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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인권교육팀기획2]성소수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by 행성인 2013. 12. 25.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은 교원대 학보사의 요청을 받아 여섯 차례에 걸쳐 교사들에게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웹진 랑에도 일부 기사를 개제합니다. 
 

덕현(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교육팀)

 


성소수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나와는 너무 달라 이해하기 힘든 외계인일까요? 보통 동성애자 하면 홍석천을, 트랜스젠더 하면 하리수를 떠올리는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만나게 될 성소수자의 모습은 어떨까요? 성소수자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두 가지 개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성별정체성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나요? 여자라고 생각하나요? “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성별정체성이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별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같다면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남자로 보면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나는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남자로 보거나, 주민번호뒷자리가 1혹은3으로 시작한다면 많은 어려움에 놓이게 됩니다. 

트랜스젠더는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성별(염색체, 호르몬, 성기관 등)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남성, 여성, 혹은 다른 무엇)이 다르다고 느끼거나, 불일치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리수처럼 남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있는 반면, 반대로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나 남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도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별과 다른 몸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학교는 성별이분법이 강력한 공간입니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뭉쳐서 놀고, 교복, 화장실, 교실자리까지 남녀로 나뉩니다. 남자인데 여자같거나, 여자인데 남자같거나 하면 놀리거나 괴롭힘 당하고는 합니다. 이는 트랜스젠더에게 뿐만 아니라 단순히 남자답지 못하거나, 여성스럽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치마대신 바지를 입은 씩씩한 여학생을 보거나, 화장을 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남학생을 볼 때, ‘쟤가 성소수자구나’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유로 놀림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나 원하는 모습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같은 고정관념은 다양한 사람들을 남자다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 이 둘만이 되도록 끊임없이 내몹니다.



2. 성적지향


좋아하는 사람이 남성인가요?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여성인가요? 여성과도 남성과도 사귀어본 적이 있나요? 성적지향은 내가 누구에게 성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끌리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사회는 이성간에 사랑에 빠지는 것만을 정상으로 바라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요. 동성에게 끌리는 사람을 동성애자, 양성 모두에게 끌리는 사람을 양성애자,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무성애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성에게 성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끌리는 이들을 이성애자라고 하지요.

알다시피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지는 겉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여자같거나 남자같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성적지향을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너무 친해 보이는 동성친구들을 보고 “레즈/게이같다”거나 “너네 사귀냐?”라고 놀리곤 합니다. 사실 학교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우정과 사랑으로 나뉘기 힘든 여러 관계들을 맺습니다. 단짝이라 불리면서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기도 하고, 친구가 다른 사람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질투하기도 하고, 서로 키스를 해보기도 하고, 성기를 만지면서 장난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관계들을 동성이냐 이성이냐에 따라 우정 또는 사랑이라고 정의 내려버리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혐오와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관계들을 맺고 있는지 이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은 다른 개념이지만 현실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남자인데 여성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게이라는 놀림을 당한다던가, 사랑하는 여자와 숨기지 않고 사귀고 싶은 마음에 남자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사람들을 좋아했고, 성적으로 끌렸나요? 어떤 관계들을 맺고 있고 앞으로 맺고 싶나요? 당신은 성소수자와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