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동성애자인권연대)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며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합의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합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알고 보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아갑니다. 혐오 범죄 희생자들도, 차별과 침묵과 굶주림을 끝내 견디지 못한 이들도 모두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신나는 노래든 슬픈 노래든 비장한 노래든, 추모이자 저항이자 야단법석입니다.
1987~1991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민중은 ‘노래 혁명’으로 독립과 주권을 쟁취했습니다. 손에 손 잡고 민요를 부르는 ‘데모’는 무려 600km에 이르는 인간띠를 이루어 자유와 평화를 노래했지요.
2014년 12월 17일 저녁 7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우리는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공연장에 모여 노래를 부릅니다. 곳곳에서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어보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음악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동환스님, 홈리스밴드, 게이코러스 지보이스(G-Voice)의 흥겨운 공연, 그리고 장애인,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종교인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2월 10일은 세계 인권 선언일입니다. 1948년 12월 10일에 열린 국제 연합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기념일에 맞춰 서울시는 서울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담은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할 계획이었습니다. ‘극우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28일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차별 금지 사유를 열거한 조항을 포함하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표결로 통과시켰으나,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합의에 실패했다’며 인권헌장 제정이 무산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민위원회가 6차례에 걸친 열띤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을 서울시가 부정한 꼴입니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월 1일 시청을 찾아온 보수 기독교 인사들 앞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보편적인 차별은 금지되어야 하지만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결국 12월 6일 인권 활동가들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 및 박원순 시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에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무지개 농성단’은 “박원순 시장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찬성과 반대의 문제로 전락시켜 성소수자의 삶이 언제라도 부정당할 수 있게 됐다”고 외쳤습니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조장이 ‘표현의 자유’,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평등한 인권을 지지하는 우리는 세계 인권 선언일 1주일 뒤인 12월 17일에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위로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리를 가질 것입니다.
차별 없는 평등한 인권을 지지하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모아 ‘노래 혁명’을 시작합시다!
12월 17일 “무지개 야단법석” 자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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