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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에게

by 행성인 2012. 4. 26.

[편집자]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행사의 일환인 '퀴어나잇'에 동성애자인권연대 조은혜 회원이 발언자로 초대받았다. 퀴어나잇은 일반관객과 퀴어 커뮤니티가 어우러져 성정체성과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파티로서 기획됐다. 이성애자로서 성소수자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와 자신의 바람에 대한 조은혜 회원의 이야기를 랑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발언문을 싣는다.



조은혜(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퀴어나잇에 오신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조은혜입니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오게 된 건 지난 2월에 있었던 LGBT인권포럼에서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이성애자 섹션에 참여하게 됐던 게 인연이 되어 오게 됐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잘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남자를 워낙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너무 좋아해요. 이성애자들을 위한 연애 비법서를 보며 열심히 남자심리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로면 동인련 회원들은 연애는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고 답답해해요. ^^;;

저는 지금 우체국에 다니고 있어요. 지난 포럼을 준비하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동인련 회원인 건 알고들 있었는데요. 그때 이런 질문을 동료들에게 했었습니다. 네가 살아오면서 성소수자를 만나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론 대답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들이 무슨 차별을 받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세상에는 보통 떠올리는 정말 의도적이고 못된 호모포비아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선입견을 가지게 된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앞으로 좀 더 우리를 내보이고 알리고 차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평소에 메일이나 문자,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우리 동인련 회원들이 강정에도 가고 포이동에도 가고 열심히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걸 보면서도 저는 데이트하고 직장 동료들이랑 맥주 한 잔 한다고 못가고 마음으로만 응원할 때가 많았습니다. 전에 김규항 선생님 책에서 본 건데요. 제목은 `활동가`이고 내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글이었습니다. 늘 열심히 연대활동 하는 우리 동인련 회원들과 활동가분들을 보며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우체국 동료와 함께 왔습니다. 저에게는 제가 일하는 곳이 저의 현장이라 생각하고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그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본건데요.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는 이유는 그들도 언젠가는 보통이 되고 다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성소수자가 언젠가는 보통이 되고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워질 거라는 믿음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