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책읽기 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책읽기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토리라고 합니다. 그간 행성인 활동에는 오랫동안 함께 했지만 회원으로는 재작년에 가입했습니다. 주로는 정당 활동을 했었지요. 인권 운동과 단체 회원으로서의 활동은 그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닐텐데, 긴 시간 동안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이 주저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에 단체에 속해 있다가 정처없이 떠나온 후 소속되어 있는 것이 어색한 느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부터 행성인에서 책읽기 모임을 꾸리고 있습니다. 책읽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각자 일상에서는 바쁜 이들이 모여 나누어서 읽고 싶은 책을 함께 읽는다를 공통 분모로 합니다. 같은 단체 회원이라는 점 외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만나면서 생각을 나누고, 책을 읽으면서 든 고민을 나눕니다. 일상의 작은 환기, 숨돌리기를 잡는 것이랄까요? '책을 같이 읽자'라는 작은 기반에서 시작되는 활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판에는 유달리 제 나이 또래 활동가들이 많습니다. 주로는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생들이고, 공백기 없이 활동을 제일 오래 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 나이대 친구들과 나이 40을 넘고 있습니다. 40의 나이면 제일 한참 사회에서 활발하게 스스로를 발휘할 때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제 나이 또래 활동가들과 친구들은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를 한 걸음 늦추거나 방향을 재점검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큰 병도 한 번씩 앓기도 하구요. 눈 앞의 거대한 적에 울분을 터뜨리며 하나라도 부족할까 걱정하면서 젊음과 육체를 갈아넣었던 우리들에게도 나이듦이 찾아온 거겠지요. 그리고 고립되었다고 느꼈을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적 변화-지평의 변화도 온몸으로 느낍니다.

 

최근에 저는 젊은 시간의 변화를 애도하기 전에 앞으로의 20년을 그려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곁을 나누는 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됩니다. 곁을 나누는 지란지교를 통해 긴 호흡의 활동을 걸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풍파도 거칠고, 관계의 호흡도 숨찰 때가 오겠지만 20년이 지나갈 때 쯤에는 그래도 우리가 나눈 것과 지킨 것, 일구어낸 것을 알 수 있게 되겠지요. 행성인과 행성인 책읽기 모임이 그런 소중한 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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