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고기 뷔페 가고 싶다! 최저시급 만원으로!”

“술 먹고 택시타자! 최저시급 만원으로!”


 

한 시간에 6030원. 하루에 10시간 정도 일한다면? 6만원 정도.

한달 내내 뼈빠지게 쉴 틈 없이 일해도 150만원.

자, 여기서 월세를 빼보자. 아 물론 관리비도. 공과금과 전기세도 빠질 수 없겠고, 통신사비도 꼬박꼬박 모르는 사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식비를, 교통비를, 그리고 이 힘든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술 값도 계산해보자.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당신은 통장을 보고 한숨을 푸욱 내쉰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저 6천원 남짓한 돈도 겨우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언제 돈줄이 짤리지는 않을지, 갑자기 사장이 변심해서 나를 내쫓지는 않을지, 안 그래도 일하면서 쉴 틈도 없는데...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바로 헬조선의 ‘알바’들이다.

영화 <가현이들>은 이런 알바노동의 실태를 세 명의 ‘가현이’들을 통해 시원하게 폭로한다. 8년 동안 안 해본 알바가 없다는 감독 윤가현 씨, 맥도날드 앞에서 임금 ‘꺾기’ 행태를 폭로하고 투쟁해온 이가현 씨, 그리고 레드아이 악세사리 판매점과 싸워온 이가현 씨까지. 세 가현이들은 각자 부당한 알바노동에 대해 토로하고 변화를 이끄는 도중, 알바노조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의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는 실로 불안정하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허다하며, 계약서가 있다 해도 계약기간도, 주휴수당도, 그리고 야간수당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잘만 일 하다가도 언제 잘릴지는 그 누구도 (아니 사실 사장만 안다..) 모르는 게 현실이다. 알바노조에 가입해 노동 운동을 해서, 일손이 필요 없어져서, 혹은 그저 말 그대로 ‘사장 마음대로’ 잘리는 일까지. 정말 이게 아르바이트 노동인지 현대판 노예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알바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노동 조건에 목숨을 걸고 임하지만, 주어진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휴식 시간은 고사하고, 제대로 앉아서 쉴 자리도 없이 몇 시간 내내 서서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결국 모든 조건과 환경은 알바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서 별다른 선택지 없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한 채 꾸역꾸역 일을 해나간다. 일은 알바가 하고, 돈은 본사가 번다.

 

‘가현이들’은 이렇게 부당한 알바들의 처우에 맞서 시원한 투쟁을 펼친다. 수많은 투쟁들 중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바로 ‘만원’.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고기 뷔페에 한 번 가볼 수 있는 돈, 또는 술 먹고 한번쯤 과감하게 택시를 타게 해주는 정도의 돈. 하지만 알바노조의 만원 투쟁에 대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반발은 바로 사장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가현이들’은 시급 만원 투쟁에서 멈추지 않고, 사장/자영업자들과 연대하여 노동 운동을 함께 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영화에 알바노조가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와 함께 활동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알바노동 문제의 배후에는 막대한 지대 등을 가져가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기업이, 그리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회적 구조가 존재함을 의식해야 한다.

 

이처럼 ‘연대’는 <가현이들>과 알바노동 운동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다. ‘맘상모’, 노동당, 페미니즘 운동, 그리고 이 상영회를 함께 열게 된 행성인 등, ‘가현이들’은 운동권 간의 연대를 적극 실현하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와 독점에 밀려나 고통 받는 자영업자, 채용부터 임금까지 차별 받는 여성 알바 노동자, 그리고 일터에서 매 순간 존재를 위협받는 성소수자 노동자까지. 이들은 절대 독립적인 사안들로 치부될 수 없으며, 우리는 함께 할 때 가장 강하다.

 

이는 이 영화 제목의 중심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가현이들’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가엽게 여길 대상들이 아니며, 타자화의 대상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 가현이들은 이 사회 어디에나 항상 존재하며, 우리는 각자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현이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렇게 수많은 가현이들이 모여 함께 투쟁한다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이 영화를 통해 가져본다.

 

“여러분들도 모두 가현이가 될 수 있습니다.” (가현이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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