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슬로건입니다. 혐오와 차별 때문에 드러내지 못해도,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라고 규정해서 부르지 않아도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 중에도, 학생들 사이에도 성소수자들이 당연히 존재합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 교사 503명 가운데 43.6퍼센트가 성소수자 학생을 만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 규정하듯이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차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혐오와 편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학교는 결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때로는 혐오와 폭력이 가장 잔혹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바로 학교입니다.


학교와 교육제도는 사회의 일부이기에 사회적 인식이 반영되고 영향을 미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보고 성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와 혐오가 뒤섞여 성정체성을 인식하거나 탐색하는 학생들의 고민을 일시적 혼란 정도로 취급하기도 하고, 교사가 수업시간에 무심코 또는 의식적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일, 학생들이 서로를 성소수자에 빗대 놀리는 일, 아웃팅도 비일비재합니다. 성소수자라고 알려지거나 의심받는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각한 괴롭힘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교사가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학교 1학년 초에 50대 남자 영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셔서 갑자기 칠판에 ‘sissy’라고 적어놓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그 말이 계집애 같은 남자를 뜻한다면서 저를 ‘sissy’라고 불렀습니다. 그 후로 선생님은 1년 내내 제 이름을 부르지 않고 항상 ‘시씨’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씨’는 저의 별명이 되었고, 아이들도 저를 그렇게 부르면서 놀림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자기를 만지지 말라거나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고, 저랑 닿으면 “살이 썩는다. 불결하다”며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선생님이 앞장서서 한 아이를 놀림감으로 던져 주다니. 저는 중학교 3년 동안 패닉 상태로 살아야 했습니다.”

- '성적소수자 학교내 차별사례모음집'에서 발췌

 

한국청소년개발원의 2006년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남자나 여자 같다고 놀림 받은 적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78.3%, 아웃팅을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30.4%, 동성애자라고 알려진 후 학교, 교사, 친구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청소년은 51.4%, 또한 욕설 등 언어적 모욕을 당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51.5%, 신체적 폭력의 위협을 당한 적 있는 청소년은 22.3%에 달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사회적 편견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동성애는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동성애혐오 논리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동성애는 학생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 되고, 청소년 성소수자는 졸지에 문제아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에는 일부 학교에서 동성애자인 학생을 색출해서 징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수 인사인 문용린 교육감은 “학교는 학교에서 그런 일(동성애)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그런 게 있다고 가르쳐선 안 된다”라며 동성애혐오 세력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혐오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서울 정도로 해롭습니다. 자긍심을 잃고 자기혐오를 키우면서 고통 받고, 괴롭힘과 따돌림 때문에 학교 밖으로 밀려나고, 가족에게도 외면 당하면서 심지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엔 교내 레즈비언 커플이었는데 어쩌다 아웃팅을 당하고 나서 둘이 급식실에 있는데 다른 애들이 바나나를 마구 던지고 급식 식판을 머리에 쏟고. 그런게 너무 힘들어서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자살 시도를 했어요. 한 친구는 즉사하고 한 친구는 병원에 있었어요. 그 학교 선생님들은 외면했어요. 되게 공부 잘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였는데 그 애들 신경 쓴다고 다른 애들한테 뭐라고 하면 공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선생님들도 그냥 방치했다고 하더라고요.”

- '성적소수자 학교내 차별사례모음집'에서 발췌

 

나아가 혐오는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고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에게 해롭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소수자 학생에게 안전한 학교란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의 다른 말일 것입니다. 교사들 개개인이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학교, 모두를 위한 교육을 만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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