커밍아웃을 지지한다. 그리고 커밍아웃은 한 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미 양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이번 추석도 위의 대화처럼 가볍게 터치할 일이 많을 것이다. 커밍아웃이 단순히 성소수자라는 ‘사실’하나 알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끊임없이 다른 부분들에 대한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나는 여태껏 그래왔듯 그런 ‘커밍아웃의 과정’에서 우리 아이에 대한 지지를 표할 것이다. 다만 나는 커밍아웃이 억눌린 감정의 폭발 형태가 아닌 대화의 형태였으면 좋겠기 때문에, 지나친 경우가 아니라면 저 조카 녀석의 경우처럼 가볍게 대응하려고 한다.


여하튼 이런 자잘한 성가심들에도 불구하고, 우리아이는 가족과 친척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성소수자로서, MTF 트랜스젠더로서, 아이에게 추석은 통상적인 의미가 아닐 텐데도 말이다. 굳건하고 마음 따뜻한 우리 아이에게 고맙다. 이런 우리 아이가 더 행복하고 편안한 추석을 맞이하길 바란다. 하여 친척들에게 아이의 화장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를 구했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마음껏 화장도 한 단계 '업'한 스타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성소수자분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추석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추석의 본래 의미에 진정으로 가까운 것일 것이다. 다양한 음식과 곡물로 ‘풍성히’ 수놓아진 추석처럼, 그 날에 모이는 사람들도 무지갯빛으로 다양하게 빛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