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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그리고 궁금함

by 행성인 2014. 12. 8.

호림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장)

 

* 글은 지난 2014 11 15 열린 LGBT 상담 컨퍼런스’ 자료집에 수록된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1. 들어가기

 

그림1 동성애 혐오세력의 광고 중 가장 유명한 이것.


2010,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이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 <인생을 아름다워> 방영을 반대하며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문구 입니다. 문구는 2014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가장 유명한 ‘반동성애’ 광고문구 입니다. 드라마 때문에 이성애자가 동성애자가 된다는 억지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칩니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에이즈에 걸려 죽는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두려움을,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현대의 흑사병”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질병, “죽음의 질병”의 대명사로 쓰이는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이라는 편견, 걸릴 행동을 했으니까 걸린 거라는 피해자 비난하기 같은 것이죠. 결국, 에이즈라는 질병과 성소수자의 소수자성이 서로에 대한 낙인을 공고히 하는 것이 양자 모두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의 근원이라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모르는 것들에 대해 종종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습니다.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해소하는 과정은 대상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그동안 지니고 있었던 두려움과 거부감은 사실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마련입니다.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도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변화할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1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하며 올리는 짧은 글이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넘어서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 에이즈에 대한 궁금함 해결하기



1) 에이즈는 대체 어떤 질병인가요?[각주:1]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며, 사람의 안으로 들어와서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 후천성'이란 '선천성' 대비되는 말로 유전 되지 않음을 뜻하며, '면역결핍증' 우리 몸의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 세포가 파괴되어 면역기능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 그러나 질병명으로서 후천성면역결핍증은 면역의 정도와 관계없이 에이즈를 전염시키는 바이러스인 HIV 감염된 상태 모두를 나타내기도 .


HIV/AIDS 증상


HIV 감염되었더라도, 바로 면역결핍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상태에서도 HIV 감염으로 인한 증상기, 에이즈 상태로 진행되는 데에는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HIV 인해 인체의 면역 기능이 감소하여 에이즈로 진행되면 정상적인 면역상태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는 각종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원충 세균에 감잘 나타나지 않는 각종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원충 세균 등에 의한 기회감염과 이차적인 종양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칵테일 요법(다양한 약제를 병용하여 HIV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HIV/AIDS 치료요법) 발달하면서, HIV 감염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한다면 에이즈로의 진행을 장기간 방지할 있게 되었습니다.


HIV/AIDS 감염경로


HIV 감염인의 혈액, 정액, 질분비물, 모유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염인의 체액에 직접 노출 되었을 감염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침이나 다른 체액에는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체액을 통한 감염의 위험성은 없습니다.


HIV 비교적 전염성이 낮은 바이러스이며, 밖으로 나오면 금세 활성을 잃기 때문에 감염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바이러스가 직접 혈류로 들어가는 경우에만 감염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HIV 직접 노출 있는 주된 감염경로로는


- 성관계(질삽입성교, 항문성교) 통한 감염(감염 예방 조치 없는 감염인과의 1 성관계시 0.001-0.1%)

- 수혈 등을 통한 오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에의 노출(90-100%)

- 임신 분만 , 모유수유를 통한 모자간 수직감염(25-30%)

- 오염된 주사기의 공동사용(0.5-1%)


등이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이 성관계를 통한 감염으로 99.1%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었다고 보고했으며,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1995,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 이후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각주:2]


HIV 일상생활에서의 신체접촉이나, HIV 감염된 체액에 대한 단순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 악수, 포옹 일상생활에서의 신체접촉

- 음식 나누어 먹기

- 키스, 구강성교

- 혈액 피부접촉[각주:3]

- 칫솔이나 면도기 공유

- 감염인이 사용한 변기, 목욕탕, 수영장 이용

- 감염인을 모기에 물린 경우


등으로는 HIV 감염되지 않습니다.



2) 에이즈는 예방할 있나요?


