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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2쇄 출판을 축하하며,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 보내는 편

by 행성인 2017. 12. 24.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저는 행동하는 인권연대 회원 여기동 입니다. 이번 ‘후천성 인권결핀 사회 아웃팅하다’ 2쇄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1년 출판 이후 6년간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2013년 간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이듬해 창원문성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간호학도들을 가르쳤습니다. 2015년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남편 찰스 까야사님을 만나 행성인 회원님들이 마련해주신 결혼식을 갖게되었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비자없이 미등록 상태로 늘 공공장소에서 체포를 두려워하여, 제가 필리핀에서 은퇴비자로 영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2016년 남편과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해와, 현재 민다나오섬 수리가오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도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소수민족(마만와롸 불리는 선주민)이 살고 있고, 건강을 위한 간호사업 그리고 교육 사업에 관심을 갖고 기초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결혼의 의미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권리 입니다. 이런 권리는 모든 사람이 갖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동성결혼이란 가족을 구성하는 것, 배우자는 의료와 복지 그리고 법적 권한을 갖는것, 모든 정치-사회-문화의 구성원으로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성결혼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실천적 개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현재까지 한국 사회는 이런 가치를 부정하고 있어 성소수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한국의 국적을 얻을 수 없었고, 이곳 필리핀에서도 저는 남편과 법적 관계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외국인 이어서, 필리핀 국적을 얻지 못하였고, 집과 농장을 구매할때도 배우자로서의 권리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호모포비아들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차별과 억압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 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부정된 정의가 너무도 많고, 지금 때가 아니니 ‘나중에’라는 요구는 나에게 필요한 모든 정의를 지연시키고 박탈해왔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 되었고, 이후 호주에서도 실현되었습니다.


저는 역사가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낡은 것, 보수적인 것, 차별적인 것, 그리고 혐오범죄적인 것들은 사라진다고 믿습니다. 과거 여성의 투표권이, 노예와 흑인 인권에 대한 억압은 이제 무덤속으로 사려졌습니다. 이제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이주노동자, 에이즈감염인 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 또한 이 인간 세계에서 삭제해야할 적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악물고, 보다 급진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동의를 확산시키고, 보수기독교와 극우주의자들이 자행하는 차별과 혐오에 이를 악물고 맞서며, 적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시킬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제가 멀리 머물러 살고 있지만, 여러분은 늘 저에게 용기 있는 행동으로 가슴이 뭉클뭉클, 울먹울먹하게 만들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의 마음으로 힘내시라는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끝으로,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행성인 회원님들 그리고 이 책을 만들어주신 지승호 선생님과 여기 참여하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사랑도 투쟁도 뜨겁게, 격하게 나누시길 바랍니다. 이 다음에 꼬레아에 가면 반갑게 인사 나누어요. 고맙습니다.

 

2017년 12월 3일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가 출가시킨
이주민/필리핀 회원 여기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