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은 교원대 학보사의 요청을 받아 여섯 차례에 걸쳐 교사들에게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웹진 랑에도 일부 기사를 개제합니다.

 

강민진(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도 아마 학교에서 ‘풍기문란’ ‘불건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징계를 경험에 보셨을 겁니다. 어떤 학교에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다니거나, 이성 학생의 교실에 찾아가는 것도 금지하고 있지요. 학교에서 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습니다. 교복 입은 학생 커플이 지나가면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고, 여학생이 낙태를 했다거나 신생아를 유기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여론이 들끓습니다. 청소년의 이성 간 연애도 이런 취급을 받는데, 동성 간 연애를 하는 청소년에 대한 차별은 오죽할까요. 서울 학생인권조례에도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보호가 명시되어 있지만, 아직도 동성애자라고 밝혀진 학생들이 강요된 자퇴나 퇴학을 당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많은 교사들과 부모들은 청소년이 아직 미성숙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性)과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를수록 좋고, 성적 관계나 성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는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19금 영화도 알아서 보고, 연애도 하고 일부는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는 걸요. 실제로는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저는 조금 다른 주장을 해보려고 합니다. 청소년도 인간이고, 성(性)이란 것은 사실 우리가 타인과 교류할 때, 옷을 입을 때, 태도와 자세를 취할 때 모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또 한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청소년에게 성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야기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런 것들입니다. “넌 아직 그런 걸 고민하기엔 너무 어려” “아직 사춘기라 너는 잘 몰라. 크면 이성애자가 될 거야” 이런 말을 들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고민과 갈등이 쉽게 무시당했다고 느낍니다. 또 많은 청소년들은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만 들어왔지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학하거나 고립감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성애자 청소년에게도 학교는 유용한 성교육을 해주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남녀의 생식기 구조, 임신과 출산 과정, 성폭력을 피하는 방법, ‘건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훈계뿐이지요. 성교육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이 끌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또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일 텐데 말이죠. 만약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 때 얻을 수 있었다면, 지원이 필요할 때 사회에서 충분히 책임질 수 있었다면 지금 어른들이 우려하는 청소년 성폭력이나 신생아 유기 사건은 더 줄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에 귀 기울이는 법, 비폭력적으로 성적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웠다면 어땠을까요. 피임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피임도구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은 더 적었을 것입니다. 임신했다고 학교에서 내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만큼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사회에서 지원했다면 여학생들이 필사적으로 신생아를 없애려 하지 않았겠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몇 살부터 섹스에 대해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거냐. 19금 매체를 모두 청소년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냐. 청소년에게 성을 권장하는 거 아니냐. 그런 우려들이 있을 겁니다. 제가 이 글에서 모두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청소년과 대화할 때 그들의 인격과 고민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볼 때 분명히 잘못하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무조건 안 돼’ 하는 금지주의적 태도나 ‘너는 아직 어려서 몰라’ 하는 무시하는 태도는 악영향만 미칠 뿐입니다. 교사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더 많은 청소년이 성에 대한 질 높은 정보와 지원을 접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그들 스스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미성숙하니까’ 하는 색안경을 벗고,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며 서로 다른 부분은 존중하고 비슷한 부분은 공감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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