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은 교원대 학보사의 요청을 받아 여섯 차례에 걸쳐 교사들에게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웹진 랑에도 일부 기사를 게제합니다.
덕현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
몇 년 전 남자고등학교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목소리를 가늘게 내고 여성스럽게 행동하고 동성애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걸레년’, ‘뚱녀’라는 욕설을 듣고, 몸이 조금만 스쳐도 ‘더듬더라’는 소문이 나고, 어깨를 치고 갔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얼굴을 폭행당했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이 사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성소수자들은 비정상으로 여겨집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로부터 동성애혐오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남자답거나 여성스럽지 못하면 지적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동성애를 놀려도 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남자애는 내가 놀리거나 괴롭혀도 되는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괴롭힘과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게 되면서 그 상황에서 더욱더 헤어날 수 없게 됩니다.
다음은 피해학생이 자살하기 3일 전에 남긴 글입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교시를 그냥 보냈습니다. 처음에 저도 제가 해놓은게 있으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지... 했었는데 점점 더 생각할수록 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내가 없다면 더 이상 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할 만 한 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저도 그런 것쯤은 어느 정도 참는다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어제는 정말 참기 힘들어서 무단으로 조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사건은 학교가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대처하는 방식에도 많은 고민을 던집니다. 담임교사는 피해학생과 상담하거나 메모 등을 통해 집단괴롭힘 사실과 피해학생의 우울상태, 자살충동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부모에게 피해학생의 동성애적 성향을 알리며 남녀공학으로 전학가는 것이 어떻냐고 권고하였습니다. 이 같은 대처방식은 교사가 학교에서 동성애혐오적 괴롭힘이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은 남녀공학으로 간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여성스러운 남자애는 괴롭혀도 된다고 여길 것입니다. 또 다른 대상은 쉽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왕따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이것은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피해자 가해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방관자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는 모든 것을 교사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지금의 학교 구조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여러 소수자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은 피해자가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피해학생의 글을 보면,
“학교를 나가서 먼저 한 것은 길거리에서 몇 분 정도 울다가 그래도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계셨고 저는 혼났습니다. 아버지께서 차례로 오시고 저는 또 혼났습니다. 아버지께서 다음 주부터 올라오셔서 상담하고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끝내 저는 이기적인 아이입니다. 죄송합니다.”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학교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받는 고통을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은 괴롭힘 사실을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지만,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를 대화상대로 여길 수 있을까요?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특히나 “아직 어려서, 한때 지나갈 일”로 치부되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성정체성 고민은 어디서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겠지요.
대법원에서는 얼마 전 이 사건에 대해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에 이를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학교측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소수자 학생의 취약성이나 집단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나 이해가 없는지 보여줍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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