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안녕하세요. 조나단입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에도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주군민,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을 위해 릴레이 단식중인 세월호 농성장 분들, 갑을오토텍 노조 분들 등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앞서 연대라는 말을 했는데요. ‘연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바로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진행중인 싸움 때문입니다. 연대에 대한 고민을 말하기 앞서 이화여대에서 진행중인 시위를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이야기 드릴게요. 최근 이화여대에서는 ‘미래 라이프 대학’을 신설하겠다는 정책을 결정했는데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 경력을 쌓다가 언제라도 학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발언으로부터 교육부가 급조한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죠. 즉, 학벌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 정서와, 재정적 지원을 무기로 대학 운영 정책에 직, 간접적 개입을 하려는 교육부의 행보가 시위를 촉발시켰습니다. 학생, 교수의 의견 수렴 없이 결정된 이 사업은, 기존에 유사한 취지를 갖고 있는 평생교육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을 35억 원을 위해 졸속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예고된 미래 라이프 대학의 구성 및 운영 계획은 부실한 커리큘럼과 이수 과정에 비춰볼 때, 학위 장사일 뿐 아니라 대학이 앞장서서 경력자에게도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는 학벌주의에 편승하고 있었습니다. 패션, 뷰티 등 일부 산업과 관련된 학과로 제한한 것은 성역할 분리를 조장하는 등 사회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었고요.

 

이에 재학생들뿐 아니라 1만 명에 달하는 많은 졸업생들이 미래 라이프대학 신설을 막고자 나섰고, 소통 요구를 묵살하며 경찰 1,600명을 앞세운 최경희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현재 미래 라이프 대학 신설 계획은 철회되었고 현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 건물에서 시위중입니다.

이번 시위는 여러가지 특이점이 있어 기사에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성명서 하나 낼 때도,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때도 각각의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한 것을 수렴해서 내기 때문에 느리다는 것, 일명 달팽이 민주주의 방식 때문인데요. 민중가요 대신 '다시만난세계'를 부른 것도 많은 이슈가 되었지만 또다른 특이점은 연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중 연대하지 않는다는 방식이 제겐 꽤나 많은 고민거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그 이야기가 나온 배경 이야기를 들어보니 맥락은 이렇더군요.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도중에 다른 외부의 단위가 먼저 전체 시위를 ‘리드’하겠다며 앞에 나섰다는 것이죠. 이에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시위의 방향을 결정하고 의견을 내겠다라는 입장이 ‘연대거부’라고 기사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연대 성명을 낸 타 학교들이나 이 문제에 관심 가지고 지지하는 분들에 대해 감사하는 분위기 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다 보니 시위를 막으려는 대학이나 경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주동자나 지도부를 본보기로 처벌하는 방식도, 흔히 쓰는 ‘종북’이나 ‘외부 불순한 세력’ 같은 프레임도 먹히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문제로부터 촉발되었음을 인지한 채 ‘시위’라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주체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같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선긋기’로 보일 수 있는 행보들, ‘정치적인 외부세력과 무관하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시 사회가 손쉽게 우리를 옥죄는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며 연대란 무엇인지, 연대를 하는 방식, 연대를 받아들이는 방식, 연대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려는 프레임들, 그것에 영향 받는 사람들 등등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었습니다.

 

시위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총장 사퇴를 두고 본관 점거를 이어가며 현재 진행형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방향을 고민하며 또 서로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부터 Z까지 여러 의견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런 시위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느끼고 서로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성명서가 나기 전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의견을 달며 작게는 ‘어린 학생들이’ 라는 문장에서 ‘어린’은 빼야한다 라는 의견부터, 크게는 학내 문제로 국한되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문제임을 서로 설득하고 있습니다. 총장 사퇴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 어떤 회의체가 바람직한지 구성원은 누가되어야 하는지 토론합니다. 예전에 ‘집회는 노동자들의 학교’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비단 노동자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됨을 느끼게 됩니다. 저에게도요.

 

끝나지 않은 이화여대의 싸움에도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런 제 고민이 성소수자 인권 투쟁 중에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거리의 학교에서 여러분들을 뵙길 희망합니다.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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