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육우당문학상 심사평

Posted at 2014.04.30 17:21// Posted in 육우당 문학상

홀로 있음을 두려워말고

홀로 있음으로 스스로를 자학하지 않으며

마음껏 노래하고 마음껏 쓰시라


김비(소설가, 제2회 육우당문학상 심사위원)


고독하지 않은 예술은 없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사회적 명성과 부를 얻는 예술도 가치가 있겠지만, 예술이 인간과 사회를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기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말은 그만큼 예술로부터 멀리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예술을 대중과 나 혹은 사회와 나 사이의 거리감으로 가늠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나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하는 예술가의 숙명을 고려할 때 나와 나 사이의 거리감에 관한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나'는 이미 예술가 자신이 원하는 '나'가 아니며 그는 언제나 새로운 곳에 가 닿기를 열망할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예술이란 언제나 소외의 지점과 맞닿아 있다. 여기 이 곳은 예술가의 목적지가 아니다. '여기를 겨냥하고'(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소설가 윤대녕의 심사평 中에서) 있더라도 여기에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여기를 파헤쳐 미래로 이끌어야할 것이며, 그곳은 새로운 '여기'이고 예술가에게는 또 다시 도전해야할 '여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외란 예술의 첫 걸음이며, 소외된 삶이란 그래서 더욱 예술과 가까이 있다.

 

육우당 문학상이 진행되고 그 심사를 맡아달라는 청을 받으면서 나뿐만 아니라 위촉된 심사위원들 모두 아마 그래서 더욱 기대와 설렘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그러하거니와, 또한 그 주제 속에 녹아든 삶을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 집필한 것이니 작품을 들춰보는 모두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한 자리에 모인 세 사람의 심사위원은 모두 조심스러운 첫마디를 꺼내놓아야 했다. 작품의 주제나 소재를 논하기 이전에 형식적인 기준에도 다다르지 못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애초부터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그렇다면 실험성이나 새로움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자 의견을 모으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눈에 띄는 작품이 거의 없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세 심사위원들이 두 명이상 공통적으로 거론한 작품들을 보면 시는 「아웃팅Outing」과 「거리에서」였고, 소설은 「어느 교실의 풍경」, 「다리에서의 크리스마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익지 못했다」, 「물감옥」, 「2009.4.18 1950-2009.11.30. 0142」이었다.

논 외로 거론된 작품들은 「bleu에 관한 노트-아찔함, 현기증, 색채청각」, 「연리지」, 「미지의 꿈」, 「소라게」, 「밝아지기 전에」, 「외면; 시스터즈」가 있었는데, 「bleu에 관한 노트」는 훌륭한 비유와 상징 그리고 소재를 포착하는 면에 있어서 뛰어난 반면 작품을 끝까지 완결하지 않은 프롤로그 같은 소품에 머물렀고, 「연리지」는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데다가 우연하게도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지닌 「물감옥」과의 경합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시였던 「소라게」는 마지막 연에서 갑작스럽게 작품의 힘이 떨어져 아쉬움을 더했고, 「밝아지기 전에」는 성소수자들이 만남을 위해 사용하는 어플을 소재로 부드러운 글솜씨를 보여주었지만 이 역시 하나의 소설로 완성되지 못한 단순한 '에피소드'에만 머물러 우수작 논의에서 멀어졌다. 「미지의 꿈」은 식물원과 요양원이라는 공간이 충분히 소설적으로 완성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길이에 비해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과, 읽는 이를 주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야기의 힘을 모으는 데는 실패한 듯 보였고, 「외면; 시스터즈」는 성소수자의 시선이 아니라 성소수자의 가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았지만 그 완성도에서는 역시 심사위원들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리하여 심사위원들은 우수작들을 두고 최종적으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였다. 「어느 교실의 풍경」은 코끼리 무덤 이야기를 통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드러낸 것과 지우개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주제를 풀어 나아가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했으나 이 역시 짧은 소품 수준에 머물러 모두들 아쉬워했고, 시였던 「아웃팅」은 응모된 시 작품들 중에 하나의 '시'로서 가장 완벽함을 보여주었음에도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충분히 시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익지 못했다」는 안정적인 문장과 이야기의 흐름으로 하나의 소설 작품다운 완결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으면서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우르는 힘을 보여주었던 반면 당선작으로 뽑기에는 눈을 사로잡는 새로움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으며, 「다리에서의 크리스마스」 또한 하나의 소설 작품으로서 안정된 이야기와 문장을 자랑하며 심사 위원들 중 한 분에게는 당선작으로 추천될 만큼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 반면 '반전'이라는 강박에 매몰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죽음이라는 사유를 너무 극적으로만 차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들었다.

「거리에서」는 시로서의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거리에서의 스킨십을 '물다'라는 행위를 포착하여 아름답게 구현한데다가 마지막 완결성의 힘 또한 뛰어났음에도 '단 하나의 작품'으로 내세우기에는 세 심사위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2009.4.18 1950-2009.11.30. 0142」는 그 참신함과 아이디어, 그리고 메신저 창에 뜬 몇 마디만을 이용해 하나의 소설적 이야기를 진전시켰다는 것과, 서로의 메신저 닉네임에 변화를 줌으로써 등장인물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선을 포착하고 있다는데 심사위원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음에도 '당선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헐거울 수밖에 없는 실험적 한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감옥」은 FTM 트랜스젠더 친구를 가진 여성의 제3자적 시선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친구에게 가지는 죄책감 혹은 사랑의 감정을 아름다운 묘사와 감각적인 문장들로 아주 잘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밀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발목을 잡았다.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들을 두고 시는 「거리에서」를, 소설은 「다리에서의 크리스마스」, 「2009.4.18. 1950-2009.11.30 0142」 그리고 「물감옥」을 두고 다시 논의를 거듭했지만 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소설들 또한 내용적인 면에서나 형식적인 면에서 하나의 완벽한 소설 작품으로 여러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단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택할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작품들이 상향평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처럼 눈에 띄는 단 하나의 작품이 심사위원들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도 당선작을 내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였음을 밝힌다.

 

문학이라는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하나의 단어, 혹은 하나의 문장으로 투사되는 크고 넓은 세계의 매혹 때문일 것이다. 그 무수히 많은 세계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몸을 엇걸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미지와 문양은 그래서 그 어떤 예술보다 더욱 간결하고 강력한지도 모른다.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예술의 이미지가 아름답고 잘 꾸며진 길이라면, 문학은 '광장'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디로든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모든 개개인의 길이 만들어지고 각자의 이미지와 감흥이 또 다른 광장을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성소수자인 나도 마찬가지, 여러분들은 그 광장에 모두 각자 홀로 서 있다. 홀로 있음을 두려워말고 홀로 있음으로 스스로를 자학하지 않으며 마음껏 노래하고 마음껏 쓰시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세계를 창조하여, 그 속에서 마음껏 충분히 활개치며 노니시라. 세상의 한계와 벽으로 인해 농락되지 않도록 여러분의 예술을, 여러분의 문학을 더욱 단단히 아름답게 지어 올리시라. 그렇다면 여러분은 더 이상 소외된 자가 아니라 우뚝 선 자가 될 것임을 우리는 의심치 않는다. 내년에는 더욱 더 새롭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탄생시켜주시기를, 세 심사위원들의 뜻을 모아 간곡히 부탁드린다.

 

 

* 제 2회 육우당문학상 최종심사는 송경동(시인), 조이여울(기자, 일다) , 김비(소설가) 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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