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이 글은 2014 LGBT 인권포럼의 <LGBT 건강,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세션 중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연구’의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에 대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하였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


Figure 1 Paradigm Shift




제가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위의 그림을 통해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 LGBT 그 자체가 질병으로 여겨져, 그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그 당시에는 LGBT를 치료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이 변화해나감으로써 LGBT 인구집단을 사회적 존재로서 바라보고 또 그 인구집단의 건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LGBT 건강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또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에서 쓰여진 LGBT 건강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현재 한국 성소수자 관련 건강 연구들은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 패러다임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즉 ‘지금 LGBT 건강 연구는 어디쯤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건강 관련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통해 이러한 연구들이 적으면 실제로 얼마나 적은지, 진행된 연구들은 주로 어떤 연구들이었는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전체를 조망하는 그런 작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해외에서의 LGBT 건강 연구



Figure 2 Boehmer, Ulrike. "Twenty years of public health research: Inclusion of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populations."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92.7 (2002): 1125-1130.



1980년부터 1999년까지 국외에서 진행된 공중보건 분야에서의 LGBT 연구 총 3,777 논문들을 검토한 리뷰논문("Twenty years of public health research: Inclusion of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populations.")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한국과 대조적으로 3,000편 이상의 논문들이 있어서 일단 연구의 양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논문들 중에는 성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 관련 연구가 가장 많았고, 그 이외에도 정체성, 병인론(병의 원인을 찾는 이론), 건강관리 등과 같이 다양한 주제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을 통해 한국에 비해 국외에서는 LGBT 건강에 대해서 다양하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은 “LGBT 건강에 대한 연구들이 공중보건 분야에서 주목 받지 못해왔고, 성병을 제외하고는 다른 연구들이 아직까지도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에서의 LGBT 건강 연구


이러한 연구 추세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의 성소수자 건강 관련 연구들을 검색했습니다. 검색엔진으로는 국외 웹 데이터베이스인 Medline과 Embase, 국내 웹 데이터베이스인 Koreamed와 RISS를 사용했습니다. 사용된 검색어는 성소수자 인구집단 관련한 모든 용어를 포함시키려고 했습니다. 검색 결과로서 과거에 이루어졌던 성소수자 건강연구 같은 경우에는 간혹 동성 간의 성행위를 동성애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여 사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지만 이는 LGBT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고, 앞서 말씀 드린 패러다임 변화 이전의 연구들로 간주하고 관련 연구를 모두 포함시키기 위해서 분석대상으로 채택하였습니다. 



Figure 3 문헌 선택 과정



LGBT 관련 검색어를 검색한 결과 총 2,238편의 논문들이 나왔고, 관련 없는 연구들과 중복된 논문들을 제외하고 난 후 136편의 논문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136편의 논문들 중에는 임상적인 사례보고에 해당하는 연구들이 44%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동성애 환자의 한 사례와 같이 동성애 그 자체를 하나의 사례로 보고한 연구들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임상 검사 관련 연구 26편으로 19% 정도 있었고, 세 번째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수술과 같은 임상적 수술과 관련된 연구들이 23편이 있었습니다. 사실 임상 수술, 임상 사례 보고와 임상 검사 등과 같은 임상적 연구들은 LGBT 그 자체를 질병으로 바라보고 이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앞서 말씀 드린 패러다임 이전의 시각과 맥락에서 진행된 연구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임상 연구들을 제외하고 패러다임 변화 이후에 LGBT 인구집단의 건강을 다룬 연구들에 집중하여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임상적 연구들이 제외되고 분석 대상이 된 나머지 28편의 논문들은 1993년에 출판된 논문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2000년대 이후, 최근에 출판된 논문들이었습니다. 하위 인구 집단을 살펴보면 남성 동성애자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절반 이상이었고, 연구 방법으로는 양적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28편의 논문 중 11편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논문들이었습니다. 11편의 논문 중 6개의 연구가 LGBT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주목해서 그러한 것이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들이었습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LGBT가 가지고 있는 다른 건강상태 보다는 본인의 정체성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혹은 드러내는 것, 그 자체로 인해 LGBT의 정신건강에 악화되고 있다는 연구가 많은 경향을 보여줍니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 연구>의 체계적 문헌검토를 통해 현재까지 한국에서 LGBT 건강과 관련해서 어떠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는지 간략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앞서 말씀 드린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 지어서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바라보는 관점으로써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는 간단히 말해 건강이 유전 등과 같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우리 모두의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임상적 의료의 부분에만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요인들은 계급, 성별, 인종 그리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Figure 4 Dahlgren & Whitehead, 1991, "Policies and strategies to promote social equity in health", Stockholm: Institute of




위의 그림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어떤 사회적 요인이, 어떻게 LGBT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 흐름을 설명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큰 틀에서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으로 교육, 노동 환경, 보건의료 서비스 등과 같은 조건이 있고, 그 속에 사회와 지역사회 네트워크 요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 생활습관에 대한 요인들이 있고, 그 보다 작은 단위로 나이, 성별 등과 같은 개인적 요인들이 있습니다. LGBT 건강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사회 전체 또는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LGBT 인구집단이 겪을 수 있는 낙인, 차별 그리고 불평등이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LGBT 정체성으로 인한 실업 또는 가족과 같은 사회적 지지기반의 부재 등과 같은 요인도 건강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흐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구조적 결정요인이 직간접적으로 건강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패러다임을 통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인식한 채 이루어진 한국 LGBT 건강 관련 연구들의 부족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맺음말


결론으로, 국외 연구들과 비교해서 한국에서 진행된 LGBT 인구집단의 건강에 대한 연구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미흡했습니다. 또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의 관점을 가진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시 패러다임 변화로 돌아와서 말씀 드리자면, LGBT 그 자체를 질병으로 바라보고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임상적 의료 연구뿐만 아니라 LGBT를 하나의 인구집단으로서 바라보고 이 인구집단의 건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LGBT 인구집단을 둘러싼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과 이것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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