콘돔을 사용하고, 안전한 성관계(Safe Sex) 수칙을 지키는 으로 성접촉을 통한 HIV/AIDS 감염을 예방할 있습니다. 콘돔은 임신을 방지하는 “피임기구”만이 아니라, 이성 동성 성접촉을 통한 HIV/AIDS 예방과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안전한 성관계’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고 있습니다. 외에도 성관계 시의 출혈 상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젤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HIV 바이러스에 노출 경우, 사후적으로 HIV 치료제를 투약하여 HIV 감염 확률을 낮추는 의료적 조치도 존재합니다. 노출 예방법(Post-Exposure Prophylaxis, PEP) HIV 노출되었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이들(ex. HIV 감염인의 혈액에 노출 의료진,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감염인과 성관계를 맺은 사람, 성폭행 피해자 )에게 한달 HIV 치료제를 투약하는 의료적 조치로 사후피임약과 유사한 방법이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감염인이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HIV 감염을 예방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에이즈 치료제의 예방목적 투약이 미국 FDA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출 예방법(Pre-Exposure Prophylaxis, PrEP) 아직 한국에서는 접근 가능한 예방법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2012년부터 비감염인이 HIV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처방받아 투약하는 것이 가능해지기도 했습니다.



3.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넘어서기

 

그림2 <인생은 아름다워>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광고 중 일부


 

1) 에이즈는 죽음의 질병인가요?


2014 현재, 한국사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에이즈는 이상 죽음의 질병이 아닙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질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지난 30년간 HIV/AIDS 대한 연구와 치료법 개발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1995 칵테일 요법(다양한 약제를 병용하여 HIV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HIV/AIDS 치료요법)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HIV 감염인의 질병 진행 속도를 매우 낮출 있게 되었고, 이미 에이즈가 발병한 경우에도 환자의 건강상태를 개선할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연구결과[각주:4] 의하면, 면역세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한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은 75-77세로 일반 인구의 기대수명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칵테일 요법 도입 이후의 HIV/AIDS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질병의 성격이 변화했다고 있습니다.


에이즈가 죽음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은 질병이 처음 발견 되어 질병의 원인규명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던 80년대 상황에 질병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제적 불평등과 이에 따른 공중보건 체계의 부실, 의약품 접근성의 부족으로 인해 에이즈라는 질병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의 안타까운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감염인의 수가 매우 적으며, 공중보건 체계가 정립되어 있고, HIV/AIDS 대한 질병 관리가 엄격히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HIV/AIDS 걸리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건강히 살아갈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인구 대비 HIV/AIDS 감염인의 비율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세계 평균인 0.8% 유병율이 낮은 동아시아 평균인 0.1% 훨씬 미치는 0.02%[각주:5]이며, 198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누적감염인 수는 이제 1 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HIV/AIDS 한국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중대한 원인이라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보수 단체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10 [각주:6]이라는 근거로 “죽음의 질병”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합니다. 이는 에이즈 관련 사망자 수가 너무 많아, 인구 재생산 자체를 위협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비극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더욱 문제는 이들이 유포하는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HIV/AIDS 감염인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HIV/AIDS 감염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에이즈 관련 합병증이 아니라, 자살입니다.[각주:7]



2) 반동성애 보수단체들은 에이즈를 이용해 동성애자를 공격할까요?


