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13일 민중총궐기에서 무지개 깃발을 보고 행성인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사실 그 전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행성인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지역에 살고 있었기도 했고, 한국 성소수자 사회에서 늘 비밀스런 생활을 해왔던, 해야만 했던(?) 나에게는 오프라인 활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만약 더 일찍 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용기를 내서 행성인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성소수자 인권단체나 건강한 커뮤니티가 전국 어디든, 누구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심적, 지리적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기도하다. 내가 그랬듯 많은 성소수자들이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테니까.
 

 

나의 첫 경험

디딤돌 '인생구호책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남긴 투게더님의 인생구호

 

행성인 디딤돌은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처음 모임에 참가하는 날이었는데 전날의 숙취로 인해(웃음)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그래서 소모임 소개, 행성인의 역사, 주요활동 등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신입회원 자기소개 시작 전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 어색했다. 나도 어색했다. 내 자신에 대해, 특히 나의 성적지향성에 대해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어색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자기소개를 할 때도 했는데 어색해 하는 나를 회원 분들이 박수로 격려해주셨다. 긴장감과 함께 자기소개를 마치고 다들 회원 분들의 소개를 들었다. 투게더 본인도 성소수자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금은 신기했다. 그렇게 각자 소개를 마치고 원하는 사람들은 같이 저녁을 먹었다. 신입회원들끼리 조금 더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번 모임을 통해 내가 벽장 속에 오래 갇혀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전에는 지역적인 이유로 가입을 망설였지만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나의 소수적 성정체성을 노출하고 사람들을 만난다는 일 자체가 낯설었던 것 같다. 그 낯설음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벽장에 가둬두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온라인에서만 활동하고 오프라인 활동에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한번 나와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활동이라 할 만한 활동도 해보지 않았지만, 그냥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고 그간의 외로움이 해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민중총궐기 때 예상하지 못했던 행성인 깃발을 봤던 것처럼 행성인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더 많고 다양한 것에 대해 배우고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끝으로 행성인에서 거리캠페인과 같은 활동으로 행성인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고, 남들 앞에서 '내가 성소수자다!'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은둔 성소수자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도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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