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무지개로 이어진 러시아와 한국. 러시아의 동성애혐오 법률에 반대하는 캠페인에서 사용한 이미지 (출처 : 무지개행동)
러시아에서 올해 반(反)동성애법들이 연방 차원에서 제정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성년자 대상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과 '해외 동성 커플의 러시아 고아 입양 금지법'은 러시아 하원, 상원을 모두 통과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됐다.
6월 2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르스 광장에서 개최된 동성애자 자긍심 행진 참가자들이 경찰서에 연행됐다. '동성애 선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가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이미 2012년 3월에 연방 주체 차원의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발효됐다.) 7월 14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커다란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동성애혐오 반대 시위를 벌이던 활동가들이 경찰서에 연행됐다. 7월 21일, 무르만스크 인근에서 네덜란드인 네 명이 청년 인권 세미나에서 동성애자 청소년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연행됐다.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을 위반한 외국인들은 러시아에서 추방되고, 5~10만 루블(약 175~350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15일 이하의 구류를 당해야 한다. 7월 2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최대 규모의 LGBT 단체인 '븨홋(커밍아웃)'이 검찰 수색 후 공공 활동을 정지당했다. 7월 24일, 모스크바 어린이 도서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LGBT 활동가들이 경찰서에 연행된 후 고소됐다. 7월 30일, 카잔에서 LGBT 인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던 인권운동가가 직장에서 부당 해고를 당했다. 8월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동성애자 활동가가 폭행당했다.
지난 8월 10일, 1천 명이 넘는 런던의 시민들이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관저 앞에서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출처: www.huffingtonpost.com)
러시아에서 성소수자 탄압이 계속되자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반동성애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인권을 침해하는 러시아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만 브라질 상파울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스웨덴 스톡홀름, 영국 런던, 브라이턴, 벨기에 안트베르펜, 이스라엘 텔아비브, 폴란드 바르샤바 등지에서 러시아의 동성애혐오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세계 곳곳의 게이바에서는 러시아 보드카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스타들도 러시아 LGBT 커뮤니티에 연대를 표명했다. 틸다 스윈튼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펼쳤고, 닉 시몬즈는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딴 은메달을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스웨덴 선수들은 무지개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경기에 임해 러시아 LGBT 커뮤니티를 지지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조니 위어는 시민권 투쟁을 위해서라면 러시아에서 구속될 각오도 되어 있다며 결의를 다졌다. 쇼트트랙 선수 블레이크 스켈레럽은 소치 올림픽 때 무지개핀을 착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헨릭 제터버그, 빅터 헤드만과 같은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을 비난했다. 빅터 헤드만은 "당신이 어떠한 성적 지향을 지녀야 하는지, 누구도 지시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펼친 틸다 스윈튼
그러나 러시아의 동성애혐오 정부는 완고하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는 동성애자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선전'하는 일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3일에는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 동안 소치로의 자유로운 왕래를 차단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1월부터 3월까지 스포츠와 관련 없는 집회 및 기타 공공 행사 개최도 금지했다. LGBT 인권운동가들이 소치 올림픽 개막식 당일에 소치에서 게이 프라이드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나온 대응책이다. 급기야 8월 26일에는 하원의원이자 모스크바 시장 선거 후보인 미하일 데그탸료프가 반동성애 법안을 두 개 더 내놨다. 동성애자 헌혈 금지법, 그리고 동성애자의 이성애자 전환 지원법.
끔찍하고, 참혹하고, 비통하다. 러시아의 성소수자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반동성애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상 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물론 이들이 러시아 성소수자 커뮤니티 전부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러시아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 친구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주, 이르쿠츠크 주,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 카잔에 살고 있는 LGBTQ 열 명에게 반동성애법 제정 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인터뷰이 : 얀(남성 동성애자/모스크바), 안드레이(29세/남성 동성애자/이르쿠츠크 주), 알렉산드르 마쿠힌(31세/남성 동성애자/모스크바/뇌성마비 장애인), 율리아 테레호바(여성 동성애자/상트페테르부르크), 로빈(FTM트랜스젠더/상트페테르부르크), 지마(남성 동성애자/야말로네네츠 자치구), 티무르(남성 양성애자/바슈코르토스탄 스테를리타마크), 마르셀(남성 동성애자/카잔), 미하일 예멜리야노프(아직 정체화하지 않음/모스크바 주 류베르치), 아나스타시야(여성 양성애자/모스크바)
