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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우간다 동성애자사형법안 : 통과는 유보됐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by 행성인 2011. 5. 18.


우간다 동성애자사형법안 : 통과는 유보됐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국제 LGBT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우간다의 동성애자 사형법 통과 여부였다.

2009년 10월 우간다 국회의원 데이빗 바하티가 발의하고 대통령 무세베니의 지지를 받은 이 법안은 이전에 동성애 행위로 기소된 사람, HIV 감염인, 미성년자와 동성애 행위를 한 사람을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한 끔찍한 동성애혐오 법안이다. 우간다에는 이미 남녀 모두에 대해서 동성애 행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법률이 존재한다.

 

우간다 동성애자 사형법안은 발의되자마자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전세계 LGBT 운동과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1백50만 명이 법안 반대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고 여러 서방 정부들도 우간다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거센 비난과 항의 운동 덕분에 법안의 5월 통과는 무산됐지만 법안은 다음 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것이다. 우간다 국회 법제위원회는 동성애자 사형 조항을 유지한 법안의 통과를 권고했다.

동성애자들의 신상을 폭로하고 ‘그들을 목매달자’고 선동한 우간다 신문


우간다 LGBT들은 심각한 혐오와 폭력에 시달려 왔다. 신문은 동성애자들의 사진과 이름, 주소를 공개하고 폭력을 선동했고 국가는 LGBT 인권 활동을 비난하고 탄압했다. 2004년 한 라디오 방송국은 동성애자들을 생방송에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었다.

 

우간다의 유명한 동성애자 활동가인 데이빗 카토는 지난 1월 집근처에서 망치에 맞아 죽었다. 경찰은 신속하게 그의 죽음을 강도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우간다 LGBT들은 단순한 차별과 편견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문에 신상이 폭로된 뒤 살해당한 동성애자 활동가 데이빗 카토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국가의 극심한 LGBT 탄압의 현실은 충격적이며 분노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동성애혐오 조장의 맥락을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들에서 2009년 12월 우간다 주재 미국 외교관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 외교관은 데이빗 바하티를 비롯한 우간다 정치인들이 우간다의 사회정치적 실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적 증오로 돌리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사형법 발의에는 미국의 우파 기독교 세력의 개입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스콧 라이블리, 릭 워랜 같은 미국의 기독교 우파들은 우간다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오랫동안 반동성애 선동을 선교활동의 핵심에 두었고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동성애자 사형법을 발의한 데이빗 바하티를 비롯한 여러 정부 관료들도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2009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스콧 라이블리 등이 참여해 동성애 문제를 주제로 한 워크샵이 열린 뒤 동성애를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 기독교 우파들은 이 워크샵에서 동성애자가 아동성폭행을 할 가능성이 12배 이상 높다는 식의 거짓말로 공포를 조장했다.

 

아프리카에서 동성애혐오에는 흔히 민족주의적 수사가 붙는 경우가 많다. 짐바브웨 대통령 무가베가 대표적이다. 동성애는 ‘비아프리카적’인 것으로 서방에서 들어온 폐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우파 기독교 세력도 흔히 이런 수사를 이용한다.

 

그러나 사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동성애처벌법의 뿌리는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법률이었다.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이 도입된 것도 19세기 영국 지배하에서였다. 19세기 유럽의 성도덕에서 비롯한 동성애혐오는 민족해방 운동의 반제국주의 정서와 특수하게 결합돼 잔존했고 오늘날에는 독재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파탄난 대중의 삶에 대한 불만을 소수자에게 돌리려는 시도에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식민지배와 신자유주의 정책 강요에 책임이 있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자들에게는 이들 국가의 동성애혐오 정책을 비난할 진정한 자격이 없다.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의 끔찍한 동성애혐오와 폭력을 이해하고자 할 때, 이슬람혐오나 인종차별주의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 시각은 현지의 동성애자들이 무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틀렸고, 그런 국가들(나아가 전세계)에서 LGBT 해방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서 이번 호 웹진의 다른 기사 “제국주의와 동성애혐오”를 읽어 보길 바란다.)

 

우간다에는 험난한 상황에서도 LGBT 권리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동성애자사형법을 둘러싼 논란과 투쟁 속에서 우간다에서는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여론이 높아져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다른 국가들은 2퍼센트 정도였지만 우간다는 11퍼센트로, 이는 물론 엄청나게 낮은 수치인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 정부나 UN같은 국제기구들이 LGBT 평등을 인정하게 된 것은 LGBT 해방운동의 힘 덕분이었지 그곳을 지배하는 자들이 일관되게 LGBT 인권을 지지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강대국이나 국제기구의 권위[사실은 권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고 자국에서 동성애혐오에 맞선 일관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연대의 첫째 원칙이 돼야 한다.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고통을 LGBT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제국주의 개입은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 지배자들에게 LGBT 탄압의 명분과 정당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간다의 동성애자사형법은 일단 유보됐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오늘날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혐오와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각한 경제위기, 물가인상 등으로 소수자에 대한 희생양삼기가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는 우간다를 반동성애 정책 확산의 시험대로 삼고 있는 듯하다.

 

혹독한 조건에서도 존엄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아프리카와 중동 LGBT들에게 연대와 존경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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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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