HIV/AIDS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주된 배경에는 HIV/AIDS 발견 직후의 역사적 맥락이 담겨있습니다. HIV/AIDS라는 질병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8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커뮤니티에서 원인 모를 증상들로 백인 남성 청년 동성애자들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이 보고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어느 갑자기 등장해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의 영향을 받는 주된 이들이 남성 동성애자들이었기 때문에 HIV/AIDS 발견 초기 게이-관련-면역-질환(GRID, Gay-Related-Immune-Disease)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미국의 성소수자 운동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기였고, 이러한 성소수자 운동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레이건 집권기 미국의 보수 정부와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은 동성애자의 질병으로 낙인찍으며 성소수자를 배제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악용했습니다. HIV/AIDS 대한 공포로 사회를 통제하고, 보수적인 성규범을 강화하기에 매우 유용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출신의 보수 정치인 뷰캐넌(Pat Buchanan) “에이즈는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에이즈를 이용한 동성애자에 대한 공격은 질병의 원인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HIV 바이러스가 동성애자들만을 골라 공격하는 질병이 아님이 밝혀진 이후에도 에이즈는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주요 도구로 활용되게 됩니다.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각주:8] 트랜스젠더는 HIV/AIDS 취약집단(Key Population)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 이주민, 수감자, 마약사용자, 성노동/매매 종사자도 에이즈 취약집단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국가, 지역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이들의 취약성의 정도는 다릅니다. 러시아 동구권 국가들에서는 경제공황 이후 마약사용을 통한 감염이 사회적 문제이며, 동성 성접촉을 통한 HIV 감염은 1% 되지 않습니다.[각주:9] 아프리카에서는 여성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HIV/AIDS 취약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 지역에서도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낙인이 영향력을 발휘하며,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각주:10] 해당 지역의 실제 감염경로와 상관없이 기존의 질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영향을 받는 입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이 동성애를 공격하는 도구로 에이즈를 활용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뿌리 깊은 낙인이 놓여있습니다. 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 하기위해 끌어오는 다양한 근거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즈를 이용한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의 낡은 논리를 그대로 수입한 것입니다.

 


3) 동성애자면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750 높다는데요?


 

그림3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광고 중 일부

 

최근, 반동성애 활동(?) 활발하게 하고 있는 반동성애 보수단체들은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다양한 통계수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동성애자가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이성애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인데, 2010년의 광고에서는 700 이상[각주:11], 반동성애 보수단체의 발간 책자에서는 750[각주:12], 보수 언론사의 기사에서는 183[각주:13] 출처에 따라 수치가 제각각 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통계자료나 서울대학교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았다고 제시하면서 자료가 객관적임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이들 자료의 번째 문제는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동성애자 인구를 과소 산출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통계자료나 서울대학교의 연구결과에서는 한국의 HIV/AIDS 감염인의 수와 이들의 감염경로(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것인지,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것인지 여부) 보여줄 ,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감염확률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자의적으로 한국의 동성애자의 인구수를 추정해, 그걸 기준삼아 동성애자의 감염확률과 이성애자의 감염확률을 계산하여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삼습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도 정확히 없는 한국의 동성애자 수를 이들은 어떻게 계산 했을까요?

 

그림4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2012)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중

그림5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2012)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중

 

700 이상, 750배의 근거(?) 되는 한국의 동성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0.1%, 5 명가량으로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 입니다. 심지어 동일한 자료[각주:14] 다른 부분에서는 동성애자의 비율을 2.4% 추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동성애가 정신 질환임을 설파할 때는 동성애자의 수를 늘리고,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확률을 계산할 때에는 동성애자의 수를 줄이는 고무줄 계산법입니다. 183배라는 숫자도 역산해 보면, 한국의 동성애자 비율을 0.4% 상정했을 나올 있는 숫자입니다. 성소수자는 인종처럼 외모를 통해 인식될 있는 정체성이 아니며, 인구총조사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질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없습니다. 다만,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다양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10% 사이라고 하며[각주:15], 최근 미국 갤럽의 대량 설문조사[각주:16]에서도 성소수자의 비율이 3.4% 나타났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인 2% 대입해도 확률 비교 추정치는 37배로 급격히 줄어듦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질병의 사회적 맥락이나 역학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 동성애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에이즈를 악의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경우 HIV/AIDS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접촉으로, 59.9% 이성간 성접촉을 통해, 39.2% 동성간 성접촉을 통해 HIV/AIDS 감염되었다고 보고하며, 감염인의 90%이상이 남성입니다.[각주:17] 이러한 결과를 보면, 보수단체가 추정하듯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 HIV/AIDS 취약한 집단에 해당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동성애자를 공격하기 위해 에이즈를 활용하는 것을 정당화 수는 없습니다. 이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자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성 간의 항문 성교는 출혈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성 간의 삽입 성교에 비해 HIV/AIDS 감염확률이 다소 높으나[각주:18], 밖에도 성소수자의 경우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고려한 적절한 성교육을 받기 어려우며, 임신 공포가 없기 때문에 이성애자에 비해 성관계 콘돔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도 남성 성소수자의 HIV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받는데, 성소수자의 낙인이 강한 사회일수록 성소수자의 자체를 취약하게 만들고, 음지로 내몰기 때문입니다. [각주:19]


