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전국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성소수자 학생을 만났지만(국가인권위원회, 2005), 선생님으로서 성소수자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인데, 선생님들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막막하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이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함께 알아봅시다.



1. 성소수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었을 때, 우리는 모두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정 상황이 좋지 않은 학생의 상황을 돕는 방법, 장애를 가진 학생을 교육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함께 가는 방법, 말 안 듣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법,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같은 것들 말입니다. 성소수자 학생이 교육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무엇인지, 이맘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주로 하는 고민은 무엇인지, 성소수자 혐오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면 성소수자 학생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아도 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첫 발을 내딛는 것은 어렵지만, 점점 더 쉬워집니다. 


공부할 자료는 많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는 스무 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집 ‘작은 무지개들의 비밀일기’,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교사 가이드북 ‘선생님! 저 동성애자인 거 같아요!’, 성소수자 인권교육의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는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꾸러미’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인쇄본을 주문할 수도 있고,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다운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지개행동에서는 ‘성적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 모음집’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에서는 각각 ‘커밍아웃 가이드’와 ‘트랜스젠더 커밍아웃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2. 다른 선생님들과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티 타임 세미나’를 해 봅시다. 점심 시간 후 수업이 없을 때, 친한 선생님들끼리 둘러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는 그 시간에 30분 정도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배포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자료집을 발제문으로 삼아 이야기를 시작해보아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적극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가 가진 성소수자에 대한 거리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식 기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에 대한 뉴스 기사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성소수자 교사냐고 묻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 선생님은 세미나에 꼭 참여 시키도록 합니다.



3. 수업시간에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인권과 다양성에 대한 수업이 따로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다른 과목 수업 시간에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북아일랜드의 'Cara Friend'와 'The Rainbow Project'가 펴낸 ‘평등한 교육을 위한 가이드(Education Equality Curriculam Guide; Supporting teachers in tackling homophobia in school)’에서는 학교 행사와 조례는 물론 역사, 지리, 종교, 음악, 미술 수업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과 성소수자 혐오를 다룰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에서 동성애자였던 차이코프스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거나, 미국의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예방 캠페인인 "It Gets Better"의 노래를 함께 불러보면서 음악의 치유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술 시간엔 그리스와 로마 미술에 표현된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표현의 자유가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 수업 시간엔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의해 희생된 동성애자들에 대해, 지리 시간엔 종로나 이태원, 홍대와 같은 성소수자가 많이 모이는 지역에 대해, 경제 시간엔 ‘핑크 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화, 정치 시간엔 좀 더 직접적으로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군형법을 이야기하면서 성소수자가 노동권, 가족구성권 등 사회/문화적 권리를 차별 받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 시간에 영화 '킨제이 보고서'를 함께 보며 과학자가 가져야 할 편견 없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도 있고,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종족 보존의 본능'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윤리 시간엔 도덕 관념의 시대적 변화에 대해, 혹은 도덕과 정의가 항상 일치하는 것인지 이야기해볼 수 있고, 미션스쿨인 경우 채플 시간에 민중 신학과 해방 신학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성경에 실제로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명시한 구절이 있는지, 오늘날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는 것이 가능한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야만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학부모나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온다면, 엄연히 존재하는 학생을 없는 학생으로 만드는 수업은 할 수 없다고 말하십시오. 학생을 위해 싸울 줄 아는 선생님이 되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4. 인권동아리 만들기


인권 동아리를 만들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집니다. 학생들과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활동할 수도 있고, 현장 학습으로 인권단체를 방문하거나 인권단체의 활동가를 초청해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교육부는 ‘Hoshen’이라는 단체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학교에 직접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를 만나기 힘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 그 사람이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성소수자 친구에 대해 명확한 지지 의견을 밝힐 줄 아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아이들은 쉽게 혐오적인 욕을 하거나 왕따를 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5.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함께 하기


교사 혼자 힘으로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어떤 위험에 놓여 있는지 궁금하다면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연락하십시오. 무료로 배포하는 자료집과 가이드북을 받아볼 수 있고, 그 자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권단체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빠르게 전문 변호사나 상담사를 연결해줄 수도 있고,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가진 다른 선생님들을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인권단체를 쉴 새 없이 귀찮게 하십시오. 미안하다면 정기후원을 시작하면 됩니다.



6. 학교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 시작하기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아서 이 글에서 다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공감하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학생의 눈으로 학교를 바라본다면, 남녀로 나뉜 화장실 앞에서 겪게 될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좌절감을, 좋아하는 아이 앞에서 맴돌 수 밖에 없는 동성애자 청소년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행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에서 배포하는 ‘커밍아웃 좋아요’ 스티커를 교무수첩에 붙이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해보십시오. 학생들이, 다른 선생님들이 궁금해 한다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큰 변화도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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