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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 문학상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거리에서

by 행성인 2014. 4. 30.

거리에서

강요한

배가 고파서 그래,

사실 아파서인지도 모른다

손을 잡고 걷는 길 위로

수 만 개의 시선이 나를 무는 것 같아서

질식할 것 같다 그림자는 이미

발밑으로 숨어든 지 오래


 

네 손도 날 꽉 물고 있다

몸 전체가 너무 저릿한데,

백지 위를 걷는 기분이다 끝없이

발을 놀려도 자꾸만 주저앉게 돼


 

배가 고파서 그래, 네 손을 문다

흘러내리는 건 나와 똑같은

살이야 새싹같이 곱게 자리한

더듬는다 나를 앙 물고 있음에도

놓으면 사라질까, 놓으면 날아가 버릴까

네 입술은 나비를 닮았다

네 입에 나비 한 마리를 더 맞대면

거리 사람들이 나비와 날아가 버릴까,

입 맞추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꽉 잡으면 건네지는 한 마디의

신경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