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쌤(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파견교사)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몇 명의 성소수자를 만나보셨나요? 주변에 몇 명의 성소수자 친구가 있나요? 아직까지 당신이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 주변에는 운 좋게(?) 성소수자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불행히도 당신은 그들이 커밍아웃할 만큼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름은 있으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그런 존재를 유령에 비유하곤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유령 같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존재하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의 이름을 부릅니다. 여러분에게 장애인 친구가 있을 때 친구를 “어이~장애인 친구!”라 부르지 않듯, 성소수자들도 친구들에게 “성소수자 친구”라 불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친구의 ‘이름’과 그의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인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성소수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순간은 지금까지 둘도 없이 지냈던 친구와의 예상치 못한 절교마저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를 순간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는 당신에게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나름 진보적이고 의식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막상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머뭇거릴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는 게이나 레즈비언들도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들도 사람인데 뭐가 어때”라고 말하는 사람도 막상 “그럼 당신의 형제, 자매 혹은 부모님이나 직장 동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가 성소수자라고 말한다면 어떨 거 같아?”라는 질문에는 날 것 그대로의 당혹스러움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머리는 인정하려 해도 아직 삶 속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는 준비가 덜 된 것입니다.

 

이제 성소수자는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 나이가 좀 있는데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무턱대고 괜찮은 이성을 소개시켜 준다고 들이대지 말아주세요. 그건 마치 채식주의자(vegetarian)에게 “내가 쏠 테니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호의는 고맙지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결혼이 여전히 이성애자의 전유물인 상황에서 그런 호의는 성소수자일지도 모르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교사가 되실 분들이시죠? 오늘도 도서관에서 교사의 꿈을 위해 임용고시 준비에 매진하는 분도 있을 테고, 학교 현장에 실습을 다녀와서 교직에 대한 열정을 더욱 맹렬히 불태우는 분도 있을 겁니다. 조만간 우리는 학교에서 교단의 동료로서 만날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처럼 훌륭한 예비교사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미래의 동료로서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성소수자는 바로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저는 교원대학교에 파견 와서 학부에 다니는 몇몇 성소수자 교원대생을 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을 성소수자라 밝힐 수 없는 굉장히 억압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교원대에도 성소수자 모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임조차 만들 수 없는 분위기더군요. 물론 교사 양성 대학에서 동아리나 동호회 등의 쇠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교사 임용고시가 한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보수적인 교원대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멀리 생각하기 전에 여러분 주위에 있는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 주세요. 그들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말과 행동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지를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꽤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임용고시의 관문을 통과해 학교 현장에 발 딛게 된다면 주변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사회생활의 기본이겠지요. 이 때도 늘 곁에 성소수자 동료 교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누군가 주위에서 성소수자를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움츠린 그들을 대신해 당당히 성소수자의 인권을 이야기해 주세요. 당신도 어느새 성소수자 동료들의 지원과 지지를 받는 꽤 괜찮은 교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좋은 교사가 되는 길은 약자와 소수자들의 좋은 동료가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학생과 교사 모두, 당신의 미래에서 반드시 만나게 될 멋진 친구이자 동료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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