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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눈이 소복하게 쌓이듯 경험도 그렇게

by 행성인 2016. 9. 13.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행성인 웹진기획팀에서 활동하는 겨울입니다! 작년 여름 행성인에 가입했으니,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네요. 1년 사이에 졸업도 하고, 부모님에게 커밍아웃과 동시에 아웃팅도 당하고,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날 때 행성인은 늘 저의 곁에 있었네요.

 

행성인은 저에게 시야를 넓혀주는 하나의 계기였습니다. 이전에 저는 혼자서 퀴어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작은 아카이빙작업도 했지만, 단체에 가입해서 활발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행성인에 왔고, 그 이후로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의욕만 넘치던 그때와 다르게, 행성인에서 활동하며 여러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를 배운 거 같네요. 일단 저의 정신적 에너지량을 늘 확인하면서, 완전히 소모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본의 아니게 너무 안 좋은 상태가 되어버려 팀에게 민폐를 끼친 적이 있었거든요. 또한 제 한계를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참 중요하단 것도 배웠습니다. 의욕만 앞세워 일을 벌이다가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도, 또한 혼자의 경험을 통해서도 배웠거든요.

 

행성인은 혼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여러 생각과 활동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성인 활동은 다른 네트워크 활동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작년에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여러모로 제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올해도 여성 성소수자 궐기대회에 참가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모두 제가 행성인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가질 수 없었을 기회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활동가의 길을 걷는 거겠죠? 행성인에 들어온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어색하거나 민망하거나 미숙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차근차근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현재 겪고 있는 여러 순간들이 쌓여서 좋은 경험과, 인연과, 지식으로 축적되겠죠. 앞으로는 성소수자 전반의 이슈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퀴어이론, 그리고 바이섹슈얼 이슈에 대해서 계속 공부해 나가고, 언젠가는 관련해서 작은 수다회라도 하나 여는 것이 제 ‘원대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원대하지 않아 보이나요? 하지만 저한테는 모두 중요한 주제랍니다. 특히 바이섹슈얼리티에 관련한 담론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계속 성소수자 역사에서 없는 취급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작은 눈송이가 하나하나 쌓여서 세상을 하얗게 덮듯, 우리 모두 흘려보낸다 생각하는 시간이 그저 텅 비어있는 시간이 아님을 다시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