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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청소년 동성애 상담이 증가했다고 호들갑떠는 우익들의 우려를 ‘우려’한다

by 행성인 2009. 10. 27.
 

  지난 9월2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황우여(한나라당)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올 6월까지 3년 6개월간 청소년들의 동성애 상담건수는 총 51건이었고, 특히 2006년 4건이었던 상담 건수가 2008년 21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며 청소년들 사이에 동성애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10대들도 성적 욕망을 가진 성적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억압적인 태도, 학교에서의 미흡한 성교육과 또래집단을 통한 왜곡된 성지식 등 복합적인 이유로 동성애 문화가 퍼지는 것 같다”며 “이제는 학교도 동성애에 대해 열린 자세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학생 지도를 위한 전문 직무 연수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동성애가 확산된다고?


황우여 의원은 동성애 상담건수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며 동성애가 청소년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담 건수를 보면 4건에서 21건, 올해를 추정한다고 하더라도 3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동성애자인권연대가 2009년에만 만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담 건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동성애 확산에 대한 우려보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보내는 신뢰’가 어느 정도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교와 교사를 전혀 상담 파트너로 염두 해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사실 청소년기의 동성애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계도를 잘 하면 충분히 정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교사들의 감수성으로는 성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학교 상담으로 끌어당길 수 없다. 2005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성소수자 인권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 개발을 위해 진행된 교사 설문에서 청소년기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수가 전체(187명)의 50%가 넘었고, 학교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인권교육이 우려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70%가 넘었다. 또래동료들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 반동성애 폭력경험까지 더해져 학교를 멀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상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황의원은 3년 사이 5배 이상 상담이 늘었다며 지나칠 정도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렇다면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은 상담자체를 꺼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담받고 있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일까?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실태연구조사(한국청소년개발원, 강병철․김지혜, 2006년)에 따르면 보면 담임교사, 상담교사에서 상담을 의뢰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25%에 불과했고 상담에 의뢰한 청소년 가운데에서 도움이 되었다라고 응답한 이들은 58.4% 정도였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상담을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신뢰성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상담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상담파트너로서 학교가 아니라 전문상담기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동호회), 또래 성소수자 친구들과 같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상담에 대한 불신과 상담장소의 부족, 외면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작은 고민조차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아존중감은 이성애자 청소년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우울정도는 일반 청소년들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13~23살 청소년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서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강병철ㆍ하경희, 2005년)를 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고립을 경험하면서 자살, 우울증, 성적일탈행동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인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7년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기초교육 과정 중



적합한 사람이 문제제기를 했어야지.


황의원은 또 동성애가 확산되는 이유를 미흡한 성교육과 또래동료들의 왜곡된 성지식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동성애 학생 지도를 교사 전문 직무연수과정 속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열린 자세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며 바라지도 않는 '불편한' 걱정까지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주문들은 학교에서 ‘이반검열’ 자체를 정당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황우여 의원은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직과 국가조찬기도회 대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입법예고하자 국가조찬기도회는 성시화운동본부 등과 함께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 의회선교연합을 결성하고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을 펼친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이다. 그로인해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해 7개 차별금지사유가 최종 삭제되었다. 최근에는 2003년 청소년 동성애자 육우당의 죽음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행사에 열렬히 참여하며 ‘교과서 내 기독교 역사를 바로 잡겠다’고 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정면에서 반대해 왔던 사람이 바로 황우여 의원인데, 과연 무엇 때문에 청소년 동성애 상담이 늘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지 그 속내가 뻔히 보인다.  

 
  동상이몽, 꼼수부리지마라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담당교사나 상담교사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교사 전문 직무연수과정 속에 동성애, 성정체성과 관련된 교육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강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황우여 의원의 주문과 다르게 학교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학생들 또한 학교와 교사를 상담을 의뢰해야 하는 상담자로 보고 있지 않다. 황우여 의원의 꼼수 속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지도를 목적으로 교사 교육한다는 건 동성애에 관한 편견만 조장할 뿐 청소년 동성애 상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의 내용이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일시적인 현상쯤으로 치부하는 교사, 학부모, 사회의 시각에 있다. 2005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연구에 의하면 교직생활 중 동성애적인 감정, 행동, 표현, 관계 혹은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학생을 듣고, 보고, 만난 적이 있냐는 설문에 4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추세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지도’ ‘훈계’ 라는 이름 아래 숨죽여 있어야 할 지, 아니면 학교를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2009년 5월 9일 대학로에서 열린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 _ 출처 연합뉴스

 



정욜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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