그러나 여전히 성소수자는 HIV/AIDS 취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 그에 해당하는 인구집단을 차별하거나, 비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임신출산경험이 많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암 발병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금지한다거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필요한 것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 자궁암의 발병가능성이 높은 여성들이 조기에 검진을 받고, 치료받을 있도록 자궁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검진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일 것입니다. HIV/AIDS 마찬가지 입니다. 남성 성소수자가 HIV/AIDS 취약하다면, 이들이 HIV/AIDS 예방과 치료에 적절히 접근할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 이를 이유로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비난하는 , 동성애자를 “치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정당화 없습니다.



4) 최근 10년간 한국의 10 HIV 감염인이 10배나 늘었다는 , 청소년의 동성애만큼은 막아야 하는 아닌가요?


한국의 15세에서 19 사이의 청소년의 HIV/AIDS 신규감염은 2003 5명에서 2013 53명으로 증가했습니다.[각주:20] 10대의 감염률이 높아지고, HIV/AIDS 감염인 인구가 저연령화 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HIV/AIDS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문제입니다. 하지만, 청소년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주체가 아니라 순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보수주의적 시각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이지 해결책이 아닙니다. 청소년의 “동성애를 막는다”는 발상은 실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기로 몰아세울 있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정말, 청소년의 HIV/AIDS 감염률을 걱정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 청소년들이 HIV/AIDS 예방을 위한 적절한 성교육에 접근할 있도록 하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것입니다.

 

 

  1. 질병관리본부 국가에이즈정보센터 참조: http://aidsinfo.cdc.go.kr [본문으로]
  2. 질병관리본부(2013). HIV/AIDS 관리지침 [본문으로]
  3. 상처가 있는 곳에 감염인의 혈액이 묻더라도 소량일 경우 감염 확률이 희박하며, 바로 물에 씻어내면 된다. [본문으로]
  4. Samji H et al.(2014). Closing the gap: increases in life expectancy among treated HIV-positive individua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PLOS ONE 8(12): e81355. Doi:10.1371/journal.pone.0081355. [본문으로]
  5. UNAIDS(2012). Global report: UNAIDS on the global AIDS epidemic 2012. [본문으로]
  6.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제목을 단 국가와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동성애차별금지법반대 국민연합의 광고 [본문으로]
  7. 메디컬 투데이. 2008. 8. 22. “자살하는 에이즈 환자, 병보다 무서운 건 `편견`” [본문으로]
  8. Men who have sex with men(MSM) :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포함, 성소수자로 정체화하지 않았더라도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공중보건 영역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은 HIV/AIDS의 취약집단 중 하나입니다.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는 용어 대신 MSM이라는 용어를 이용하는 이유는 정체성과 성행동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9.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2014. 5. 26.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HIV/AIDS” http://earthtory.co.kr/spot/ht_blog?no=107675 [본문으로]
  10. 앞의 글 [본문으로]
  11.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는 제목을 단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의 광고 [본문으로]
  12.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2012).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본문으로]
  13. 리버티 헤럴드. 2010. 10. 9. “서울대 보고서, 男동성애자 AIDS 감염률, 일반인보다 183배 높아” [본문으로]
  14.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2012)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본문으로]
  15. 윤가현(1997). 동성애의 심리학. 학지사 [본문으로]
  16. Gallup(2012). Special Report: 3.4% of U.S. Adults Identify as LGBT. http://www.gallup.com/poll/158066/special-report-adults-identify-lgbt.aspx [본문으로]
  17. 질병관리본부(2013). 2013 HIV/AIDS 관리지침. [본문으로]
  18. 감염인과 예방조치 없는 1회 성관계시 감염확률 : 이성간 성접촉(0.01-0.38%), 동성간 성접촉(0.03-3.0%) http://en.wikipedia.org/wiki/HIV/AIDS [본문으로]
  19. 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2012). 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 Report – Risks, Rights & Health. [본문으로]
  20. 질병관리본부(2013). 2013 HIV/AIDS 관리지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