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지났지만 슬픔과 좌절, 분노가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6명이 하루 빨리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히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윤이 사람보다 먼저인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회피와 허울뿐인 대책으로 일관하며 사람들이 이 비극을 잊기만을 바라는 모습입니다. 유가족들의 절규와 시민들의 분노를 억누르기에 급급한 작금의 사태를 보며 분노와 통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부조리한 혐오와 차별로 숱한 친구들을 잃은 우리들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애도라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사망자와 구조자, 유족,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 모두를 포함한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보내며,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투표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을 위한 투쟁을 투표로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냉소와 무관심으로 누군가 우리 삶의 문제들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습니다.
1. 이윤보다 생명, 인권, 안전이 우선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근본 원인은 이윤지상주의입니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사회에서 안전이나 인권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돈벌이만을 위한 규제완화, 공공성을 파괴하는 민영화,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비정규직화에 반대해야 합니다.
2.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직장, 학교,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이들이 있는 그대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사회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차별 해소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바꾸고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고 혐오을 용인하지 않는 안전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3. 혐오는 살인입니다. 폭력을 부추기는 혐오에 맞섭시다.
최근 한국에서도 성소수자, 이주민 여성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혐오세력은 급격히 조직화돼 사회 전반에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바른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등 일부 보수기독교 세력과 보수정치 세력이 결탁한 혐오세력은 편견을 퍼트리며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등 차별구제 및 방지를 위한 법률들에 반대할 뿐 아니라 국립국어원, 교육 현장, 지방자치단체 등에 압력을 행사해 성소수자 인권을 부정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급기야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활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혐오에 일관되게 맞설 수 있는 정치인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4. 우리는 특히 다음과 같은 공약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 각 지방자치단체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시한 인권조례를 제정하여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의료, 주거, 복지에서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교육감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하고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심한 경우 폭력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 성소수자혐오성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 또 동성애혐오로 인해 학교나 가정에서 내몰려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인권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고, 인권을 위해, 혐오에 맞서 투표합시다.
2014년 5월 26일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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