Q. 반동성애법들이 제정되고 나서 러시아에서 또는 당신의 일상 생활에서 바뀐 점들이 있나요?
얀 : 동성애혐오, 트랜스포비아, 퀴어포비아를 바탕으로 한 폭력을 정부가 사실상 공개적으로 허용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부 관료들의 동성애혐오적 발언도 물론 훨씬 잦아졌구요. 제 일상 생활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대학 교수이고, 제 학생들 중에는 미성년자들도 있거든요. 저는 성별, 젠더, 섹슈얼리티의 심리에 관한 강의도 하는데, 이제는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의 정상성에 관한 공식적인 의료적, 심리학적 관점들이 법률에 어긋나게 됐습니다. 저는 이제 학생들에게 진실(그런데 이 진실은 러시아 보건부도 인정한 것이란 말이죠)을 말할 것인지, 아니면 이 어리석은 법을 준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안드레이 : 저는 소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반동성애법들이 제 일상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가 우리 LGBT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법 제정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요. 그러나 이 법들은 저에게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전에는 러시아를 떠나는 것을 꿈꾸기만 했는데, 이제는 꿈만 꾸지 않고, 여기를 떠나기 위해 모든지 할겁니다. 이중 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거든요. 있는 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요.
알렉산드르 : 예전에 러시아 언론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고, 언급된다 하더라도 중립적으로 다루어지거나, 아니면 '좀 유별난 사람들'로 묘사되기는 해도 공격적이진 않았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게이들을 지능 수준이 낮은 순진한 바보들로 묘사했고요.
그런데 지금 언론의 동성애혐오적 어조는 정말 소름이 끼치고, 제 정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에서 저는 용기를 내어 성소수자에 관한 기사들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들은 댓글을 남길 수 없게 설정해야 했지요. 많은 누리꾼들이 제 블로그에 저를 모욕하는 댓글들을 남기면서 공격성을 표출했거든요.
율리아 : 물론 LGBT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LGBT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많은 시민들이 우리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들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수작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말하게 됐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 의견은 TV에 나오는 포퓰리즘적 정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의사, 학자,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읽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동성 결혼 법제화에 대해서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SNS 사이트, 그리고 제 주변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목격됩니다. 그나마 제일 긍정적인 발언은 이런 겁니다. "문 닫고 침실에서 하고 싶은 건 뭐든 알아서 하세요. 그런데 거리에서 자신의 비정상성을 드러내진 마세요." 이들은 프라이드에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에도 반대하고, 감정 표현에도 반대합니다. LGBT에 대한 폭력성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결론을 내릴게요.
로빈 :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계속 주위를 둘러보며 오가는 이야기들을 엿듣게 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저 자신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 없이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안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습니다.
지마 : LGBT에 대한 불관용이 더 심해진 것 같고, 안타깝게도 제 친척들도 이러한 정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커밍아웃을 할 용기를 낼 수 없고요. 성소수자 친구는 없어요. 여기에는 성소수자가 별로 없거든요. 아주 작은 도시라서 모두가 서로를 다 알고 지내죠. 한마디로 진공 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할까요. 여기에서 사랑을 찾을 안전한 방법은 도저히 보이지 않거든요. 제 친구들 몇몇은 제 정체성에 대해 알고 있는데, 심지어 그들 중 일부도 동성애 선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요.
티무르 : LGBT 시민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 말씀이신가요? 음... 러시아에서 사회 인식은 항상 별로였습니다. 소련 시절에는 처벌을 받았고요. 남자들만 해당되기는 했지만요. 당시 정부는 레즈비언들이 있다는 사실을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 했죠.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동성애 처벌법은 삭제됐지만, 사회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즈음에 푸틴이 대통령이 됐을 때 인식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고, 사람들도 좀 더 관용적으로 대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푸틴이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 돌입한 2012년 후반 즈음부터 상황은 다시 긴박해졌습니다. 이른바 친정부 방송국들이 게이 퍼레이드와 같은 행사들에 대해 왜곡 보도했고, LGBT를 추하게 묘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비전통적 윤리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지원을 받아 종교적 색채를 짙게 띠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소아성애 히스테리도 이용하고 있고요.
'소아성애 퇴치'라는 사이비 애국자 조직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이들은 자신들의 '애국적' 사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소아성애자들로부터 러시아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한다고 하네요. 이 무리의 우두머리는 지금까지 약 70명을 잡아서 '재교육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그런데요. 이들이 잡은 사람들 중에는 소아성애자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들이 잡은 사람들은 소년들과 상호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가지기로 한 사람들이죠. 러시아 법에 따르면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이고, 성인이라면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이들과 소아성애자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끔찍하고 변태적인 짓들도 그들의 선한 목적에 의심을 갖게 합니다. '소아성애 퇴치' 조직의 한 지부는 13~15세의 동성애자 청소년들을 공갈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욕하며 구타를 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혐오스럽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상황은 다를 겁니다. 예를 들면, 저희 지역에서는 아직 평온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 일상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제가 양성애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마르셀 : 일상 생활이 바뀐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네요.
