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connects Russia and Korea - 러시아 성소수자 지지 연대 기자회견, 그리고 그 후

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11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미성년자 대상 '비전통적 성관계(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성소수자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 법안은 연방회의(상원) 승인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 연대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6월 20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 정부의 성소수자 처벌 규탄 및 러시아 성소수자 지지 연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20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성소수자 탄압을 규탄하고 러시아 LGBT와의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모든 피켓과 기자회견문, 항의서한은 한국어, 러시아어를 병기했고, 러시아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를 러시아어로 낭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다같이 러시아어로 "믜 자 엘게베떼 라씨이(우리는 러시아 LGBT들을 지지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경찰의 자의적인 기자회견 방해가 있었지만, 러시아 대사관 앞 기자회견은 끝까지 계속되었다. 무지개행동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항의서한과 러시아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를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무전기로 "쟤네 오면 (못 들어가게) 막아버려"라고 통신하는 전경의 집요함은 끝까지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 후 '다르지만 너무나도 같은' 한국과 러시아 성소수자 단체들의 교류가 있었다. 1997년에 탄생한 러시아 최대의 성소수자 포털사이트이자 ILGA-Europe의 멤버이기도 한 Gay.Ru에서는 이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으로 다루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러시아 누리꾼들의 주요 리플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알렉스: 멋있다. 한국에서도 우리를 지지해주는 줄 몰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욜까: 여러분,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과 교류한 적이 있다.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다.

앤디: "감삽니다!" (한국어 발음을 러시아 알파벳으로 썼다. "감사합니다"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욜까: 당연히 사랑은 항상 혐오보다 강하다.

알렉스: 대단하다! 뭐라고 덧붙일 말도 없다! 서울의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나따샤: 훌륭하다! 피켓과 메시지도 러시아어로 준비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지지다. 우리도 여러분을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알렉산드르: 친구들 여러분, 감사합니다! 항의 서한도 정말 잘 쓰셨습니다!

러시아 최대의 성소수자 포털사이트 Gay.Ru 메인에 소개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 기자회견 소식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성소수자 단체인 'Выход(영문 단체명 Coming Out)'에서는 감사와 연대의 서한이 오기도 했고, 직접 무지개행동 홈페이지를 찾아와 메시지를 남겨준 러시아 누리꾼들도 있었다. 러시아의 SNS 사이트인 '브칸탁테(vKontakte)'에서도 많은 그룹과 누리꾼들이 이 소식을 공유했다.

K-pop 그룹에서 공유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 기자회견 소식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성소수자 단체 'Выход(영문 단체명 Coming Out)' 그룹에서 공유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 기자회견 소식

러시아에서 유일한 LGBT 지역 네트워크인 'Российская ЛГБТ-сеть(Russian LGBT Network)' 그룹에서 공유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 기자회견 소식

그러나 얼마 안 있어 6월 26일 러시아 연방회의(상원)가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을 승인했고, 30일에는 최종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은 7월 3일에는 해외 동성 부부들에 의한 러시아 고아 입양을 금지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이 법안은 6월 21일에 국가두마(하원)를 통과한 후 26일에 연방회의(상원)에서 가결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열받은(!) 영국의 명배우 틸다 스윈튼은 얼마 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붉은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펼쳐 러시아 성소수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리고, 러시아 LGBT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비록 러시아에서 계속 좋지 못한 소식이 전해져 안타깝지만, 한국과 러시아 LGBT의 연대가 더욱 끈끈해지길 바라본다. 우리의 연대가 더 큰 용기와 영감, 통찰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 관련 링크

대한민국에서 러시아 성소수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메시지 전문: http://www.lgbtpride.or.kr/xe/index.php?document_srl=42076

러시아 정부의 성소수자 처벌 규탄 및 러시아 성소수자 지지 연대 기자회견문 전문: http://lgbtact.org/?p=409

'러시아 의회, 동성애 혐오 입법...한국서도 반대 운동':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