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동인련 HIV/AIDS 인권팀장)
살롱 드 에이즈는 동인련 HIV/AIDS 인권팀의 HIV/AIDS 교육 프로그램 제목입니다. 인권팀은 HIV/AIDS라는 질병의 역사, HIV/AIDS와 인권, 문화, 커뮤니티 등 HIV/AIDS라는 질병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살롱 드 에이즈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여름, 3-4개의 개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동인련 회원과 HIV/AIDS 이슈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총 4개의 개별 프로그램을 진행 했습니다. 첫번째 프로그램은 2013년 동인련 HIV/AIDS 인권팀의 “4-60대 남성 동성애자 감염인 생애사 인터뷰” 프로젝트의 참여자 두 분을 모시고 게이, HIV/AIDS 감염인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휴먼 라이브러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에이즈 타임즈 – 에이즈 혐오기사 다시쓰기라는 제목으로 HIV/AIDS에 대한 신문기사에 담긴 차별적, 혐오적 시선을 찾아보고, 인권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기사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HIV/AIDS는 유일한 강의식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동인련의 러시아 전문가(ㅎㅎ) 종원님을 모시고, 구 소련 지역의 HIV/AIDS 이슈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살롱 드 에이즈는 전세계에서 그동안 만들어진 다양한 HIV/AIDS 캠페인 영상을 함께 보고, 직접 에이즈 캠페인의 콘티를 만들어 보는 개봉박두 – 내가 만드는 HIV/AIDS 캠페인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2014년의 살롱 드 에이즈에서 가장 특별했던 건 HIV/AIDS 감염인 활동가 두 분과의 휴먼 라이브러리였습니다. 그동안 살롱 드 에이즈를 진행하면서, ‘감염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는데요. 올해는 드디어 그 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 인권팀에게는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게이이자, HIV/AIDS 감염인임을 드러내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두 분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저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두 분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두 분과의 진솔하고 유쾌한 대화를 통해, 7,80년대 청년기를 보낸 중년 게이의 삶을 엿보기도 하고, HIV/AIDS 감염인의 삶이 마주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살롱 드 에이즈의 다른 프로그램들이 궁금하신가요? 프로그램 참여자 두 분이 써주신 후기와 캠페인 워크샵의 (콘티로 시작했지만 캠페인 포스터가 되어버린) 작품(!!) 사진을 통해 살롱 드 에이즈를 살짝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2015년 여름 다시 찾아올 동인련 HIV/AIDS 인권팀의 HIV/AIDS 교육 프로그램 살롱 드 에이즈를 기대해 주세요. 내년 여름 뜨겁게 다시 만나요~ 안녕~
살롱 드 에이즈 -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HIV/AIDS 참여 후기
- 소유
지난 주에 이어서 살롱 드 에이즈 세번째 시간에 다녀왔습니다.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HIV/AIDS'라는 굉장한 주제인데, 제 경우 주위 분들과는 달리 러시아사에 대한 지식이 얕아 지루하게 듣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예상과 다른 내용이 많아 무척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생소한 러시아 록 그룹 젬피라의 '에이즈(СПИД)'라는 곡과 함께 시작된 이번 강의에서, 우리는 구 소비에트에 에이즈 위기가 발생하게 된 계기와 그 이후의 전개를 연방 해체와 같은 사건들과 연관지어 여러가지 통계로 살펴보았습니다. 준비된 자료가 적지 않았는데, 일단 감염인 숫자나 증가 폭이 예상보다 많아 놀라웠습니다. 소비에트 시절에 서구권보다 낮은 감염률을 자랑했던 국가들이 연방 해체에 따른 혼란으로 폭발적인 감염인 증가를 겪은 것을 보니 질병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대응(국가계획)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통계들에서는 한국과 다른 부분들이 보였는데, 이를테면 최근 몇년간의 HIV 감염 원인들을 보여주는 도표에서 주사기에 의한 감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점이나,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감염 비율이 비슷한 점이 독특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여전히 과거의 편견대로 에이즈를 동성애자의 질병으로 취급하며 그 근거를 당대 러시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외 자료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답답한 대목이었구요.
한편 예전에 시행되었던 에이즈와 동성애 관련 설문 조사 자료들을 볼 때는 러시아 사람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인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이러한 인식이 최근에는 선전금지법 입법과 혐오범죄들에서 보여지듯 2006년부터 꾸준히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LGBT 커뮤니티의 퀴어퍼레이드 시도 등 다양한 가시화 노력에 따른 반작용과 경제 위기 속 여러 다른 사회적 요인들이 맞물린 것인데요. 이중 가시화에 따른 반발은 마치 영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에 나오는 2008년 당시 한국 사회의 LGBT에 대한 무관심이 최근들어 퀴어퍼레이드 방해 등 무척 가시적인 혐오 행동으로 변해온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삶은 더욱 힘들어 지는 가운데, 대안으로써 소환된 종교는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대신 퇴행적인 '정상'을 종용하고, 소수자들은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외면당하는 것 역시 반드시 러시아만의 이야기로는 생각되지 않아 많은 학습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밖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여기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평소 듣기 힘들었던 러시아 및 동구권의 현황과 감염인 실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구요. Q&A 시간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활동가 분들의 언어로 들으니 공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정상 뒤풀이는 따라가지 못해 무척 아쉬웠습니다. 멋지게 강의 들려주신 강사 종원 님과 동인련에 감사 인사 전합니다.
* 이 글은 소유님의 블로그(http://manalith.org/zbxe/blog/1121691)을 옮겨 온 글 입니다.
소유님의 블로그에서 다른 프로그램 후기<살롱 드 에이즈 - AIDS TIMES 참여 후기http://manalith.org/zbxe/blog/1121381>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 1 감염인을 터부시 하는 커뮤니티를 향한 짧고 선명한 메시지
그림 2 콘돔, 네 식대로 고르세요!
그림 3 올해 레드파티 홍보 포스터로 낙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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