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안녕하세요, 여러분! 성소수자노동권팀 활동가 루카, 인사 올립니다 :)
    
본격적인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종종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면 마음을 간지럽히는 무언의 감정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설렘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런 감정을 오랫동안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자긍심으로 정의내리기도 하고, 또 자기성찰로 명명하기도 하면서 활동의 동력으로 삼고 있답니다.
    
제 모든 일상의 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외면하며 살아내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저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빼앗겼습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준 친구의 용기 있는 고백에 고개를 저어야 했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재미삼는 이들로부터 끔찍한 시간을 버텨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커다란 벽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마음 속 진심은 공허한 외침이 되어 형체 없이 흩어질 뿐이었습니다. 저는 말문을 굳게 닫아버렸습니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눈앞에 놓인 장벽의 행렬이 제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죽음이 스스로를 해방시켜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지새운 밤도 많았습니다. 죽음 앞에서 제가 용기내지 않았다면, 제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 나버렸을 겁니다. 무수한 자책과 비난에 함몰되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을 테니까요. 건물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기댄 채, 눈을 감고 떠올린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아, 딱 한 번만 이겨볼 수 있다면.
    
마지막 전투를 치르는 심정으로, 저를 둘러싼 벽을 향해 주먹 한 방을 있는 힘껏 날렸습니다. 웬걸, 벽 하나가 맥없이 쓰러지더니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야 알았습니다. 나를 가둬놓았던 벽의 이름이 ‘자기혐오’라는 사실을.

 

기쁜 마음에 무너진 벽의 잔해를 밟고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들과 나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다섯 달 새, 저의 삶도 몰라보게 아름다워졌습니다. 마냥 자유롭고 행복해진 것만은 아니지만, 벽을 함께 넘어뜨릴 동지들이 생긴 것에 감사와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행성인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값진 가르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일상이 된 장벽 너머의 삶이 마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듯이 말이죠.

 

가능하다면 세상의 모든 장벽과 철조망을 거둬내는 활동가가 되고 싶습니다. 한 번 이겨보니 싸울 때마다 이기고 싶다는 욕심도 자연스레 마음 안에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일상을 바꾸는 ‘작은 승리’, 세상을 바꾸는 ‘큰 승리’ 모두를 위해 배움과 소통, 연대를 게을리 하지 않는 활동가 루카가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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