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강요한
배가 고파서 그래,
사실 아파서인지도 모른다
손을 잡고 걷는 길 위로
수 만 개의 시선이 나를 무는 것 같아서
질식할 것 같다 그림자는 이미
발밑으로 숨어든 지 오래
네 손도 날 꽉 물고 있다
몸 전체가 너무 저릿한데,
백지 위를 걷는 기분이다 끝없이
발을 놀려도 자꾸만 주저앉게 돼
배가 고파서 그래, 네 손을 문다
흘러내리는 건 나와 똑같은
살이야 새싹같이 곱게 자리한
더듬는다 나를 앙 물고 있음에도
놓으면 사라질까, 놓으면 날아가 버릴까
네 입술은 나비를 닮았다
네 입에 나비 한 마리를 더 맞대면
거리 사람들이 나비와 날아가 버릴까,
입 맞추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꽉 잡으면 건네지는 한 마디의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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