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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평범한’ 당신에게

by 행성인 2016. 10. 11.

라마(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안녕하세요 노동권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마라고 합니다.

 

모르는 분들에게 제가 행성인 활동을 하는 이유를 쓰려고 보니 제가 처음 단체 활동을 시작했던 일이 먼저 생각납니다. 제가 처음 벽장을 나온 건 2014년 봄이었습니다. 당시 갔던 첫 행사는 특이하게도 기륭전자분회 간담회였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에게 벽장문을 열려고 나간 곳이 노동조합이라는 이야기는 아마 생소할 듯 합니다.

 

당시엔 ‘난 노동조합에 가면서 겸사겸사 성소수자들을 보는 것뿐이야!’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 집회현장을 기웃거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 간담회가 성소수자들을 보는 것보다 마음 편하다고 생각했던 거겠죠. 그러나 성소수자들과의 첫 만남은 생각보다 싱거웠습니다. 내심 성소수자들의 ‘특별한’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기왕이면 잘생긴 남자도) 대학 때 경험했던 노동조합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엄청 특별해서 이 사회를 망하게 할 거라고 호들갑 떨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2년여 활동기간 속에서 제가 느낀 건 ‘뭐 별거 없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주변엔 술 마시며 놀다가도 바보같은 소리를 하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땐 서로를 위해 울어주기도 하는 정말 별거없는 평범한 사람들뿐입니다. 어떤 때는 이런 사람들과 뭘 해보겠다고 같이 다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뭐 별거 없네’라는 그 생각이 참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스스로, 나아가 우리가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다’ 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보고 겪을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바로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간 그 자체. 그리고 나 스스로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우받는 경험. 이게 바로 제가 행성인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당신에게 이 편지를 보냅니다.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당신과 행성인에서 평범한 사람들끼리의 경험을 더 쌓아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