미하일 : 공포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나스타시야 : 러시아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LGBT에 대한 폭력이 잦아졌는데요. 살인까지 이르는 경우들도 있고요. 이게 전부 동성애혐오로 인한 공격입니다.
'소아성애 퇴치', '노인성애 퇴치'라는 조직들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주로 동성애자 남성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노인성애 퇴치' 조직은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는데, 동성애자 아이들만 공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조롱, 모욕하면서 희생자들의 삶을 망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대놓고 말합니다. '동성애 선전 금지'에 관한 법이 이런 현상을 지탱하고 있어요. 동성애자들은 나쁜 거니까 죽여야 한다고 TV에서 말하니까요.
제 일상 생활에서 바뀐 점들은 다행히도 아주 끔찍한 것은 아니지만, 불쾌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제 가족 중 한 명이 동성애 혐오자거든요. 이런 법이 아니었다면 그 사실을 저는 몰랐을 겁니다. 이 사람이 며칠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동성애 선전 금지법 이야기를 하면서 LGBT는 환자들이고 동성애는 나쁘다고 제 남동생을 설득하더라고요. 하지만 제 남동생은 똑똑한 아이입니다. 누구든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더라고요. 그런데 상황이 얼마나 웃기냐면, 제 남동생은 14살이기 때문에, 선전 금지법에 의하면 저는 동생에게 커밍아웃을 할 수가 없네요. 물론 법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내 정체성을 알게 되어 제 동생을 괴롭힐까 봐 못하는 거지만요.
Q.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과 같은 반동성애법들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얀 : 굉장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제가 봤을 때 이것은 첫째로 젠더 불관용을 선전하는 것이고, 둘째로 정치적 탄압의 도구이며, 셋째로 정치적 검열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법 조항의 표현을 해석할 때 섹슈얼리티의 공개적 표현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섹슈얼리티 표현이 전통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통이 무엇인지는 국회의원, 경찰 등등 교양 수준도, 정직성도 낮고, 심지어 사회 여론도 알지 못하는 자들이 판단하게 됩니다. 이 법은 현재 러시아 정권이 1930~40년대에 독일의 히틀러와 그의 캠페인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체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아주 멍청한 짓입니다. 문화적, 민족적, 언어적, 젠더적 등등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러시아는 당시 독일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강력한 탄압'은 반드시 대규모 내부 갈등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안드레이 : 이런 법들에 대한 제 생각은 당연히 부정적입니다. 러시아 헌법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려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네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나 하고요. 러시아가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러시아에는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있거든요. 도로, 월급, 연금... 또 집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 이런 반동성애법들을 제정하면서 우리를 사회와 갈라놓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우리가 가시화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러시아 사회가 갑자기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들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 거지요. 정부 수준의 동성애혐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진보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저 자신을 부정해 왔습니다.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요. 그런데 반동성애법들이 최후의 결정타가 되어 저는 제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저는 남성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낍니다.
율리아 : 당연히 부정적이죠.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이 법을 문명인이라면 지지할 수 없을 겁니다.
로빈 : 이건 의도적인 폭력이자 야만적 행위입니다.
지마 : 이 법은 수백만 명의 시민들에 대한 죄라고 생각합니다. 이 법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평등하다는 진실을 말할 수 없게 합니다. (이런 법들을 만든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인가 봐요.)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은 동성애를 왜곡함으로써, 사람들이 동성애를 전염병, 질병, 사람에게 있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 역겨운 것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예전에 우리 도시에 사샤라는 남자가 살았습니다. 주민들은 그가 구운 빵을 먹고 살았죠. 그는 게이였는데, 어느 누구도 그가 게이일 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모든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이고, 따라서 안전한 삶을 살아갈 마찬가지의 권리가 필요합니다.
티무르 : 한마디로 사기죠! 선전할 게 뭐가 있다고요! '선전'해서 바꿀 수 있는 종교나 철학 같은 게 아니잖아요. 이 법안을 쓴 사람들이 적어도 한 달 동안 자기의 성적 지향을 바꿔서 동성과만 연애해 보라고 하세요. 이 국회의원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미성년자들은 말이죠... 이들을 시험할 수는 있겠지만, 성적 지향을 바꾸는 건 안될 겁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이상하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멍청한 법들을 제정하는 대신에 학교에서 성교육이나 제대로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아요.
마르셀 : 심각한 사회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돌리려고 이런 법들을 제정하는 것 같습니다. 무의미한 법입니다.
미하일 : 분별없는 정치적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시야 : 완전히 부정적이죠.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차별적 법률입니다.
