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리고 퀴어니스

Posted at 2017.02.04 15:50// Posted in 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우리가 퀴어니스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가 규정한 젠더 역할에 어긋나는 젠더 표현을 하는 것이 있다. 그중 연애에 관련된 것이라면 동성인-혹은 그렇게 패싱되는-사람과의 연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퀴어들의 정체성을 포괄하지도, 그리고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바이섹슈얼, 혹은 기타 폴리섹슈얼, 팬섹슈얼 등의 연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사회가 동성과 사귀는 사람은 레즈비언/게이로 너무 확고하게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지향성은 지워지는 경향이 있다. 이 기저에는 모노섹시즘, 즉 한 젠더에만 끌리는 것이 여러개의 젠더에 끌리는 것보다 우월하다, 혹은 그것이 정상적이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때문에, 하나보다 많은 젠더에 끌리는 사람들은 연애를 할때마다 계속 자신의 정체성이 지워지는 경험을 한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되었을 때, 바이섹슈얼 여성 운동가인 로빈 오크스와 그의 파트너가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신문기사에 명명되었다. 또한 두 바이섹슈얼 여성이 결혼했는데 이들 역시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기사가 난 경우가 있다.[각주:1] 더 나아가서 이성, 혹은 이성으로 패싱되는 사람과 데이트할 때 이들은 헤테로섹슈얼로 패싱된다. [각주:2]우리가 혼자 있을 때 사회가 당연하게 우리를 시스 헤테로 유성애자라고 지정하는 것이 성소수자의 비가시화에 기여하는 것처럼 (유명한 말로 성소수자는 당신의 가족, 친구일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흔히 주변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들이 드러내지 않아서일 뿐이라는 것을 콕 집어낸 발언이다), 한 커플을 보고 그들의 성적 지향을 단순히 호모섹슈얼/헤테로섹슈얼의 이분법에 가두는 것은 헤테로섹슈얼의 반대가 호모섹슈얼이라는 잘못된 구도를 만들어내고, 따라서 다른 성소수자들을 배제한다.


과연 그 둘이 동성/이성이라고 함부로 장담할 수도 없다. 현재 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경우 비싼 비용때문에 성별정정수술을 하기가 힘들다. 여기에 아직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 결정권이 보호자에게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성별정정수술을 받을 수 없거나 자신이 원하는 젠더표현을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젠더와 다른 젠더로 명명되는 미스젠더링을 경험하며, 이들의 연애는 자신의 성지향성과 다르게 패싱되는 경우가 많다. 논바이너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직업을 갖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에게는 아직도 많은 제약이 따르며, 자신의 젠더표현을 맘껏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들이 여성/여성, 남성/남성, 그리고 여성/남성이 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여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연애하는 것이며, 때문에 단순히 몇 가지 카테고리에 넣어버리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행이 인칭대명사를 자주 쓰는 편이 아니어서 (미국 논바이너리 커뮤니티에서 연애관련 얘기를 할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불편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she/he 대신 they/ze/xe 등을 써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연애를 할 때 여친/남친 외의, 연인, 애인같은 단어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친/남친처럼 비교적 친근한 단어면서도 (애인이나 연인은 조금 멀리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 필자는 느낀다) 해당 사람의 젠더를 고정시키지 않는 단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퀴어 커뮤니티 내부에서 새로운 단어를 생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퀴어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성소수자 집단들이 소외되거나 삭제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진정한 연대와 상호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퀴어 아이덴티티 표출이 많은 경우 연애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성소수자 커플이라고 명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의 여러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를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퀴어 커플의 정체성을 함부로 재단하기 전에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1. http://www.advocate.com/bisexuality/2014/08/26/when-bisexual-people-get-left-out-marriage [본문으로]
  2. http://www.slate.com/blogs/outward/2016/05/04/over_80_percent_of_bisexuals_end_up_in_straight_relationships_why.html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