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의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릴레이 인터뷰에 처음으로 참가해 주었던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 운동 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이하 변날)’가 지난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한 번째 레즈비언 문화제를 개최했다. ‘Marry Me’란 타이틀을 내건 이번 문화제는 학문관(학생문화관) 전시, 자료집 발간, 토크쇼, 영화 상영, 파티 등 다양하고 풍부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1월 11일 ‘성소수자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미래’라는 주제로 게스트들과 함께한 토크쇼를 시작으로, 12~14일에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김조광수)’,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2013, 맥키 알스톤)’, ‘The Wall 2(2000, 제인 엔더슨 외)’와 같은 퀴어 영화들을 상영했고, 마지막 15일은 신나는 파티로 마무리를 장식했다.

 

동인련은 변날 문화제가 개최한 토크쇼와 파티에 함께했다. 마루님이 사회를 본 토크쇼에는 변날의 보리님, 모카님 외에도 한양LGBT인권위의 박해민님,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의 미묘님이 게스트로 참석해 주었다. 각각 Q(퀘스쳐닝), L(레즈비언), G(게이), B(양성애자)로 자신을 소개한 게스트들은 성적 지향, 연애, 동거, 입양과 출산, 커밍아웃, 가족-반대, 원가족과의 관계, 계약 결혼, 폴리가미, 꿈과 희망, Open Relationship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성소수자 청년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커밍아웃은 성소수자 청년들의 과거이기도, 현재이기도, 미래이기도 하다. G(게이) 패널은 커밍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자신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들려줬다. 처음 커밍아웃을 할 때는 30분이 넘게 입을 떼지 못했다는 그는 그 후로 차근차근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해 왔고, 지난 추석 때는 부모님께도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L(레즈비언) 패널의 경우 아웃팅(타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으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고 오로지 본인의 입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크쇼 당일에도 커밍아웃을 했다는 그는 이번 커밍아웃이 대성공이었다고 말해 따뜻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B(양성애자) 패널은 지지자가 없는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했다가 힘들어지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친해지고 나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Q(퀘스쳐닝) 패널은 자신에게 커밍아웃 강박증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중학교 1학년 때 정체화한 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는 그는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좋지 않은 일은 겪지 않았지만, ‘밥줄’이 걸린 일에서는 ‘이성애자 코스프레’를 하게 돼 답답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모든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어느 정도 주변에 커밍아웃을 한 상태였지만, 다수의 성소수자 청년들은 다른 상황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이들이 바라는 미래상, 가족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G 패널은 또래 청년들이 많이 꿈꾸는 삶을 생각한다면서도 기존의 제도 속에 묶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 L 패널은 경제적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패널은 자신의 집이 종갓집이지만 제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해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Q 패널은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꿈이 많다고 말했는데, 지금 당장은 졸업과 취직이 꿈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거주지에 관한 꿈이 크다고 했고, 자신의 파트너, 게이 친구, 그의 파트너, 아이 둘과 같이 이루어진 대가족을 이루는 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입양과 출산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청년 패널들은 많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G 패널은 입양하는 게 꿈이었지만, 본인이나 파트너를 닮은 아이를 키우고 싶은 욕망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입양이나 양육에 관해서는 파트너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Q 패널은 자신에게 아이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이를테면 친한 게이 동생이 우리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 주는, 그런 큰 틀의 가족을 꿈꾼다고 말했다. B 패널은 혈연이든 아니든 아이와 함께 살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다시 한 번 자신의 집이 종갓집이라는 문제를 강조했다. L 패널의 경우 파트너가 네 명의 아이를 키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얘기했다. 다른 수많은 이성애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고민으로 보였다.

 


이성애자 동료들의 지지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환영했지만,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소수자 청년들이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음이 느껴졌다. 변날의 경우 지난해부터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아직 이성애자라고 밝힌 신입 회원은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비공개적인 모임이었다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는 성소수자인 친구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아웃팅 염려로 많은 고민이 있어 보였다. 한양LGBT인권위에는 이미 이성애자 멤버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더 많은 곳에서 이성애자 지지자들의 활동이 가시화되는 것이 성소수자 청년들에게 큰 힘과 자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성소수자들의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Q 패널은 현재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KBS에서 방영된 바 있는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서 이성애자들이 상상하는 전형적인 동성애자들의 삶이 그려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B 패널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성소수자가 별로 없다면서 좀 더 다양한 사람과 모습을 비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G 패널은 무엇보다 가시화가 중요하다면서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성소수자 이미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L 패널도 가시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감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부정적이라면서 “성소수자가 내 주변에는 없지만 미디어에 그렇게 나오니까 웃겨”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도 어디에나 성소수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진지한 고민과 토론으로 한 주를 보낸 변날은 마지막 ‘불금’을 파티로 불태웠다. 변날 회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동료들과 지지자들이 찾아와 파티 장소를 가득 메웠다. 변날러들의 만담부터 ‘인민보녕이’와 ‘하레와우야’의 뜨거운 게스트 공연까지! 다양한 사랑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혐오가 아닌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었다. 올해 레즈비언 문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자유와 평등을 향한 변날러들의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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