Q. 성적 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으로 인하여 폭력, 차별에 노출된 적이 있으신가요? 친구나 지인 중에 이런 일을 겪은 분들이 계신가요?
얀 :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은 없습니다. 폭력, 차별에 대한 공포에 노출되었다고 해야겠죠. '지인의 지인' 중에는 이런 일들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안드레이 : 저는 제 성적 지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게이인 사실은 아주 친한 성소수자 친구들만 알고 있고요. 만약 커밍아웃을 했다면 집 밖에 나갈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과 집에서 만나거나 게이 클럽에 갑니다. 게이 클럽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동성애혐오적인 남성들이 게이 클럽 근처에서 폭력을 행하기도 하거든요.
알렉산드르 : 아니요.
율리아 : 개인적으로 공공연한 차별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성애혐오, 트랜스포비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로빈 : 성별 정정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손가락질을 당했고, 취직도 어려웠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친구들도 저와 똑같습니다.
지마 : 학교 다닐 때 저는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고, 대학교에서는 종종 저에 대해 수군거리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정말 엄청납니다. 저는 게이임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아마 지금은 아무도 저를 질책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지 제가 주변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외로운 남자로 보이기 때문인 겁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를 좋아하고, 이 사실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티무르 : 저는 처음에 23살 때까지는 제가 이성애자인 줄 알았는데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별은 당했습니다. 12~14살 때쯤이요. 대학교 때나 첫 직장을 다닐 때에도 '비전통적'이라는 의심을 받아야 했고요. 제 행동에 뭔가 '퀴어'한 것이 있었나 봐요.
마르셀 : 그런 적은 없습니다. 제 친구들은 저의 정체성을 알고 있고, 직장에서도 눈치 채고 있고, 이웃들도 알고는 있는데, 거리에서 LGBT라는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시민으로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동성애자 지인들도 폭력,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미하일 : 네, 저는 경험이 있습니다.
아나스타시야 : 저는 당한 적이 없지만, 제 지인들 중에는 LGBT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의 LGBT 커뮤니티에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얀 :우선 LGBT 활동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동지 여러분, 한국에서의, 또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의 섹슈얼리티와 젠더 분야 인권 상황에 대한 당신들의 관심과 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 LGBT를 포함한 러시아 사회가 역사가 깊고 문화 수준이 높은 여러분을 본보기로 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문화는 고대로부터 젠더 다양성, 성적 다양성에 상당히 관용적이었으며, 또한 사람들의 성생활은 사회가 간섭할 일도, 국가가 간섭할 일도 아니라는 이해가 존재했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 한국에서 LGBT 커뮤니티가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에 정말 놀랐습니다. 다들 정말 대단하세요. 그렇게 모두가 단결해야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우리를 지지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제 친구들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지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성공을 기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합시다!
알렉산드르 : 한국에서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모스크바에서 매일 한국의 KBS World Radio를 러시아어로 듣고 있습니다.
율리아 : 안녕하세요. 러시아의 LGBT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지지가 정말 중요한 때입니다. 서울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동성애혐오에 반대하는 시위 영상을 보았는데, 찡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는 영화를 보았거든요. 전 세계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민족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무지개 깃발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습니다. 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러시아로부터 사랑과 함께! ^_^
로빈 : 여러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러시아가 세계의 전부가 아니고, 좋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따뜻하게 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지지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지마 : 한국에서는 여기보다 좀 더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물론 이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LGBT 커뮤니티와 LGBT의 친구들, 가족들의 업적입니다.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는 것은 대단하고 올바른 일입니다. 한국의 LGBT 커뮤니티가 목적을 달성하기를 바라고, 항상 서로 도와가며, 또 사랑이 승리한다는 것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티무르 : 우리는 서로 알지도 못하고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여러분이 반응하여 우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여러분이 시위 발언하는 것을 들어 보니 여러분은 이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승리할 것이고, 이런 문제들은 우리를 똘똘 뭉치게 해서 더 강하게 만들 겁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제 키스와 포옹을 받아 주세요!!!
마르셀 : 여러분, 러시아의 중심부에서 인사를 전합니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우리는 정말 조그마한 행성에 살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좀 더 친절을 베풉시다. 선(善)만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합니다.
미하일 : 평등한 권리를 위한 여러분의 투쟁에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아나스타시야 : 우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여러분들도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고, 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고마워요!
'인권소식 > 해외 인권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평양 너머 만난 평등을 향한 무지개 - 미국 뉴욕 성소수자 단체 방문기 (0) | 2014.09.10 |
---|---|
21세기 러시아의 정체성, 그리고 동성애 혐오 수출 (3) | 2013.10.22 |
Rainbow connects Russia and Korea - 러시아 성소수자 지지 연대 기자회견, 그리고 그 후 (0) | 2013.07.18 |
[죠니의 러시아통신] “호모포비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수치이다!” - 러시아의 IDAHO (2) | 2013.05.30 |
전세계 자긍심행진 훑어보기 (2) | 201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