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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학기자의 하악하악] 레이디가가 내한공연과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

by 행성인 2012. 4. 6.

웹진팀 회의에서 나는 레이디가가에 대한 내한공연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이주사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난 선선히 쓴다고 했다. 편하게 그냥 기사 몇 개 검색해서 비슷하게 쓰려고 했다. 내한공연 반대 논평을 몇 줄 쓰고 영등위의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에 대해서 씹으려고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보통의 기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짜증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마감이 얼마 안 남아서 빨리 쓰고 싶었다. 일요일 밤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1시쯤에 잤다.

쓰는 것이 막막했다. 그리고 몇 줄 써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메아리 같았다. 내가 쓰는 것은 누군가가 한말의 반사였다. 쓰고 지우는 것을 몇 번 반복했다. 강데스크의 “문제가 되는 사실 관계를 쓰고 거기서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고칠 점을 쓰고 마지막으로 자기느낌이나 생각을 쓰면 될 거에요”라는 친절한 조언도 별로 도움이 안됐다. 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난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몰랐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 혐오에 대해서 난 몰랐다. 단지 보수 기독교만 말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난 몰랐다. 그들은 왜 나를 싫어하지? 동성애의 무엇이, 나의 어떤 점이 그들에게 그런 걸까? 종교적인 이유나 사회적인 그런 이유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화요일 밤이다. 마감도 지났고 그냥 조사하고 기사 쓰려고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쓰려고 한다. 일기에 쓸 것을 이렇게 쓰고 있다. 감상적인 글이 될 것 같다.

글을 쓰려고 이거저것 많이 찾아봤다.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도 몰래, 몰래 기사를 검색하다가 딴 짓 한다고 혼나기도 했다. 기독교단체의 논평, 유튜브 영상을 봤다. 논평에서, 동영상 목사의 입에서 주님, 사탄, 기도, 타락, 동성애를 퍼트린다, 지옥 따위의 말이 튀어 나왔다.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었다. 피카소의 수탉이 떠올랐다. 입을 쫙 벌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혀와 부리가 달려있었다. 새까만 눈은 초점이 없었다. 우둔하고 우스웠다. 그러다 고통을 느꼈다. 우울해 졌다. 시간을 거슬러 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회사에 같이 다니는 동생이 있다. 남자이다. 그리고 모태신앙의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올해 1월 난 이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왜 커밍아웃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1년 동안 회사에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고 좋은 아이였다. 원래는 할 생각이 없다가 충동적으로 말했다. 나 애인 생겼다고, 남자라고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같이 편의점에 뭐 사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꽤나 선선히 받아들였다. 안도했다. 그러다가 같이 술을 먹는 일이 있었는데 나를 붙잡고 그 아이가 말했다. “형은 바뀔 수 없어요?, 여자가 더 좋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동생애자를 처음 봤다고 하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한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친구가 예쁜 한 쌍의 연인의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예쁘장한 커플이라서 “괜찮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등학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네 들 게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고 구토를 했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날 혐오하는 말은 아니었고, 자신이 과거에는 그랬지만 난 괜찮다는 말의 전제였다. 하지만 이야기 듣고 난 놀랐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어떤 사람에게는 구토를 일으킨다!

난 우렁찬 울음에 놀라고 날카로운 부리에 쪼이는 작은 병아리였다. 아팠다. 죄책감을 가졌고,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보통의 남자같이 보이려고 노력했다. 나의 말투, 행동을 의식적으로 바꿨다. 학교 친구들은 내가 많이 남자다워 졌다고 말한다. 그때 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난 나의 본래 가지고 있던 모습을 잃어버렸다.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난 수탉이 되었다. 이제야 그 우렁찬 울음이 비명이라는 것을 새까만 눈에 눈물이 고였다는 것을 알았다.

 

웹진기획팀 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