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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새내기 활동가 빗방울의 편지

by 행성인 2016. 8. 18.

빗방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안녕하세요. 행성인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딱 두 달 된 빗방울입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새내기 활동가지만 이렇게 활동가 편지를 쓸 기회가 생겨 영광입니다.

 

올해 6월,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고 난 계기로 행성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 삶은 큰 터닝포인트를 맞았습니다. 게이임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나 자신에게 당당한 게이’가 된 것은 행성인에 발을 들인 2달 전부터였습니다.

 

디나이얼 게이이던 작년 중순까지 항상 게이인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여성스럽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이 너무 싫어서 어떻게 하면 남들이 여성스럽게 보지 않을까 고민 또 고민하던 게 제 삶이었죠. 그러다가 작년 이맘때 제 자신을 게이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저는 당당하지 못했지요.

 

제가 게이임을 인정하고 처음 찾은 곳은 음지의 작은 게이 번개 사이트였습니다. 양지의 커뮤니티를 전혀 몰랐던 때라 구글링으로 겨우 찾은 곳이 그 곳이었죠. 거기서 만난 몇 명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연하게 숨기고 부끄러워했습니다. 거기서 사귄 한 친구는 나중에 자신은 게이를 그만두겠다(?)고 절교를 선언할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에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저는 제 퀴어 프라이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누군가가 LGBT 운동에 대해 물었다면 ‘뭐가 자랑이라고 운동까지 하냐’고 했을 것 같습니다. 전 자발적인 2등 시민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찾게 되면서 행성인도 알게 되었고, 행성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행성인 사람들과 회의하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이야기하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행성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당당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행성인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혐오세력조차 꺾을 수 없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난생 처음 가본 대구 퀴어퍼레이드에서 당당히 프라이드를 표출했고요! (사진참조))

 

자신넘치는 커뮤니티 분위기 속에서 저 또한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당당한 게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곳의 사람들이 저에게 주신 자신감을 저도 타인들에게 배풀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